현대모비스 울산공장.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데일리한국 박현영 기자] 지난해 말부터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자동차 핵심부품인 반도체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최근까지 선방해왔던 현대자동차와 기아도 제품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4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계기판 등에 쓰이는 차량용 반도체 재고가 부족해 오는 6일부터 7일까지 울산 4공장 포터 생산라인을 중단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앞서 지난달 12~13일과 19~20일에도 그랜저와 쏘나타를 생산하는 아산공장 가동을 중단했으며, 지난달 7일부터 14일에는 아이오닉 5 등을 생산하는 울산 1공장도 가동을 멈춘바 있다.

기아도 반도체 공급으로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기아는 미국 조지아 공장이 반도체 부족으로 지난달 초 가동을 멈췄으며, 국내 주요 공장들도 자동차 부품 공급에 맞춰 주말 특근 등을 중단했다.

지난달 22일 컨퍼런스콜에서 주우정 기아 재경본부장은 “4월까지는 기존에 확보해둔 재고가 있어 대응할 수 있었지만 5월부터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에 있어 보릿고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현대차·기아는 반도체 물량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면서 당장 생산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고 밝힌바 있다. 그러나 전세계적인 반도체 공급 부족이 지속되자 주요 인기 차종에 반도체 부품을 우선 배정하고, 생산량을 조절하는 식으로 대응해 왔다.

특히 최근에는 현대차 아이오닉 5, 기아 K8 등 일부 모델을 대상으로 고객이 차량 옵션을 선택하지 않을 경우 출고를 앞당겨 주는 '마이너스 옵션'을 실시해 반도체 부족으로 인한 생산차질에 대응에 나섰다.

아이오닉5의 경우 후석 승객 알림 기능을 포함한 '컴포트플러스' 옵션과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를 포함한 '파킹 어시스트'와 '프레스티지 초이스' 옵션, 4륜구동(4WD) 옵션을 선택하지 않을 경우 약 2개월 내로 출고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아도 기본 사양을 빼는 대신 가격을 인하해 주고 출고를 앞당기는 마이너스 옵션을 실시했다. K8의 경우 노블레스 이상 트림에 기본 적용되는 후방주차 충돌 방지 보조와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 기능을 제외하면 가격을 할인해 준다.

카니발도 노블레스 이상 트림에 기본 적용되는 '스마트 파워 테일게이트' 기능을 제외할 시 할인해 준다. 또한 스마트키는 스마트 파워슬라이딩 도어 기능을 빼고 일단 지급한 뒤 6월 이후 교체해 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지엠도 반도체 공급 부족에 직격탄을 맞아 공장 가동에 곤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지엠은 국내 완성차 업체 가운데 가장 먼저 글로벌 반도체 부족에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달 26일부터 부평 1·2공장의 생산량을 50% 수준으로 축소해 생산 라인의 가동을 재개했지만 이미 누적된 생산차질 물량은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부평1·2공장 가동은 지난달 19일부터 차량용 반도체 수급 물량 부족으로 생산을 중단했다. 또 지난 1월과 2월에도 일정기간 부평2공장 생산량의 50%만 가동했다. 이달 1일부터는 그동안 정상 가동해왔던 창원공장도 50%만 가동 중이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완성차 업계는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올해 2분기까지 어려울 것이 확실하며, 3분기도 예측 불허”라면서 “글로벌 주요 완성차 업체들도 6월까지 반도체 공급 부족이 심화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이어 “현대차와 기아는 반도체 수급을 대부분 대만 등에 의존하고 있어 자체적으로 해결책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외국에 본사를 둔 국내 외국계 기업들도 반도체 공급 우선순위에서 밀려 공장가동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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