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반(反)기업법 입법’ 강행에 경제단체 고위직 줄사퇴 우려

김용근 경총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김용근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김 부회장은 잇단 ‘반(反)기업법 입법’에 무력감을 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는 김 부회장의 퇴진에 대해 반기업법 입법을 강행하고 있는 정치권에 대한 불만의 메시지로 해석하고 있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김 부회장이 처음 사의 의사를 표명한 것은 지난해 12월 정기국회 종료 직후로 알려졌다. 당시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 노동조합법 개정안 등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 1월에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도 입법됐다. 모두 기업을 옥죄는 ‘반기업법’으로 불린다.

이에 회의감을 느낀 김 부회장은 설 연휴 직전 손경식 경총 회장에게 재차 사임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회장은 “반기업법 입법에 앞장서 반대해 왔지만, 경제계의 의견을 반영시키지 못했다”며 무력감을 나타냈다는 것이 경총 관계자의 전언이다. 회원사에 대한 도의적인 책임이 담겨 있다고 한다.

재계 관계자는 “대한상공회의소에 이어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무역협회가 회장 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주요 경제단체의 부회장이 자진 사퇴하는 이유에 대해 주목해 달라”고 강조했다.

임기를 1년 남겨둔 김 부회장이 자신의 중도 사의 표명을 통해 정부·여당의 입법 강행에 대한 태도 변화를 촉구한 것이라는 것이다. 김 부회장은 중소기업중앙회 등 주요 경제단체 부회장들과 함께 반기업법 입법에 반대하는 역할을 해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3월 초로 예정된 대한상의 회장 취임을 앞두고, 여당이 2월 국회 통과 방침을 세운 이익공유제에 대한 산업계 반발을 전달한 방안을 골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회장 교체를 앞둔 전경련과 무역협회 역시 정치권에 경제계의 우려를 전달할 수 있는 무게감 있는 수장 선출 계획에 고심 중인 상황이다.

재계는 새 얼굴을 통해 정치권과 소통을 늘려가겠다는 전략이지만, 정치권에서 일방적인 입법 규제가 이어질 경우 경제계의 여론을 주도하고 있는 경제단체에서 줄사퇴를 할 가능성이 있다.

경제단체 고위직에서 반기업법 입법 강행을 이유로 사퇴를 이어갈 경우, 정치권은 여론에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경제단체 한 관계자는 “김 부회장의 사의 표명은 제2, 제3의 사퇴 예고편일 수도 있다”면서 “한동안 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전망했다.

재계의 강한 만류에도 김 부회장의 사퇴 의지는 굳건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2월 연임된 김 부회장의 임기는 내년 2월까지다. 김 부회장의 후임 인선 작업은 이달 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경총은 오는 17일 회장단 회의를 열어 김 부회장 후임 문제를 논의한 뒤 24일 총회에서 후임자를 선임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회장 후임으로는 산업자원부·지식경제부 등에서 근무한 이동근 현대경제연구원장이 후보로 거론된다. 이 원장은 손 회장의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시절, 상근부회장을 맡아 호흡을 맞춘 바 있다. 또 오랫동안 경총에서 근무하며 재계에 폭넓은 네트워크를 쌓아온 류기정 전무의 승진 가능성도 언급된다. 산업부 출신 관료들의 이름도 오르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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