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수(왼쪽) 전경련 회장과 김영주 무역협회 회장. 사진=연합뉴스 제공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2021년은 국내 간판 경제단체들인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무역협회가 회장을 교체하는 해다. 하지만 대한상의가 차기 회장 단독 추대까지 마무리 지은 데 반해, 전경련과 무역협회는 유력 후보군이 아직 구체적으로 거론되지 않고 있다.

5일 경제계에 따르면 대한상의, 전경련, 무역협회 회장 임기는 2월 중 마무리된다. 대한상의는 이미 지난해 말부터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이름이 오르내린 끝에 ‘최태원호’ 출범이 확정됐다. 반면 전경련과 무역협회는 이렇다 할 후보가 나서지 않으면서 현 회장들의 ‘연임’ 가능성만 점쳐지고 있다.

전경련은 올해 창립 60주년이라는 뜻 깊은 해를 맞이했다. 대한민국 경제산업 이슈를 이끌어가는 기관 중에서도 첫 손에 꼽히는 위상을 유지해온 전경련이다. 하지만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이후 여론의 지탄을 받으며 위상이 급속도로 추락했다. 적폐 딱지에 4대그룹이 잇달아 탈퇴하면서 몸집이 눈에 띄게 쪼그라들었다.

전경련이 차기 회장을 구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진보 성향의 정당과 시민들로부터 해체를 요구받기도 하면서 훼손된 전경련의 대외적 이미지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전경련 회장이 철저한 명예직이라고는 하지만, 기업의 경제적 가치에 신경을 써야 하는 총수로서 사회 눈 밖에 난 경제단체 수장직을 맡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전경련은 국정농단 사건 후 문재인 정부의 주요 행사에 초대받지 못하는 찬밥 신세다. 지난 2019년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로 민간 외교의 중요도가 떠오른 시점에 이뤄진 문 대통령의 30대 기업 대표 초청 간담회에도 초대받지 못한 것이 대표적인 ‘전경련 패싱’ 사례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전경련 해체를 주장하기도 했다.

경제단체의 입지가 재계에서 상당히 좁아진 것도 기업 총수들이 회장직을 반기지 않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최근 중대재해기업처벌과 공정경제 3법 등이 잇달아 국회를 통과하는 과정 속에서 허창수 전경련 회장을 포함해 경제단체 회장들의 우려가 적지 않게 나왔지만, 사실상 이들의 의견이 무시되는 수준이었다는 것이 재계의 불만이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정부·여당은) 결론을 정해놓고 형식적으로 의견을 청취하는 수준이었다”면서 “발언권이 존중받지 못하는 단체의 수장직에 누가 관심을 두려 하겠나”라고 토로했다.

차기 전경련 회장을 두고 구체적인 하마평은 나오고 있지 않지만, 재계에서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을 유력하게 보고 있다. 김 회장은 1991년부터 부회장단에 합류해 전경련 내부 사정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 총수들이 전경련을 탈퇴할 때도 자리를 지켜왔다.

다만 이에 대해 한화그룹 관계자는 “전혀 계획이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현 회장인 허창수 GS 명예회장이 연임할 가능성도 있다. 허 회장은 2011년부터 전경련을 이끌어 왔다. 그러나 2017년부터 연임을 고사해온 허 회장이 이번에는 자리를 물려주겠다는 의지가 확고할 것이라는 것이 재계의 관측이다. 물론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는 내려놓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경련 회장은 2년 임기다. 연임 제한은 없다.

무역협회도 회장 후보군이 뚜렷하게 부각되지 않고 있다.

무역협회 회장은 최근 수년 간 정부 관료 출신들이 도맡아 왔다는 특징이 있다. 26대 이희범 회장은 산업자원부 장관을 역임했고, 27대 사공일 회장과 28대 한덕수 회장은 경제부총리를 지냈다. 29~30대 연임한 현 김영주 회장도 산업부 장관 출신이다.

이에 따라 무역협회 안팎에서는 김 회장의 연임 가능성과 함께 청와대나 정부를 거친 고위관료의 내정설을 지켜보는 분위기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정치권의 입법 활동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재계의 구심점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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