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호 DB그룹 회장. 사진=DB그룹 제공
[데일리한국 이정우 기자] DB그룹이 본격적인 '2세 경영' 시대를 맞았다.

DB그룹은 1일 “그동안 그룹 회장직을 맡아 온 이근영 회장이 물러나고, 김남호 DB금융연구소 부사장을 신임 그룹 회장에 선임하고 이·취임식을 가졌다”고 밝혔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DB금융센터 대강당에서 열린 그룹 회장 이·취임식은 코로나19 생활 속 거리두기 차원에서 그룹 주요 경영진과 임직원 일부만 참석한 가운데 치러졌다.

신임 김남호 회장은 DB그룹 창업주인 김준기 전 회장의 장남으로 DB손해보험(9.01%)과 DB Inc.(16.83%)의 최대주주이다. DB손해보험은 DB생명, DB금융투자, DB캐피탈 등을, DB Inc.는 DB하이텍과 DB메탈 등을 지배하고 있다.

김 회장은 내년 초 정기주총을 거쳐 그룹 제조서비스부문의 실질적 지주회사인 DB Inc.의 이사회 의장도 겸임할 예정이다.

김남호 회장은 이날 강남구 대치동 DB금융센터 대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국내외 경제가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중임을 맡게 돼 무거운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김 회장은 "앞으로 DB를 어떠한 환경변화에도 헤쳐나갈 수 있는 지속성장하는 기업으로 만들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각 사 경영진과 임직원들에게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해 모든 분야에서 디지털 융합 구축과 온택트 사업역량을 강화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남호 회장은 1975년생으로 경기고를 졸업한 뒤 1999년 미국 웨스트민스터 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2007년에는 미국 워싱턴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석사를 취득한 데 이어 UC버클리대학교에서 파이낸스 과정을 수료했다.

2009년 1월 그룹에 입사해 동부제철, 동부팜한농 등 주요 계열사에서 생산, 영업, 공정관리, 인사 등 각 분야 실무경험을 쌓으며 경영 참여를 위한 준비과정을 밟았다.

특히 김남호 회장은 국내외 투자금융전문가들과의 인적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2010년대 중반 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이 동부팜한농, 동부대우전자 등을 매각하는 작업에 깊이 관여해 금융·IT 중심으로 그룹을 재정비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게 그룹 측 설명이다. 최근에는 DB메탈의 워크아웃 졸업을 위해 유상증자를 이끄는 등 경영정상화를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2015년 DB금융연구소로 자리를 옮겨 금융 계열사 중장기 발전전략을 구체화하는 데 일조했다. 올해 DB그룹 금융 부문은 1분기 매출액 5조8000억원, 순이익 1600억원을 달성해 지난해보다 실적이 개선됐다.

한편, DB그룹은 1969년 김준기 전 회장이 24세의 나이에 창업했다. 1970년대 초반 중동 건설시장에 진출해 큰 성공을 거둔 이후 철강, 소재, 농업, 물류, 금융 등 국가 기간산업에 투자해 그룹 성장의 발판을 다졌다.

DB그룹은 창업 30년만인 2000년도에 10대 그룹으로 성장했으며, 2010년대 중반 구조조정을 겪으며 보험, 증권, 여신금융, 반도체, IT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했다. 2019년 말 기준으로 금융부문 포함 자산규모는 66조원이며, 매출액은 21조원이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