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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지난 7년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경영 행보에 족쇄를 채웠던 취업제한 규정이 18일 종료된다. 재계에서는 ‘왕의 귀환’으로 부르며 김 회장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김 회장은 2014년 배임 혐의로 징역 3년과 집행유예 5년의 판결을 받고, 회장직만 유지한 채 (주)한화를 비롯한 총 7개 계열사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2019년에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따라 2년간 배임 해당 회사에 취업이 금지됐다. 이 족쇄가 18일 풀리는 것이다.

올해는 김 회장이 취임 40주년을 맞이하는 기념비적인 해다. 올 초 신년사를 통해 “혁신의 속도”를 강조하며 미래 먹거리 사업 선점에 속도를 붙이겠다고 선언한 만큼, 김 회장의 공식 복귀시점에 재계의 시선이 모아진다.

김 회장이 공식적으로 대표이사 직함을 달게 될 시점은 오는 3월 한화 각 계열사 주주총회가 될 가능성이 크다. 총회에서는 김 회장의 대표이사 또는 등기임원 등재가 안건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한화그룹 관계자는 17일 “김 회장의 경영 복귀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정해진 건 없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경영복귀 이후 항공우주 분야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신년사에서도 항공우주를 언급하며 신규 사업 의지를 나타낸 바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지난달 13일 밝힌 인공위성 전문업체 쎄트렉아이 지분 30% 인수 계획이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친환경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은 ‘미국통’ 김 회장의 행보에 탄력을 더할 전망이다. 한화는 태양광과 수소사업을 핵심 동력으로 육성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를 현재 진두지휘하고 있는 인물은 김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이다. 김 회장은 한미교류협회 회장을 맡는 등 오랜 기간 인연을 쌓아온 미 정·관계 인맥을 통해 태양광·수소사업 성장을 측면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한화그룹의 후계자 구도도 예상해 볼 수 있다. 김 회장의 장남 김 사장이 태양광,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전무가 금융, 삼남 김동선 한화에너지 상무보가 에너지 분야에서 각각 경영 참여를 하고 있는 가운데 김 회장이 친환경 사업에 힘을 쏟을 경우 한화그룹 후계자는 김동관 사장에 무게추가 쏠리는 셈이다. 김 회장이 경영 복귀 이후 각 계열사에 포진된 아들들의 경영 수업을 확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 회장의 경영 복귀 시점과 맞물려 그의 차기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설도 재계에 회자된다. 현 허창수 전경련 회장의 임기가 2월 말까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이후 10년째 전경련을 이끌고 있는 허 회장은 2017년부터 연임을 고사해오고 있다.

김 회장은 1991년부터 전경련 부회장단에 속해 내부 사정을 가장 잘 아는 인물로 꼽힌다. 전경련이 올해 창립 60주년을 맞이한다는 점도 한화그룹 총수 취임 40주년을 맞은 김 회장이 무게감 있는 인물로 적합하다는 평가다.

다만 전경련이 2016년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되며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는 점은 김 회장이 차기 회장을 수락하기 부담스러운 대목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한화그룹 측은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재계 관계자는 “재계의 큰형 격인 김 회장이 경영 보폭을 넓히면 기업규제 법안 등 악재가 거듭되고 있는 경제계에는 큰 힘이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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