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북경자동차 산하 배터리 재사용 업체 블루파크스마트에너지(BPSE)가 항저우에서 운영 중인 배터리 교체 스테이션. 사진=SK이노베이션 제공
[데일리한국 신지하 기자] SK이노베이션이 세계 전기차 시장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중국에서 교체식 배터리 사업을 추진할 교두보를 마련했다. 배터리 제조업 중심의 사업 모델에서 벗어나 서비스 플랫폼으로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전략이다.

SK이노베이션은 21일 중국 북경자동차 산하 배터리 재사용 업체 블루파크스마트에너지(BPSE)의 지분 13.3%를 취득해 주요 전략적 투자자의 지위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지동섭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 대표·사장은 "SK이노베이션의 고품질 장수명 배터리 기술과 BPSE의 교환식 배터리 운영 기술을 결합한 BaaS 사업모델로 미래 전기차 시장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겠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과 BPSE는 '전기차 배터리 서비스 사업(Battery as a Service·바스·BaaS)'에 협력하기로 했다. BaaS는 배터리 랜탈부터 충전, 재사용, 재활용 등 전기차 배터리 기반 서비스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공단에 따르면 폐배터리 시장은 2030년에 올해보다 약 46배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초기에 도입된 전기차의 폐차 시기가 다가오고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향후 폐배터리 시장은 급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은 장수명, 고품질 배터리 관련 기술에 바탕을 둔 사업 경쟁력을 기반으로 배터리 제조업을 넘어 배터리 렌탈과 충전, 재사용, 재활용 등 배터리 생애주기 전반에 걸친 서비스 사업까지 사업 모델 혁신을 추진해 왔다.

전기차 배터리 사업과 관련해 전·후방 밸류체인을 완성할 수 있는 이른바 '5R(Repair, Rental, Recharge, Reuse, Recycling) 전략 플랫폼'으로 BaaS 체계를 구축해 e모빌리티 솔루션 공급자로 성장한다는 목표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지난 4일 신년사에서 "SK이노베이션의 독특한 BaaS 사업으로의 확장을 통해 추가적인 가치를 확보하자"고 언급하기도 했다.

BPSE는 중국 공업신식화부(공신부)로부터 배터리 재사용 사업을 인가받은 전문 기업이다. 북경지역 택시, 공유서비스(MaaS)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배터리 교체 스테이션을 운영하고 있으며 교체식 배터리에 대한 중국의 국가 표준 제정을 주도하며 관련 산업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양사가 협력하는 첫 BaaS 사업 분야는 배터리 교체 스테이션이다. 배터리 교체 스테이션은 주유소처럼 오프라인 매장을 기반으로 방전된 배터리 팩을 충전된 배터리팩으로 통째로 교체하는 서비스다. 짧은 시간 안에 교체가 가능해 충전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기존 충전식 배터리의 한계를 극복할 전망이다.

또한 주행거리가 상대적으로 긴 택시, 차량공유서비스 등 모빌리티 차량 중심으로 배터리 교체 서비스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향후 성장도 기대된다. 배터리 교체 서비스는 전기차와 배터리의 소유권을 분리할 수 있어 배터리 렌탈, 재사용 등 다양한 서비스 분야로 확장이 쉽다.

배터리 교체 스테이션에 비치된 배터리는 '에너지저장장치(ESS)'로도 활용할 수 있다. 향후 도심 내 분산 전원 인프라를 구축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은 국내에서도 최다 주유소를 보유하고 있어 향후 국내에서도 배터리 교환스테이션과 ESS 사업으로 확장이 가능하다.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기술력은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으며 납품량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배터리 납품량에서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019년 처음 10위권에 진입한 데 이어 작년 1월 7위로 시작해 11월(현재까지 나온 집계) 누적 5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1~11월 중국 시장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EV, PHEV, HEV)에 탑재된 배터리 사용량에서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239.7% 급증한 6.5GWh를 기록해 4위를 차지했다.

SK이노베이션은 중국, 헝가리, 미국 등 글로벌 거점에 배터리 공장에 대한 투자도 지속적으로 단행하고 있다. 미국 조지아주에서는 9.8GWh 규모 1공장에 이어 11.7GWh 규모 제2공장을 건설 중이다.

1공장은 올해 상반기 중 테스트 가동을 시작해 내년부터 본격 상업 양산에 들어간다. 2공장은 내년에 완공해 2023년부터 상업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미국에서만 연간 43만대(대당 50KWh 기준) 전기차에 납품할 수 있는 배터리 생산라인을 갖추게 되면서 2023년 총 생산능력은 약 80GWh, 2025년에는 100GWh에 이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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