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퇴직금 포함 1위…‘연봉+상여금’ 1위는 김택진

카카오·엔씨소프트·네이버, 평균 연봉 1억원 시대 열어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사진제공=엔씨소프트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매년 ‘총수 연봉킹’과 ‘평균 연봉 1위’는 전통적인 대기업들이 휩쓸어왔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코로나19 펜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변화를 만들어냈다. 신흥 부호가 새롭게 연봉왕을 차지하며 업계 최초 평균 연봉 1억원 시대를 활짝 열어 제쳤다.

매년 3월이 되면 기업들의 지난해 사업보고서가 나온다. 데일리한국은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주요 총수들의 보수 총액과 기업 평균 연봉을 분석했다.

지난해 가장 돈을 많이 받은 이는 정몽구 현대자동차 명예회장이다. 총 567억원의 보수를 받았으나 대부분은 퇴직금이다. 지난해 10월 회장 자리에서 내려오며 527억원의 퇴직금을 받았다.

퇴직금을 제외할 경우에는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184억1400만원으로 연봉을 가장 많이 수령했다. 이는 전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뛰어오른 금액이다.

2017년 이후 연봉킹은 대기업 총수가 차지해온 만큼, 4대그룹 총수들이 연봉을 얼마나 받았는지도 관심사다.

재계 1위인 삼성그룹을 이끄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보수를 전혀 받지 않는다. 2017년부터 ‘무보수 경영’을 이어가고 있어서다. 대신 김기남 대표와 고동진 대표가 각각 82억원, 67억원을 받았다. 이 부회장의 동생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상여금을 포함해 48억9200만원을 받았다.

2위인 현대자동차그룹의 수장인 정의선 회장은 상여금을 합쳐 59억8000만원을 수령했다. 3위 SK그룹의 최태원 회장은 SK하이닉스 직원들의 성과급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내놓은 보수 30억원을 제외하고 33억원을 받았다. 4위 LG그룹의 구광모 회장은 상여금을 포함해 80억원을 받았다.

재계 순위가 낮을수록 오히려 총수들의 연봉은 높았던 셈이다.

2019년 연봉킹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112억3000만원을 받았다. 10대 그룹 총수 중 보수가 가장 많다. 통신업계 연봉킹인 박정호 SK텔레콤 대표는 73억8000만원을 받았다. 최근 SSG 랜더스 구단주가 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33억6800만원을 수령했다.

또한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항공업계의 대한항공 수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30억9800만원을 받았다.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54억5200만원으로 SK 연봉 1위를 차지했다. 장동현 SK㈜ 사장이 46억9900만원으로 뒤를 이었다. 연임에 성공한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19억2700만원을 받았다. 타이어업계에서 가장 많이 받은 이는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으로 39억6900만원이다.

코로나19 여파로 가정간편식(HMR) 등 고수익 상품 판매가 늘며 호황을 누린 CJ그룹의 오너들도 고액 연봉을 챙겼다. 손경식 회장은 102억2100만원을, 이재현 회장은 28억원을 각각 받았다.

엔씨소프트와 함께 인터넷 업계 최초로 구성원 연봉 1억원 시대를 연 네이버의 한성숙 대표는 34억5900만원을 받았다. 우리나라 대표 게임회사 중 하나인 넷마블의 창업주 방준혁 의장은 23억6600만원을, 권영식 대표는 44억1800만원을 각각 수령했다. 재산의 절반(5조원) 이상을 기부하겠다고 밝혀 화제가 된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보수는 5억원이 안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카카오와 엔씨소프트, 네이버는 억대 연봉자가 속출했다. 카카오와 엔씨소프트, 네이버의 평균 연봉은 각각 1억800만원, 1억550만원, 1억248만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생명보험업계 1위인 삼성생명(1억700만원)과 비등한 수준이다.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은 각각 1억2700만원, 1억2100만원을 기록하며 주요기업 평균 연봉 최상위권의 아성을 유지했다.

지난해 게임·인터넷 업계가 신흥 부호로 부상한 것은 코로나19가 낳은 비대면 문화의 확산 영향으로 풀이된다. 외출 대신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이른바 ‘집콕 현상’을 통해 e스포츠와 e커머스 등 비대면 콘텐츠를 주력으로 삼는 카카오·엔씨소프트·네이버의 기업 가치가 높아진 것이다.

김정현 진학사 캐치 소장은 “지난해 코로나19 상황에 직면해 비대면 이슈가 급부상하면서 IT·게임 업체뿐만 아니라 전 산업에 걸쳐 IT인력들이 필요해진 상황”이라며 관련 업계의 전반적인 가치 상승을 고연봉의 배경으로 진단했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존 제조업·금융권·중소기업 개발 인력이 IT로 이동하면서 연봉 인상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기존 인력의 이탈을 막기 위해 연봉을 올릴 수밖에 없는, 인력이동과 연봉인상의 연쇄 반응이 시작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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