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주춧돌…변화와 혁신 강조하며 수많은 어록 남겨
  • 1987년 회장 취임사. 사진=삼성전자 제공
[데일리한국 이하린 기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5일 오전 향년 78세로 별세했다. 2014년 5월 급성심근경색증으로 쓰러진 뒤 6년 만이다. '반도체 신화'를 쓴 이 회장은 오랜 세월 한국 경제의 주춧돌로 역할했다. 삼성 경영의 초석이 된 그의 어록을 모아봤다.

"삼성은 이미 한 개인이나 가족의 차원을 넘어 국민적 기업이 됐다. 미래 지향적이고 도전적인 경영을 통해 삼성을 세계적인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시킬 것이다" (1987년 12월 1일 취임사)

이 회장은 이병철 창업주의 셋째아들이다. 형인 이맹희 전 CJ그룹 명예회장, 이창희 전 새한그룹 회장을 제치고 삼성그룹 경영 후계자에 올랐다. 이 회장은 1987년 11월 19일 이 창업주가 타계한 이후 12월 1일 제2대 삼성그룹 회장에 올랐다. 당시 나이 46세였다.

"우리나라는 선진국과 어깨를 겨루게 됐다. 이런 놀라운 성장에 삼성이 중추적 역할을 했다는 사실에 크나큰 긍지와 자부심을 갖는다. 지난 반세기의 발자취를 거울로 삼아 삼성의 위대한 내일을 설계하자" (1988년 3월 제2창업 선언)

이 회장은 회장 취임 이듬해인 1988년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제2창업을 선언했다. 새로운 50년을 준비하기 위해 '자율경영, 기술중시, 인간존중'의 3가지를 핵심 과제로 내세웠다. 동시에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의 도약을 그룹의 21세기 비전으로 정했다.

  • 1993년 신경영 선언. 사진=삼성전자 제공
"국제화 시대에 변하지 않으면 영원히 2류나 2.5류가 될 것이다. 지금처럼 잘해봐야 1.5류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자" (1993년 6월 프랑크푸르트 선언)

이 회장은 1993년 200여명의 삼성전자 임원을 모아놓고 근본적 변화와 혁신을 강조한 '삼성 신경영'을 선언했다. 명확한 현실 인식과 자기반성을 통해 과감히 변화하고, 양보다는 질 위주의 경영으로 최상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메시지였다.

"다른 나라는 남자 여자가 합쳐서 뛰고 있는데 우리는 남자 홀로 분투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실로 인적 자원의 국가적 낭비다" (1997년 이건희 에세이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 中)

이 회장은 일찍부터 여성 인재 육성을 강조했다. 2011년에는 그룹 내 여성 임원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유연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데 여성은 능력도 있고 유연하다"며 "여성이 사장까지 해야 한다. 그래야 가진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신경영을 안 했으면 삼성이 2류, 3류로 전락했거나 망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등골이 오싹하다. 신경영의 성과를 국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확산시켜 나가자" (2003년 6월 5일 신경영 10주년 기념사)

1993년 신경영 선언 이후 10년간 삼성은 가파르게 몸집을 키웠다. 1992년 2300억원이었던 세전 이익이 2003년 15조원으로 66배 늘었다. 동기간 부채비율이 336%에서 65%로 낮아지고 시가 총액은 20배 증가하는 등 글로벌 삼성으로 성장했다.

  • 2004년 반도체 30년 기념서명. 사진=삼성전자 제공
"반도체 사업 진출 당시 우리 기업이 살아남을 길은 머리를 쓰는 하이테크산업 밖에 없다고 생각해 과감히 투자를 결정했다" (2004년 12월 반도체 30년 기념식)

반도체사업은 이 회장이 공들여 키운 대표적 사업으로 꼽힌다. 이 회장은 1974년 경영진의 반대를 무릅쓰고 한국반도체 지분을 인수했다. 이후 대규모 선행투자를 통해 기술력을 확보한 결과 삼성전자를 세계 최고의 반도체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 2011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순간. 사진=삼성전자 제공
"전부 저보고 했다고 하는데 이건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이 이렇게 만든 것입니다. 평창 유치팀들이 고생이 많았습니다" (2011년 7월 6일 남아공 IOC 총회에서 평창 유치 성공 후)

이 회장은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발로 뛰며 헌신했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부터 2011년 남아공 더반 IOC 총회까지 1년 반 동안 11차례나 해외 출장을 다니며 유치활동을 벌였다. 이 회장은 평창이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결정된 순간 감격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자만하지 말고 위기의식으로 재무장해야 한다. 실패가 두렵지 않은 도전과 혁신, 자율과 창의가 살아 숨쉬는 창조경영을 완성해야 한다." (2013년 10월 28일 신경영 20주년 만찬 영상메시지)

21세기 초일류기업으로의 도약을 위해 '질 경영'을 강조했던 이 회장은 신경영 20주년에서 '위기의식 재무장'을 주문했다. 1등의 위기, 자만의 위기와 싸워야 한다며 더 높은 목표와 이상을 위해 새롭게 출발할 것을 독려했다.

"변화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시장과 기술의 한계를 돌파해야 한다. 남보다 높은 곳에서 더 멀리 보고 새로운 기술,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내자" (2014년 1월 2일 신년사)

2014년 5월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지기 전 마지막으로 남긴 그해 신년사에서도 이 회장은 '마하경영'을 강조했다. 마하 속도를 내려면 제트기의 엔진, 기체, 부품을 모두 새로 설계해야 하는 것처럼, 삼성 역시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하려면 체질과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의미였다. 2013년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음에도 계속해서 변화와 혁신을 강조했다.

기자소개 이하린 기자 다른기사보기
데일리한국 뉴스스탠드
본 기사의 저작권은 한국미디어네트워크에 있습니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입력시간 : 2020/10/25 14:30:46 수정시간 : 2020/10/25 14:30:46
SNS 소비자가 뽑은 2020 올해의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