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총리 "소송 계속되면 남좋은 일만…작은 파이 놓고 싸우지말고 큰 세계로 나가야"

지동섭 SK이노 대표 "국민들께 매우 송구...LG와 협력적인 대화 노력할 것"

정세균 국무총리가 28일 서울 목동의 한국예술인센터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신지하 기자]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간 전기차 배터리 소송전이 햇수로 3년째에 접어든 가운데, 정세균 국무총리가 "경제적인 문제뿐 아니라, 소송이 계속되면 남 좋은 일만 생긴다"며 양사의 원만한 해결을 강하게 촉구했다.

정 총리는 28일 한국방송기자클럽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대한민국의 대표 기업인 LG와 SK가 미국에서 3년째 소송 중인데, 소송비용만 수천억원에 달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 총리는 "미국 정치권까지도 나서서 제발 좀 해결하라고 하는데, 부끄럽지 않냐”며 "양사 최고책임자와 연락하고 만나도 빨리 해결하라고 권유했는데 아직도 해결이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양사가 한 발씩 물러서서 빨리 이 문제를 해결하면 K-배터리 미래가 크게 열린다"며 "자기들끼리 작은 파이를 놓고 싸우지 말고 큰 세계 시장을 향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상황을 빨리 만들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내달 10일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낸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 최종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앞서 ITC는 작년 2월 SK이노베이션에 대해 증거인멸 혐의가 명백하다며 '조기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이 이의 신청을 냈고, ITC는 두 달 후인 4월 '전면 재검토' 결정을 내리면서 소송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졌다.

지난해 말에는 미국 조지아주와 테네시주 하원의원들이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에 전기차 배터리 소송 관련 합의를 촉구하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이들은 SK이노베이션의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투자(3조원 규모)와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를 공급받을 폭스바겐 전기차 공장 등을 언급하며 SK에 불리한 판결이 확정되면 미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뜻을 전했다.

배터리 업계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간 소송전이 격화하면서 ITC 최총 판결 이전에 양사가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영업비밀 침해소송과 별개로 양사는 미 법원에서 특허 침해소송도 진행 중이다. 법적 분쟁이 모두 마무리되기까지 수년이 소요될 수 있는 만큼 수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소송비용 등 양측의 피해는 가중될 전망이다. 자국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받는 중국 CATL의 추격도 위협적이다.

이날 지동섭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 대표는 정 총리의 발언과 관련해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산업이 저희 회사의 성장을 견인하는 것은 물론이고, 제2 반도체로 국가 경제 및 관련 산업 생태계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판단해 집중 육성하고 있다"며 "LG화학(현 LG에너지솔루션)과 3년차에 접어 든 소송 과정에서 성실하게 임해 왔음에도 원만하게 해결을 하지 못해 국민들께 매우 송구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지 대표는 "국무총리께서 배터리 소송에 대해 크게 우려를 표하신 것은 이같은 국민적인 바람이라고 엄중히 받아들이고 있다"며 "국민적인 우려와 바람을 잘 인식해, 분쟁 상대방과의 협력적이고 건설적인 대화 노력을 통해 원만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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