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개 계열사 이사회 열고 정기임원인사 단행

50대 초반 임원, 대표이사로 대거 전진 배치

젊고 우수한 CEO 발탁 위한 임원 직제 개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롯데그룹 제공
[데일리한국 정은미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롯데그룹이 정기 임원인사에서 임원 20% 감축하고, 직급 단계를 축소하며 조직 슬림화에 나섰다. 또 50대 초반의 젊은 CEO를 전면 배치하며, 위기 돌파를 위한 신성장동력 발굴에 주력한다.

롯데그룹은 26일 롯데지주를 비롯해 유통·식품·화학·호텔 부문 35개사 계열사의 2021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임원인사는 예년 대비 약 한 달가량 앞당겨져 실시한 것이다. 코로나19 등으로 국내외적으로 매우 불확실해진 경영환경에 대비해 내년도 경영계획을 조기 확정하고 실천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지난 8월 황각규 부회장이 용퇴하는 등 창사 이후 처음으로 비정기 인사를 단행하며 변화의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정기 임원인사에서 임원 20%, 약 100명을 퇴직시키며 이 같은 의지를 다시 한 번 나타냈다.

롯데그룹의 식품 분야를 이끌던 이영호 식품BU장 사장도 이번에 일선에서 용퇴했다.

신임 식품BU장에는 이영구 롯데칠성음료 대표이사가 사장으로 승진하며 보임했다. 이 사장은 1987년 롯데칠성음료에 입사해 롯데알미늄, 그룹 감사실 등을 거쳤다. 2009년부터 롯데칠성음료 전략부문장과 마케팅부문장을 역임했다. 2017년부터 롯데칠성음료 대표를, 2020년에는 음료와 주류 부문을 통합해 대표를 맡아왔다.

롯데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롯데지주에서는 커뮤니케이션실장인 오성엽 사장이 물러나고, 그 자리에 롯데건설 고수찬 부사장이 승진 보임했다.

또 준법경영실장으로는 컴플라이언스 강화를 위해 검사 출신 박은재 변호사를 부사장 직급으로 영입했다.

특히 이번 임원인사에서는 50대 초반의 젊은 임원들이 대표이사로 대거 등용됐다. 시장의 니즈를 빠르게 파악하고, 신성장동력을 적극적으로 발굴해낼 수 있는 젊은 경영자를 전진 배치해 위기를 타개하겠다는 신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롯데칠성음료의 신임 대표이사는 50세의 박윤기 경영전략부문장이 전무로 승진, 내정됐다. 롯데네슬레 대표이사였던 강성현 전무는 50세로 롯데마트 사업부장을 맡게 됐다.

롯데푸드 대표이사에는 롯데미래전략연구소장을 역임한 51세 이진성 부사장이, 롯데케미칼 기초소재 대표이사에는 LC USA 대표이사였던 52세 황진구 부사장이 승진 내정됐다.

신임 롯데지알에스 대표이사에 내정된 롯데지주 경영개선팀장 차우철 전무와 롯데정보통신 대표이사로 보임하는 DT사업본부장 노준형 전무도 52세다.

롯데는 이와 함께 임원 직급단계도 기존 6단계에서 5단계로 축소하고, 직급별 승진 연한도 축소 또는 폐지하는 등 슬림화했다.

젊고 우수한 인재들을 조기에 CEO로 적극 배치하려는 조치라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부사장 직급의 승진 연한이 폐지됨으로써, 1년만에도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할 수 있게 됐다. 기존 상무보A와 상무보B 2개 직급은 ‘상무보’ 직급으로 통합했다.

기존에는 신임 임원이 사장으로 승진하기까지는 기존 13년이 걸렸지만, 이번 직제 개편을 통해 승진 가능 시기가 대폭 앞당겨졌다.

롯데 관계자는 “이번 임원인사는 혁신을 가속하기 위한 대대적인 인적 쇄신과 임원 직제 슬림화가 특징”이라며 “철저한 성과주의에 입각한 인사로 승진 및 신임 임원 수를 지난해 대비 80% 수준으로 대폭 줄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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