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김진수 기자] 메디톡스는 6일(미국 현지시간) 공개된 ITC의 예비판결문에서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공정을 도용해 나보타(미국 제품명 ‘주보’)를 개발했다는 사실이 명백하게 밝혀졌고 그에 따라 ‘10년 수입금지’ 조치가 내려졌다고 10일 밝혔다.

ITC가 공개한 결정문은 영문으로 274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양이다. 예비판결문에는 쟁점별로 메디톡스, 대웅제약 그리고 ITC 소속 변호사가 했던 주장과 ITC 행정판사의 판단이 상세히 기재돼 있다.

메디톡스 측에 따르면 ITC 행정판사는 양측이 제출한 모든 증거를 검토했고 이 증거들이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균주와 제조공정 모두를 도용했다는 것을 충분히 뒷받침하며 자체적으로 개발했다는 대웅제약의 주장이 모두 거짓이라고 판단했다.

메디톡스는 ITC의 판결문 중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공정을 도용했다는 판단의 핵심 사항이 다음과 같다고 공개했다.

◇ 메디톡스 균주 특유의 6개의 독특한 SNP…대웅 균주에도 존재

메디톡스에 따르면 행정판사는 결정문에서 메디톡스의 균주와 대웅제약의 균주는 특징적인 DNA 지문인 6개의 독특한 SNP(단일염기다형성, 염기서열 중에서 하나의 염기의 차이를 보이는 유전적 변화 또는 변이)를 공유하고, 이러한 사실은 대웅제약이 사용하는 균주가 메디톡스의 균주로부터 얻은 것이라는 결론을 뒷받침한다고 판단했다.

결정문이 인용한 카임 박사의 유전자 분석 결과에 의하면 ‘공통되는 6개의 SNP는 염기서열이 알려진 다른 모든 보툴리눔 균주에서는 발견되지 않는 것으로, 오직 메디톡스의 균주와 대웅제약의 균주만 공유하는 유전자 변이다. 대웅제약 균주가 메디톡스 균주로부터 유래한 것이 아니라면 약 370만개의 염기로 구성된 균주의 DNA 염기서열 중 정확하게 동일한 6개 위치에서 다른 보툴리눔 균주들과 구분되는 독특한 SNP가 독립적으로 발생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설명한 바 있다.

또한, 행정판사는 메디톡스의 균주와 대웅제약의 균주가 약 370만개의 염기 중에 불과 최대 13개의 염기에서만 차이를 보인다는 카임 박사의 분석 결과를 인용하면서 이처럼 대웅제약의 균주가 메디톡스의 균주와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다는 점에서도 메디톡스의 균주로부터 유래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결정문에 의하면 대웅제약의 전문가인 셔먼 박사는 처음에는 두 균주가 145개의 SNP에 의해 구분된다고 주장했으나 행정판사는 “셔먼 박사가 자신의 오류를 인정하고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균주는 10개의 SNP 차이만을 가진다는 점을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 “토양에서 균주를 발견했다는 대웅제약의 주장은 허위”

또한 메디톡스에 따르면 행정판사는 균주를 토양에서 분리했다는 대웅제약의 주장은 신뢰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메디톡스의 균주와 메디톡스 균주의 기원인 홀 A 하이퍼(Hall A hyper) 균주는 모두 실험실에서 개발됐는데 6개의 독특한 SNP를 공유하는 대웅의 균주가 토양에서 자연적으로 분리, 동정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행정판사는 메디톡스의 제조공정이 메디톡스가 수년간 많은 연구 노력을 기울여서 완성한 영업비밀임을 인정했다.

아울러 행정판사는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제조공정에 관한 영업비밀을 불법적으로 유용했다고 판단했으며, 그 근거로 △대웅제약의 제조공정이 메디톡스의 제조공정과 우연의 일치로 볼 수 없을 정도로 유사함 △대웅제약이 제조공정을 스스로 개발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문서가 존재하지 않음 △대웅제약이 설명하는 제조공정 연구개발의 기간이 비현실적으로 짧음 등 세 가지 점을 지적했다.

행정판사는 증거 조사에서 제출된 수많은 자료들과 증언을 검토한 결과 두 회사의 제조공정이 적어도 10개 사항에 있어 공통점을 가지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3개의 핵심사항이 유사한 것은 결코 우연의 일치라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대웅제약이 최초로 제조공정을 가동한 2010년 8월 당시의 제조공정은 메디톡스의 메디톡신 제품의 제조공정을 그대로 ‘카피’한 것이라고 판단하면서, 대웅제약이 제조공정 개발 시 참고했다고 주장하는 기존 문헌들로부터 이러한 공정을 도출할 수 없다고 봤다.

◇ “대웅제약, 독자개발 뒷받침할 증거 없어”

이밖에도 메디톡스에 따르면 행정판사는 대웅제약이 제조공정을 독자적으로 개발했다면 마땅히 보유하고 있어야 할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를 보유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대웅제약이 자신의 보툴리눔 독소 제제인 DWP-450(나보타)과 관련해 ITC에 제출한 실험노트에는 개발 기간 동안 당연히 작성됐어야 하는 대웅제약의 독립적 개발을 확인할 수 있는 기록이 포함돼 있지 않았다.

반면 메디톡스는 보툴리눔 독소 제제 개발 당시 진행한 작업의 내용이 상세히 기록된 방대한 문서들을 제출했다.

또한, 행정판사는 전문가들의 증언과 자료를 근거로 대웅제약이 제조공정 개발에 소요됐다고 하는 기간이 결코 정상적으로 달성할 수 없을 정도의 짧은 기간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 “대웅제약, 메디톡스의 영업비밀을 도용했어야 하는 충분한 이유”

끝으로 메디톡스에 따르면 행정판사는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영업비밀을 도용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결정문에 의하면, 미국 엘러간사의 보톡스 제품을 수입해 판매하던 대웅제약은 엘러간사와의 수입계약이 종료된 2010년 무렵 보톡스를 대체할 제품 또는 이를 생산할 수 있는 보툴리눔 균주를 시급히 확보해야 하는 압박을 느끼고 있었다.

특히, 당시는 대웅제약의 개발부서 담당자가 경영진으로부터 시급히 보툴리눔 균주를 확보하라는 질책을 끊임 없이 받으면서 극도의 압박과 스트레스에 시달렸던 시기였고, 실제 2010년 3월에 대웅제약과 메디톡스를 퇴사한 직원 사이에 자문계약이 체결됐던 사실도 확인됐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양사가 제출한 방대한 분량의 자료, 관련자들의 증언과 전문가들의 양사 균주 DNA 분석결과 등을 상세히 제시하고 있어 ‘ITC가 확실한 증거도 없이 메디톡스 측의 일방적 주장만을 토대로 영업비밀 도용을 추론했다’는 대웅제약의 주장은 터무니없는 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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