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규제 법안 강화 추세 속 대한상의의 강한 목소리가 필요하다는 의견 제기

정부·정치권과 이해관계 충돌 불가피...재계 대변과 기업 ESG 전도사 역할 기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직 배턴 터치 앞둔 박용만(왼쪽) 현 회장과 최태원 차기 회장. 사진=연합뉴스 제공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 단독 추대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향후 행보에 대해 재계는 물론 정치권도 주목하고 있다. 최 회장의 검증된 경영능력과는 별도로 경제단체 수장으로서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기업규제 법안 강화 추세에 대한상의의 강한 목소리가 필요하다는 의견과 함께 ‘쓴소리’를 과감히 해야 한다는 요구가 벌써부터 재계에서 제기된다.

현재 정치권에선 중대재해처벌법과 공정경제3법, 이익공유제 등 기업 규제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내고 있다. 이에 최 회장이 지난 1일 대한상의 차기 회장직에 추대되면서 그가 감당해야 할 ‘정치 리스크’에도 관심이 쏠린다.

최 회장은 오는 3월24일 대한상의 의원총회에서 회장으로 선출될 예정이다. 4대 그룹 총수 중 처음으로 대한상의 회장을 맡는 사례가 된다.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은 만큼, 앞으로는 최 회장이 선도하는 대한상의가 재계 대표 단체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것이 재계의 관측이다.

그러나 최 회장 앞에 놓인 과제도 만만치 않다.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 등 18만 회원사를 아우르는 대한상의 회장으로서 정부·정치권과 이해관계 충돌은 불가피하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최 회장이 (상의 회장직에) 단독 추대된 뒤 첫 일성이 ‘상의와 국가 경제를 위해 무엇을 할지 고민하겠다’ 였다”면서 “현재 경제계가 무엇을 우려하고 있는지부터 고민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경제계 일각에선 현 대한상의 박용만 회장이 최근 국회의 기업 규제 법안 통과를 막지 못하면서 좀 더 무게감 있는 회장을 선택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최 회장은 4대 그룹 총수 중 62세로 가장 나이가 많고, 총수에 오른지도 23년째로 가장 오래 됐다는 점에서 연륜과 무게감을 갖춘 ‘재계의 맏형’으로 불린다.

정치권이 경제계 최대 스피커로 떠오른 최 회장과 대한상의의 의견을 홀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재계의 부담이 되는 공정경제3법만 하더라도 SK그룹도 자유롭지 않다"며 "사회적으로 재계를 대변하는 역할과 SK의 사내 현안을 두루 챙기는 바쁜 일정이 앞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대한상의를 7년간 이끈 박 회장이 막지 못한 기업 규제 법안을 최 회장도 견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재계 일각에선 최 회장이 취임 초기에는 그룹 경영철학이자 문재인 정부가 중요하게 여기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의 전도사 역할을 충실히 하면서 사회 전반의 부정적인 재계 이미지를 쇄신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최근 최 회장의 대정부 소통 행보도 이 같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최 회장은 지난해 7월 문재인 대통령과 SK하이닉스 이천 캠퍼스에서 만나 반도체 생태계 육성 방안에 대해 대화를 나눴고, 같은 해 2월에는 문 대통령 주재로 열린 ‘코로나19 대응 경제계 간담회’에 참석해 전년 수준의 투자와 고용창출을 약속하기도 했다. 또 올해 들어서는 지난 1월20일 SK바이오사이언스를 방문한 문 대통령을 만나 코로나19 백신 생산 현황에 대해 논의한 바도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침체된 경제를 살리기 위해선 민관 협력이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데 따른 소통을 확대하는 행보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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