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솔루션 대표.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재계에 ‘젊은 총수’ 시대가 열리고 있다. 1960~1980년대 경제 성장을 주도하며 산업 역군으로 활동한 창업 세대들이 물러나면서, 4050세대가 중심인 오너 2~4세들이 경영 전면에 등장하는 세대교체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1일 재계에 따르면 4대 그룹은 모두 2~4세 경영인들이 이끌고 있다. 이들은 40대와 50대가 중심이다. 2018년 구본무 회장이 타계하며 회장직을 이어받은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44세로 가장 젊은 축에 속하며, 지난해 경영권을 내준 정몽구 명예회장의 뒤를 이은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이 52세로 두 번째 젊은 나이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이건희 회장의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54세,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갓 환갑을 넘긴 62세다.

이들 외에도 오너 3세인 40대나 50대 총수들은 30대 그룹 내에 적지 않다. 40대 총수는 조원태(46) 한진그룹 회장이 있으며, 50대 총수로는 김범수(56) 카카오 의장, 김남구(59)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 조현준(54) 효성그룹 회장, 정지선(50)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등이 있다. 이들은 젊은 나이에 막중한 짐을 지고 있지만, 수직적 기업 문화 대신 개방적 사고를 지향하며 조직을 이끌어 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투명한 기업문화 등으로 그룹 성장 발전의 토대를 새롭게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열린 올해 주주총회에서도 재계의 화두는 세대교체였다.

농심은 창업주인 신춘호 회장이 별세하면서 그의 장남 신동원(64)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등장했고, LS그룹도 구동휘(40) E1 전무를 대표이사에 선임하며 후계 경영에 속도를 냈다. 대상그룹은 고(故) 임대홍 대상그룹 창업주의 손녀이자 임창욱 명예회장의 장녀인 임세령(45) 전무가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한국야쿠르트는 창립 52년 만에 사명을 ‘㈜hy’로 바꾸며 윤호중 회장 체제의 2세 경영을 본격화했다.

오너 3세들 중에서는 4050세대를 넘어 30대들도 잇따라 경영에 참여하기 시작한 이들이 있다.

한화그룹의 경우, 김승연 회장의 아들들인 김동관(39) 한화솔루션 대표·김동원(37) 한화생명 전무·김동선(33) 한화에너지 상무보가 모두 지난해부터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서정진 명예회장이 은퇴하면서 그의 장남인 서진석(38) 수석부사장과 서준석(35) 이사를 나란히 사내이사로 선임하며 사실상 ‘형제 경영’ 준비에 들어갔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녀 이경후(37) CJ ENM 부사장은 오너가 여성 3세 경영인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36)씨는 롯데그룹의 모태인 일본 롯데에서 근무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선대의 후광에 안주하지 않으려면 기존 사업뿐만 아니라 신사업에서 새로운 성과를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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