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이상직 의원 측의 지분헌납 발표에도 '시큰둥'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왼쪽 두번째)가 지난 29일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인수·합병 관련해 발언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주현태 기자] 이스타항공의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 일가가 자신들이 보유한 지분을 헌납하겠다고 밝혔지만, 제주항공은 이 의원 측이 구체적인 증여방식 등 세부사항을 제시하지 않은 채 일방적인 통보를 했다며 당혹스럽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3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전날 이 의원 측은 자신을 포함한 가족들이 이스타홀딩스로 보유한 이스타항공 주식 전량을 무상 헌납하겠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이스타홀딩스가 보유한 이스타항공의 지분 39.6%(1분기 기준) 중 질권 설정 등으로 사용할 수 없는 지분 1%를 제외하고 38.6%(410억원 상당)를 이스타항공 측에 무상으로 넘길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이 의원 일가가 이스타항공과 관련된 모든 경영에서 손을 떼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현재 이스타항공의 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는 이 의원의 아들(66.7%)과 딸(33.3%)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제주항공은 “계약 주체가 바뀐다는 것은 별도의 계약서를 써야 하는데, 이는 기존 계약을 파기한다는 것과 같다”며 “기존 계약 내용을 상의없이 통보하고 따르라는 것은 비정상적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제주항공은 지난 3월2일 이스타홀딩스와 이스타항공 지분 51.17%를 545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을 맺었다. 이스타홀딩스의 보유 지분(39.6%)을 제외한 나머지 매각 대상 지분은 제 3자가 보유하고 있다.

이미지=제주항공·이스타항공
일각에선 이번 이스타항공의 기자회견이 인수합병(M&A) 작업에 속도를 올리기보단 제주항공과의 갈등을 더 부추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교수는 “이번 기자회견으로 인수합병의 갈등이 끝이 아닌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며 “이상직 의원은 매각비용 410억원을 이스타항공에 헌납한다고 말했는데, 제주항공은 전혀 모르는 일이었다는 게 문제”라고 분석했다.

허 교수는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에 빌렸던 100억원, 조세공과금 70억원, 지상조업사 리스 비용 100억원을 바로 내야 하는 상황이다. 410억원 중 남은 140억원으로 체불임금 반도 낼 수 없다”며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의 체불임금 문제가 해소되더라도 그동안 쌓인 이스타항공의 미지급 채무 1600억원을 부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허 교수는 “현 상황에서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인수 시 득이 되는 부분은 거의 없기 때문에 제주항공 입장에선 발을 뺄수도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이 계약 내용을 선행할 시 인수합병은 예정대로 진행하게 될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편 이날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는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딸 이수지 이스타홀딩스 대표를 업무상 횡령과 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다고 예고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