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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한국 주현태 기자]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에 ‘선행조건 미이행 시 인수합병(M&A) 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며 제시한 최후통첩 마감 시한(15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업계에선 아직까지 M&A 협상을 진척시킬만한 전향적인 합의나 제안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상 선결조건을 마련하지 못해 파기 수순으로 가는 것이 아닌지에 무게가 실리는 모습이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은 현재 1700억원대 미지급금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공항공사에 시설 이용료를 감면 요청하고, 정유사와 리스사에 유류비와 리스료 등 미지급금을 놓고도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러한 이스타항공의 노력에도 제주항공이 내건 선결조건 이행은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260억원 규모의 임금체불도 해결치 못하고 있다. 이스타항공 직원 1600명이 부문별 대표를 선임해 구성한 근로자대표단과 운항 승무원 220여명이 속한 조종사노조는 여전히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지난 10일 조종사 노조 조합원을 제외하고 진행된 임금반납 의사를 묻는 투표에서도 직원 1270명 중 530여명이 참여해 이중 75%가 임금 반납에 찬성했지만, 조종사 노조는 고용 유지 등을 전제한 뒤에 임금 반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항공업계에선 비행기 1대당 평균 60여명의 인력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제주항공의 경우에도 45대의 비행기를 보유하고 있고, 3200명의 직원을 품고 있다. 다만 이스타항공의 경우 18대의 비행기에 직원 1400명 정도로 파악되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이미 자발적으로 구조조정이 필요했던 상황이었다.

제주항공 내부에서도 이스타항공 인수는 물 건너간 분위기다. 현재 제주항공 입장에선 이스타항공을 인수해서 얻는 이익보다 손해가 더 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제주항공도 코로나19 여파로 국제선의 운항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스타항공의 미지급금 1700억원과 인수합병 후 정상화를 위해 쏟아야 하는 자금을 떠안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이는게 현실이다.

또한 ‘타이이스타젯 지급보증’ 문제도 리스사가 계약 변경에 합의한 문건을 국토부가 인정했다는 이스타항공 측의 설명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제주항공의 2대 주주인 제주도도 인수를 반대하고 나섰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업계 전문가들도 이스타항공이 피인수 기업으로서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하면서 이런 상황에선 이스타항공을 살리려다 제주항공도 동반부실에 빠질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교수는 “사실상 이번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인수합병은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스타항공은 피인수자로서 자격을 갖추지 못한 상황”이라며 “이스타항공은 감성적으로만 정부를 끌어드리려 하거나 언론플레이를 하지말고, 인수기업이 좋게 볼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했어야 했다"고 평가했다.

황 교수는 또 "내일 극적 타결이 이뤄지기 위해선 제주항공이 밝힌 선결조건들이 어느정도 해결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지금은 오히려 노조들끼리 싸우고 있는 모양새”라며 “피인수 기업에 문제가 있다면 인수자인 제주항공은 충분히 거절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제주항공도 현재 부채가 5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고, 일반 50%, 조종사·객실 80% 등의 직원들이 휴직 상태”라며 “제주항공도 상황이 그렇게 좋지 않은데 이스타항공의 빚과 인력, 이상직 의원과 관련된 정치적인 부담까지 떠안기는 힘들어 보인다”고 예상했다.

그는 또 "이스타항공의 가장 큰 문제점은 경영진에 있다고 본다"며 “항공 운송업은 경력이나 전문성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최종구 사장을 비롯한 이스타항공의 경영진은 항공업계 전문가가 아닌 보험업, 국회 보좌관, 금융업에 관련된 이상직 의원의 측근들이 자리 잡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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