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4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인천 SSG 랜더스와 부산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관중석에 앉아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유통 공룡’으로 불리는 신세계그룹이 올해 사업 영역의 폭을 더욱 넓히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소비의 헤게모니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쏠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공략하기 위해 인수합병(M&A)을 택하며 온·오프라인 역량을 동시에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변화의 중심에는 대규모 투자로 ‘실험’에 가까운 혁신을 추진하고 있는 정용진 부회장이 있다.

정 부회장의 과감성이 담긴 거침없는 행보의 대표적인 예는 지난 1월 SK와이번스 야구단 인수를 들 수 있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8억6000만원의 손실을 기록한 SK와이번스를 1352억8000만 원에 통째로 샀다.

운영금만 연간 수백억 원이 투입되는 적자 프로야구단을 인수한 것은 야구장을 플랫폼으로 삼아 신세계의 백화점, 대형마트, 패션 사업 등을 스포츠와 결합시키는 시너지 효과를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정 부회장은 SK와이번스를 인수한 이후, 2000억 원대를 투자해 그룹 이마트의 자회사인 SSG닷컴이 여성 패션 플랫폼 업체 W컨셉의 지분 100%를 사들이도록 했다. 또 미국 본사가 보유하고 있는 스타벅스코리아의 지분 50%를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몸값이 5조원에 달하는 이베이코리아의 인수전에도 뛰어들었다.

정 부회장은 이들 업체의 인수전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키우는 것과 별도로 야구단과 함께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정 부회장은 SSG 랜더스의 홈구장인 SSG 랜더스필드의 내부에 이마트24, 노브랜드, 스타벅스 등 신세계 계열사들을 입점시킨 상태다. 그는 지난 4일 홈구장에서 열린 개막전을 찾아 자신의 스마트폰에 스타벅스 로고를 붙이고,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는 마케팅 전략을 손수 보여주며 직·간접적인 홍보 효과를 내기도 했다.

협업에도 거침 없다. 지난 3월에는 전자상거래 시장 1위인 쿠팡에 맞서기 위해 네이버와 2500억 원 규모의 지분을 교환하는 ‘적과의 동침’을 행하기도 했다. 아마존에 대응해 손을 잡았던 구글과 월마트의 파트너십을 연상케 한다.

하누리 정은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콘텐츠 제공자로서 소비자 저변 확장이 기대된다”며 신세계 측의 수혜를 분석했다.

재계 관계자는 5일 “과거 정 부회장의 야심작으로 불리는 복합 쇼핑몰 ‘스타필드’와 자체 브랜드 ‘노브랜드’의 성공 사례를 보면 차후 그가 주도하는 인수합병에 기대를 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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