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김승연 회장과 그의 장남 김동관 사장.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한화그룹의 후계 구도가 재계의 관심을 끈다. 김승연 회장이 7년 만에 경영 일선에 공식 복귀하며 대표이사로 그룹 전면에 나서는 대신, ㈜한화·한화솔루션·한화건설 등 3개 사의 미등기 임원만 맡기로 하면서다.

5일 재계에 따르면 김 회장의 이러한 결정은 경영 일선에 배치된 세 아들에 대한 경영권 승계를 염두에 둔 사전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화그룹은 “계열사들이 이사회 중심의 독립경영체제로 운영된다는 점을 고려해 등기임원은 맡지 않기로 했다”며 총수로서의 일상적인 경영 활동과 ‘거리 두기’를 공식화했다.

한화그룹 후계 구도의 얼개는 이미 갖춰진 상태다. 김 회장의 장남 김동관씨가 한화솔루션 대표, 차남 김동원씨는 한화생명 전무, 삼남 김동선씨는 한화에너지 상무보로 근무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지난해부터 경영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올해 김 회장이 취업제한 꼬리표를 떼면서 한화그룹의 ‘3세 경영’에 탄력이 붙는 모양새다. 김 회장이 복귀 후 세 형제의 경영을 직접 챙기는 ‘경영 수업’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태양광 부문을 이끌고 있는 김동관 사장으로의 승계 작업이 구체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 회장이 태양광과 수소사업 등 친환경 사업을 그룹의 핵심 동력으로 육성할 계획을 갖고 있는 만큼, 관련 사업을 이끄는 김 사장에 재계의 이목이 쏠린다.

김 사장이 이끌고 있는 한화솔루션이 한화케미칼·한화큐셀·한화첨단소재가 합쳐진 회사라는 점과 한화도시개발·한화갤러리아도 흡수 합병할 예정이라는 점은 한화그룹 후계자로 김 사장에게 무게추가 쏠리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김 사장은 이달 주주총회를 통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등기임원도 맡을 예정이다. 김 사장이 친환경과 건설, 유통뿐만 아니라 김 회장이 신사업으로 욕심내고 있는 항공·우주산업까지 한화그룹의 핵심 경영 전반을 아우르게 된 것이다. 세 아들 가운데 승계 구도에서 가장 앞서가는 셈이다.

다만 김 회장이 승계 작업을 속도 조절하는 모습도 있다. 한화그룹의 지주사격인 ㈜한화의 지분율을 살펴보면 여전히 최대 주주는 지분 22.65%를 보유한 김 회장이다. 세 아들 가운데 지분이 가장 많은 김 사장이 4.44%만을 갖고 있다. 이달 열리는 ㈜한화 첫 주총에서도 김 사장에 대한 이사 선임 건은 오르지 않는다.

재계 관계자는 “세 아들 모두 아직 30대(김동관 39·김동원 37·김동선 33)”라면서 “경영 능력을 검증할 시간이 많은 만큼, 김 회장이 승계 작업을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화 관계자는 “경영권 승계 작업은 김 회장의 아들들이 각자 알아서 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말을 아꼈다.

김 회장이 미래 성장 사업의 전반적인 전략을 수립하면서 경영 지원에 주력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김 전무와 김 상무보는 각각 금융와 에너지 분야에서 경영 보폭을 넓힐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차후 세 아들이 그룹 내 미칠 영향력에 따라 후계 구도의 변화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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