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소유한 송현동 부지.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주현태 기자] 대한항공의 자구책 중 하나인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 매각이 최종 합의를 앞두고 돌연 잠정 연기됐다. 국민권익위원회의 중재로 의견 접근을 이루는 듯 했지만 서울시가 계약서상 ‘매매계약 시점’을 두고 문구수정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30분께 국민권익위원회, 서울시, 대한항공이 참여한 가운데 개최될 예정이었던 송현동 부지 매각 조정 합의 서명식이 연기됐다.

이는 전날 서울시가 상당수 합의가 이루어진 권익위의 조정문안을 두고 문구수정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계약서와 관련해 계약시점을 특정하지 않으면서 ‘조속한 시일 내에 계약 체결하도록 노력한다’라는 문구로 교체하자는 의견을 냈다.

권익위가 작성한 조정문에는 계약시점과 대금지급시점이 명기. 권익위법상 조정이 민법상 ‘화해’의 효력을 지니는 만큼 이행청구권에 대한 조항도 명기됐다. 권익위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조정문을 지난 16일 공문으로 대한항공, LH, 서울시에 송부했고 수정의견을 반영해 20일, 23일 두차례 더 의견 조회를 했다.

이 과정에서 서울시는 계약시점, 대금지급시점이나 이행청구권에 관한 문구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었다. 이에따라 대한항공과 LH는 지난 23일 조정문안에 이견이 없다는 의사를 공문으로 최종 회신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전날 법률자문을 통한 결과라면서 계약시점 등 문구 수정을 요구했다. 이는 LH와 부지(서부면허시험장) 맞교환과 관련한 논쟁이 격화되면서, 조정문에 대한 시의회 동의가 불투명해졌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서울시의 태도와 관련해 대한항공에서는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대한항공은 내년까지 채권단이 1조2000억원을 지원한 것에 대한 자구안을 이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실적으로 대한항공은 LH를 통한 3자매각이 불발되면 공원화 계획이 백지화 되지 않는 이상 매각방법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서울시는 이미 장기미집행 공원을 위해 1조2902억원 규모의 지방채를 발행할 예정이고, 장기적으로는 14조원 이상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서울시 자체적으로 내년까지 송현동 부지를 매입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대한항공 측은 “서울시가 시의회 동의도 어려울 수 있다면서 ‘노력한다’라는 문구로 조정문을 수정하자고 하는 것은 나중에 가서 시의회의 부동의를 방패삼아 조정문을 이행하지 않을 수 있다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시의회 통과가 부정적이라고 하면서 확약도 해줄 수 없다고 하는 것은 결국 아무것도 못해준다는 것과 같다”며 “결국 서울시만 믿고 갔다가 내년에 돈을 지급받지 못하면, 대한항공은 자구안을 이행하지 못하는 게 된다. 서울시는 이 문제가 대한항공 임직원의 생존이 걸린 문제라는 것을 이해하고 있는 것인지도 의문스럽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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