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서울 서초동 삼성 사옥.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삼성그룹이 22일 아픈 생일을 맞이했다. 총수의 실형과 병환이 겹쳐 분위기가 가라앉은 가운데 창립 83주년을 맞았다.

삼성은 이병철 선대회장이 삼성상회를 설립한 지난 1938년 3월1일을 창립기념일로 삼아 왔다. 하지만 고(故) 이건희 회장이 1988년 3월22일 창립 50주년을 맞아 ‘제2의 창립’을 선언하면서 기념일도 바꿨다.

여기다 2017년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그룹의 브레인 역할을 해온 미래전략실을 해체하면서 각 계열사의 독자 경영체제를 강조했고, 사실상 삼성물산 설립일로 의미도 축소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자리를 비운 올해 역시 별도 행사 없이 조용한 기념일을 보내고 있다. 삼성은 2019년과 2020년에도 별도의 행사를 열지 않았다. 창립 80주년을 맞았던 2018년 ‘다이내믹 삼성 80, 새로운 미래를 열다’라는 제목으로 약 7분 길이의 기념 동영상을 공개한 것이 마지막 행사다.

재계에서는 창립일을 모태 산업과 주력 분야의 역량을 안팎에 재천명하는 중요한 날로 인식하지만, 삼성은 여러 여건상 기념일 의미를 부각시키지 않고 평소와 다름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각 계열사별로 간단한 기념 메시지는 나올 것으로 관측됐으나, 이마저도 조용하다.

이 부회장은 지난 1월 국정농단 뇌물 사건에 대해 2년6개월 실형을 받고 2개월째 수감 중이다. 사면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잔여 형기가 끝나는 내년 7월에야 출소하게 된다.

법무부로부터 취업제한 대상자로 통보받은 이 부회장은 지난 19일에는 충수가 터져 삼성서울병원에서 응급수술을 받으며 병원 신세를 지고 있다. 25일 불법합병 및 회계부정 의혹 재판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총수의 사법리스크로 삼성은 올해 이렇다 할 사업 전략방향도 명확하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지난 1월26일 “투자와 고용 창출이라는 기업의 본분에 충실해야 한다”고 당부했지만, 굵직한 인수합병(M&A)나 대형 신사업에서 가시적 성과가 없다.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17일 정기주주총회에서 M&A의 진행 경과를 묻는 질문에 “분야를 가리지 않고 M&A 대상을 신중히 탐색하고 있다”면서도 “실행 시기를 특정하기는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재계 관계자는 “국정농단과 관련해 검찰이 삼성전자 본사를 압수수색 한 것이 벌써 5년 전(2016년 11월)”이라면서 “재계 1위 기업이 사법리스크에 얽매여 있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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