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가락농수산물종합도매시장에서 상인들이 낙찰된 배추들을 옮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정은미 기자] 올 여름 잦은 비와 태풍 등 기상 악화로 채소 값이 폭등하면서 장바구니 물가를 넘어 식품·외식기업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포장김치 업계는 배추 가격 급등에 생산량 조절에 들어갔으며 외식업계는 토마토가 포함된 메뉴를 정상적으로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12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올해 고랭지배추 생산량은 작년보다 10.3% 감소한 35만5000톤으로 예상된다.

시장에 물량이 없다보니 배추 한포기 가격은 최근 1만원을 훌쩍 넘어섰다. 고랭지 배추 1포기 소매가격은 1만418원으로 지난해 가격(7541원)보다 약 40% 올랐다. 평년(5401원)보다 2배 가량 높은 가격이다.

이는 지난 여름 배추 주산지에 비가 자주 내린데다가 긴 장마와 태풍 등 기상악화로 생육이 불균형했고 병해가 증가한 탓이다.

여기에 무, 고추, 쪽파 등도 일제히 상승세를 보이며 김치 주재료들의 가격이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대상과 CJ제일제당 등도 불가피하게 생산량 조절에 들어갔다. 대상과 CJ제일제당은 지난해 기준 국내 포장김치 시장의 84.8%를 차지하고 있다.

대상의 김치 브랜드인 종가집은 공식 쇼핑몰인 정원e샵에서 포기김치와 맞춤형 김치인 '나만의 김치' 판매를 중단했다. 대신 열무김치나 총각김치, 갓김치 등을 주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CJ제일제당도 공식 온라인몰인 CJ더마켓에서 비비고 배추김치를 한정수량으로 판매하고 있다. 백김치는 '임시 품절' 상태다.

업계에선 고랭지 배추가 다시 나오는 이달 말 이후에나 김치 수급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대상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수급 조절에 들어간 상황으로 포기김치의 판매 재개 시점은 확정되지 않았다"며 ”이달 말부터 고랭지 배추가 나온다고 하지만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외식 업계도 별반 다르지 않다. 토마토 가격 급등으로 버거킹, 롯데리아 등 햄버거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토마토를 빼고 제품을 구성하거나 토마토를 뺀 제품 가격을 인하하고 있다

롯데GRS가 운영하는 롯데리아는 일부 매장에서 최근 태풍으로 인해 국내산 토마토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토마토 없이 햄버거 제품을 제공하고 있다. 토마토가 없는 해당 메뉴는 가격을 내려서 판다.

버거킹도 토마토 수급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토마토 제공이 어려울 경우 소스 및 야채류를 추가로 제공한다고 공지했다. 맥도날드 일부 매장에서는 토마토가 없이 제공되는 제품에 한해 음료 쿠폰을 제공했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역대 최장기간 장마와 태풍의 영향으로 토마토를 비롯한 채소값이 전체적으로 폭등했다”면서 “이달 들어 출하량이 늘긴 했지만 작황 악화로 물량이 줄면서 가격이 여전히 높아 당분간은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것 같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