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신임 회장이 24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대한상의 임시의원총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대한상공회의소가 최태원 회장 체제를 본격 가동했다.

대한상의는 24일 서울 남대문 상의회관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신임 회장으로 선출했다. 최 회장이 지난달 23일 서울상의 회장에 선출된 지 한 달 만이다. 서울상의와 대한상의는 회장직을 겸한다.

재계 서열 3위 기업 총수인 최 회장의 등장으로 대한상의는 경제와 산업 여론을 주도할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1884년 대한상의 출범 이후 처음으로 4대 그룹 총수가 회장을 맡으며 무게감 있는 체제로 국내 최고(最古)·최대(最大) 경제단체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최 회장 역시 이날 선출 직후 인사말을 통해 “대한상의는 19만 상공인을 대표하는 국내 최고이자 최대의 경제단체”라면서 “대한상의 회장이라는 중책을 맡겨주고 봉사할 기회를 줘서 대단히 감사하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1998년 SK그룹 총수에 올라 23년이라는 풍부한 기업 경영 경험을 갖고 있지만, 경제단체 회장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경제단체 회장직을 처음으로 맡게 되는 과정에서 내심 고민이 많았을 것”이라면서 “여러 경제단체 중 대한상의를 선택한 건 대한상의의 위상과도 관련이 있다”고 짚었다.

대한상의는 최 회장 체제로 접어들며 그간 5대 경제단체(전국경제인연합회·대한상공회의소·중소기업중앙회·한국경영자총협회·무역협회) 중에서도 서열 1위 대접을 받았던 전경련을 제치고 선두로 치고 나가게 됐다는 재계의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최 회장과 대한상의의 역할에 대한 기대와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우선 상의 내부적으로는 코로나19 여파로 대기업 못지않게 활동이 위축된 중소기업들을 위해 어떤 방안을 마련할지 궁금해진다. 대한상의는 대기업 중심의 전경련과 달리 중소기업과 지역 중소상공인도 아우르고 있어 이들의 입장도 골고루 대변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재계의 ‘양극화 해결’ 노력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 최 회장은 지난 18일 지역상의 회장들을 비대면으로 만나 지역경제 활성화 지원을 위해 대한상의에 ‘지역경제팀’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지역상의 회장들은 기대감을 나타내며 힘을 보태겠다고 약속했다. 구자천 창원상의 회장은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고 지역경제 발전을 위해 다 같이 중심 역할을 하자”고 말했다. 심재선 인천상의 회장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각종 지역경제 현안을 청취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할 수 있는 자리를 계속 만들어 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최 회장은 그간 SK그룹에서 강조해온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혁신을 재계 전반으로 확대하면서 변화를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대한상의 샌드박스 사업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서울상의 부회장단에 김범수 카카오 의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장병규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 등 정보기술(IT) 분야 기업인들을 합류시키며 힘을 더한 바 있다.

외부적으로는 반기업 정서 대응에 집중할 것으로 관측된다.

최 회장은 취임사에서 “상의를 둘러싼 이해관계자의 기대와 요구를 수렴해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 중에서도 맏형인 만큼 재계 입장을 적극적으로 정부에 전달하고, 기업 규제 입법을 강화하고 있는 국회와도 자주 소통해 현안의 파고를 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상의 안팎의 요구가 크다.

이종욱 서울여대 명예교수는 “최 회장이 대기업 총수지만 상의 부회장단에 상대적으로 젊은 기업인들을 합류시켰다”면서 “기업규제 입법이 대기업만 해당되는 것이 아닌 스타트업·중견기업·유니콘 기업에도 해당된다는 얘기를 정부나 국회에 체계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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