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좌측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삼성전자 서초사옥, SK그룹 서린사옥, LG그룹 여의도사옥, 현대자동차그룹 양재사옥. 사진=연합뉴스 제공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바야흐로 기업들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시대'가 본격화되고 있다. 기업의 목적이 더이상 돈을 버는 것에만 치중돼서는 안 된다는 철학이 확산되면서, 재무적 요소에 더해 사회적·윤리적 이른바 비재무적 가치가 반영된 지속가능 경영이 전세계적 메가트렌드로 자리잡는 분위기다.

국내 주력산업인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정보기술(IT) 등을 주도하는 상장 대기업들이 이달 개최한 주주총회에서도 대세가 된 ESG 경영활동의 의지는 확연히 나타났다.

31일 재계에 따르면 먼저 기존 사내 조직의 역할을 ESG 관련 활동으로 바꾼 기업들이 눈에 띈다.

현대자동차는 이사회 내 투명경영위원회를 지속가능경영위원회로 바꿔 ESG 관련 역할을 맡겼고, 삼성물산은 이사회 거버넌스위원회를 ESG 위원회로 확대 개편했다. 삼성전자는 ESG 위원회 역할을 대신하는 지속가능경영협의회를 최고재무책임자(CFO) 주관으로 격상했다.

하언태 현대차 사장은 “탄소 중립 전략과 연계한 수소사업 확대 등 현대차만의 ESG 경영 방식을 구축해 고객가치 제고의 기회로 적극 활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김기남 부회장과 박재완 이사회 의장은 올해 정기주총을 앞두고 주주들에게 공동명의로 보낸 주주서한에서 “2020년까지 미국, 유럽, 중국 지역의 모든 사업장에서 100% 재생에너지 사용을 추진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했다”며 향후에도 지속가능한 ESG 경영을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ESG 위원회 신설도 잇따랐다.

LG그룹 지주회사인 ㈜LG는 이사회 내에 ESG위원회를 두고 ESG 경영의 최고 심의 기구로 운영키로 했다. LG는 LG전자 등 주요 계열사에 모두 ESG 위원회를 만들 예정이다.

한화그룹의 모기업인 ㈜한화도 ESG 가치창출과 컴플라이언스 내실화를 위해 이사회에 ESG 위원회를 신설했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기아, 포스코 등도 ESG 위원회 신설 소식을 전했다.

이밖에 네이버·카카오·엔씨소프트 등 IT 기업과 KB·신한·하나 등 금융사들도 ESG 위원회 신설 등을 통한 ESG 경영을 예고했다.

최태원 회장의 지휘 아래 전사적으로 ESG 경영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SK그룹은 완성 궤도에 오르는 모습이다.

지주회사인 SK㈜가 이사회에 ‘ESG위원회’를 신설하면서 대표이사 평가 권한도 부여한 것이다. ES 분야의 실천 노력에 더해 지배구조(G)를 한층 더 업그레이드함으로써 ESG 경영을 완성해간다는 방침이다. SK㈜는 이 같은 내용의 지배구조 혁신 전략을 ‘거버넌스 스토리’(Governance Story)로 명명했다.

최 회장이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기업의 ESG 경영은 경제단체의 ESG 정책 발굴로 확산될 전망이다.

최 회장은 지난 29일 기자간담회에서 “ESG는 세계적인 트렌드로 세밀하게 원인을 분석하는 것이 핵심”이라면서 “ESG는 과학이다. 디테일에 승부가 달려있다”며 ESG 분야에서 세계를 리드하겠다고 강조했다.

주요 대기업들을 회원사로 두고 있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도 이달부터 ESG 태스크포스(TF)를 만들고 사업 구상에 한창이다.

허창수 회장은 “ESG 경영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면서 “선진 우수사례를 발굴해 우리 기업이 ESG 투자 확대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것”이라고 약속했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은 ‘ESG의 부상, 기업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보고서를 통해 “소비자들은 ‘무엇’(What)을 넘어 ‘어떻게’(How)와 ‘왜’(Why)까지 고려하며 제품을 구매한다”면서 “제품이 담고 있는 가치관과 신념, 사회·환경적 책임은 다하고 있는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전 세계 소비 시장의 주역으로서 부상하고 있는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의 소비 성향 변화는 기업들에게 ESG 활동이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요소로 인식하게끔 의식의 전환을 이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 진출을 위해서도 ESG 경영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면서 “기업에 주어진 새로운 책임과 필요성을 공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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