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C "SK이노 증거인멸 명백…수입금지 10년 타당"

SK이노 "LG에너지 기술 없이도 독자 개발 가능" 반박

사진=각사 제공
[데일리한국 신지하 기자] "SK는 훔친 LG의 영업비밀이 없었다면, 10년 이내에 해당 영업비밀상의 정보를 개발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것이 명확하다. SK는 LG로부터 훔친 모든 영업비밀 기술을 10년 내 개발할 수 있을 정도의 인력이나 능력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 이에 따라 위원회는 명령 기간이 효력 발생일로부터 10년이 돼야 한다고 판단한다."(美 국제무역위원회(ITC))

이른바 '전기차 배터리 소송'에서 LG에너지솔루션에 손을 들어준 ITC의 최종 판결문에는 SK이노베이션의 '미국 내 수입금지 10년' 조치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ITC 위원회는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에서 전기차 배터리 관련 영업비밀을 침해하지 않았다면 제품을 독자 개발하는 데는 10년이 걸렸을 것으로 보고 해당 조치가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LG에너지솔루션의 기술 없이도 제품을 충분히 독자적으로 개발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 ITC "SK이노, 회사 차원서 증거인멸 진행"

5일 LG에너지솔루션이 공개한 ITC의 최종 판결문에 따르면, ITC 위원회는 SK이노베이션이 회사 차원에서 증거인멸을 진행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ITC 위원회는 "이 사건은 어느 직원이 은밀하게 증거를 삭제한 것이 아니라 SK 관리자가 다수의 조직장들에게 문서 삭제 지시를 내리고, 회사는 이러한 문서 파기 행위를 밝히거나 하다못해 완화시키려는 노력도 거의 또는 전혀 하지 않은 사건"이라고 밝혔다.

ITC 위원회는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의 증거인멸 시도에도 파일명이 남아 있는 자료를 기반으로 파기된 증거에 포함돼 있을 가능성이 있는 내용을 설득력 있게 설명했다고 봤다. LG에너지솔루션이 원가와 조달, 가격책정 관련해 SK이노베이션이 자사의 영업비밀을 이용하고 이득을 취했다는 점에 대해 개연성 있고 구체적인 주장을 제시했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ITC 위원회는 SK이노베이션에 대해 작년 2월 내린 조기패소 판결보다 더 낮은 수준의 법적 제재는 타당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SK이노, 10년 내 개발 가능한 수준의 인력·능력 갖췄다고 보기 어려워"

ITC 위원회는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관련 22개 기술에 대한 영업비밀을 침해해 다른 경쟁사들보다 10년을 앞서서 유리하게 출발할 수 있었다는 LG에너지솔루션의 주장에 동의했다.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으로부터 훔친 모든 영업비밀 기술을 10년 내 개발할 수 있을 정도의 인력이나 능력을 갖추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ITC 위원회는 SK이노베이션에 '미국 내 수입금지 10년' 제재를 결정했다. 소송 과정에서 LG에너지솔루션은 10년을, ITC산하불공정수입조사국(OUII)은 5년, SK이노베이션은 1년을 주장한 바 있다.

ITC는 미국에서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와 부품을 공급받는 포드와 폭스바겐에 대해서는 각각 4년, 2년 동안의 수입을 허용하는 유예기간을 뒀다. ITC 위원회는 이 같은 결정이 LG에너지솔루션뿐 아니라 미국 내 다른 공급자로부터 영업비밀 침해가 없는 배터리를 공급받을 수 있는 데 충분한 시간을 제공했다고 판단했다.

ITC 위원회는 "잘못은 SK뿐 아니라 포드처럼 SK의 영업비밀 침해에도 불구하고 장래의 사업관계들을 계속해서 구축하기로 선택한 이들에게도 있다"고 지적했다.

◇ SK이노 "LG에너지와 개발·제조 방식 달라…영업비밀 침해 이유 없어"

이날 SK이노베이션은 입장문을 내고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비밀은 자사에 전혀 필요 없었다"며 "ITC는 LG에너지솔루션이 주장한 영업비밀에 대해 검증한 적이 없었다"고 반박했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개발과 제조방식이 LG에너지솔루션과 달라 영업비밀을 침해할 이유가 없고, ITC가 영업비밀 침해라고 결정하면서도 영업비밀이 무엇인지, 어떻게 침해됐다는 것이지 판단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SK이노베이션은 "영업비밀 침해를 명분으로 소송을 제기한 LG에너지솔루션은 침해에 대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고, ITC 의견서 어디에도 이번 사안의 본질인 영업비밀 침해에 대한 증거는 실시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은 "ITC의 모호한 결정으로 정당한 수입조차 사실상 차단돼 미국 전기차 배터리 산업의 경쟁력 저하, 시장 내 부당한 경쟁제한, 전기차 배터리 공급지연으로 인한 탄소 배출에 따른 환경 오염 등 심각한 경제적, 환경적 해악이 초래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또 "ITC의 이번 결정은 수입금지 명령 등이 공익에 미치는 영향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며 "유예를 받은 포드와 폭스바겐 제품에 대한 기간 산정의 근거가 불명확하고, 두 회사들은 유예 기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며 또한 대체 가능한 방법이 없다고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은 "ITC는 자사 이외의 다른 배터리업체들이 특정 자동차 회사에만 공급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미국 내 업체들이 빠른 시일 내에 다른 자동차 회사들에도 자동차용 배터리를 생산하고 공급할 수 있다는 모순된 판단을 내리고 있다"며 "이처럼 ITC 결정이 내포하고 있는 문제점을 대통령 검토 절차에서 적극적으로 소명하고 거부권 행사를 강력하게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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