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 사옥 전경. 사진=GS 제공
[데일리한국 신지하·임진영 기자] GS그룹이 계열사 GS건설을 내세워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전에 나섰지만 정작 본입찰에는 불참했다. 재계에서는 최근 허태수 그룹 회장이 취임 이후 처음 단행한 임원 인사에서 인수·합병(M&A)에 전문성을 갖춘 외부 인재를 적극 영입하면서 현대중공업지주 측과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를 두고 각축전을 벌일 것으로 전망해 왔다. GS의 보수적 행보가 변화할 것이란 관측이 어긋났지만 일각에서는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라는 GS만의 신중한 행보가 돋보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GS그룹은 인수·합병 시장에서 국내 주요 5대 그룹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태도를 견지하는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지난 2008년 GS는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 뛰어들었으나 본입찰에는 나서지 않았다. 당시 그룹 오너였던 허창수 회장이 강하게 인수 의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포스코와 컨소시엄 구성까지 합의하며 시장에서 가장 유력한 인수후보로 꼽혔으나 포스코와 입찰금액을 두고 입장 차이로 인해 결국 인수전에서 발을 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도 GS는 아시아나항공이 매물로 나온 직후 예비입찰 전까지 강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됐다. 시장에서는 정유사업을 중심으로 하는 GS의 사업 기반이 항공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GS는 예비입찰에서부터 일찌감치 인수 의향이 없다고 선을 그었고 이 같은 판단은 본입찰 마감까지도 이어졌다.

이번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전에서도 GS의 행보는 재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GS건설은 '풍문 또는 보도에 대한 해명 공시'를 통해 "실사자료 확보 미흡과 인수를 위한 변수 추가 검토 등의 사유로 지난 24일 (두산인프라코어) 본입찰에 불참했다"고 밝혔다.

다만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추후 매각 진행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할 계획"이라며 향후 인수전 참여 여지는 남겨뒀다.

GS건설 관계자는 "매각 주관사인 크레디트스위스(CS)가 인수가를 명확히 제시하고, 이를 검토하기 위한 실사 자료도 충분히 확보된다면 다시 인수전에 참여할 의사가 있다"며 "또 타 기업과의 인수 협상이 불발될 변수도 있는 만큼, 계속 소송과 인수 과정 등 진행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GS의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전 불참은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 소송에 따른 우발부채 문제가 결정적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두산인프라코어는 중국 법인인 DICC의 재무적투자자(FI)들과 DICC 기업공개(IPO) 및 동반 매도 청구권 행사 무산 등에 따른 소송을 진행 중이다.

1심에서는 두산인프라코어가 승소했지만 2심에서는 FI가 승소했다. 내년 초 열릴 3심에서 두산인프라코어가 패소할 경우 8000억~1조원 규모의 우발채무가 발생한다. 이는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대금으로 예상되는 금액(8000억~1조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두산인프라코어가 승소해도 FI가 동반 매도 청구권을 행사하면 DICC를 팔아야 하는 위험도 있다. 다만 두산그룹은 인수기업에 DICC 우발채무를 넘기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GS건설의 이번 본입찰 불참이 사실상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장문준 KB증권 연구원은 "GS건설이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에 참여하는 형태 자체가 소극적이었다"며 "인수전에도 가장 마지막에 뛰어들었고, 인수 과정에 있어서도 GS건설이 주체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사모펀드와 함께 컨소시엄을 맺고 투자자로써 소극적으로 들어가는 모양새로 인수전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GS건설이 지난해와 연초 이니마 사업 등 최근에 신사업에 투자하면서 성과도 나왔다"며 "시장에서도 GS건설이 현재 진행 중인 신사업에 대해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는 상황에서 인수가 등 CS가 제시한 조건이 너무 유리하다면 모르겠지만, 굳이 무리를 하면서 인수전에 다시 참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동헌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미 타기업들이 본입찰에 들어간 상황에서 다시 뒤늦게 GS건설이 인수전에 참여하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GS건설의 인수 재참여는 본입찰에 들어간 기업들의 인수가 최종 무산된 후에나 가능한 얘기"이라고 말했다.

또 "두산인프라코어 인수가가 9000억원 정도로 예상되는데, GS건설의 현금성 자산은 2조원 정도로, 자금 여력이 인수전에 총력을 다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닐 것"이라며 "DICC 소송 결과에 따라 추가적으로 자금이 투입될 가능성이 있어 리스크가 크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러한 GS그룹과는 달리 한화그룹이나 SK그룹 등은 적극적으로 인수·합병을 진행하며 사세를 확장해 왔다. 특히 2015년 한화그룹은 `삼성테크윈(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삼성탈레스(현 한화시스템)·삼성종합화학(현 한화종합화학)·삼성토탈(현 한화토탈) 등 삼성 4개 계열사를 인수하며 석유화학·방위산업 분야에서 국내 대표 기업으로 올라섰다.

최근 SK그룹도 SK하이닉스를 통해 미국 인텔의 낸드 사업 부문 전체를 10조3000억원에 인수, 국내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이란 승부수를 던졌다. 직전까지 국내 인수·합병 사상 최대 기록은 지난 2016년 체결된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로 규모가 약 80억 달러에 달했다.

SK하이닉스는 이번 인수·합병으로 D램에 이어 낸드플래시 분야에서도 세계 2위로 도약하며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시장 1위 삼성전자와 양강 구도 체제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일선 CXO 연구소장은 "GS그룹은 인수·합병 사안에 대해 보수적이고 안전하게 가려는 경향이 크다"며 "과거 인수전 이후 나타난 '승자의 저주' 사례들을 의식하며 무리하지 않으면서 기존에 그룹이 보유한 역량을 해치지 않는 것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자기 능력 범위 내에서만 인수·합병을 추진하겠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내보내고 있는 것"이라며 "이는 과감한 포기가 곧 일종의 '승부수'이면서도 또 다른 인수·합병 전략이라고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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