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10곳 중 6곳 수시채용 계획...구직자, 취업문 줄어들까 우려

"원하는 직무 파악해 맞춤형 전략 필요"

취업박람회를 찾은 취업준비생이 면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현영 기자] "공채가 없어지면 취업문이 더 좁아질 것 같다"

"앞으로도 대기업 공채에 큰 변화가 이어질 것 같아 불안하다"

"정기적으로 신입사원을 뽑는 것이 아닌 기업이 원할 때만 뽑으니깐 취업문은 당연히 줄어드는거 아닌가"

현대차그룹과 KT에 이어 LG그룹까지 잇따라 대졸 신입사원 공채제도를 폐지하고 수시채용으로 전환하면서 취업준비생들이 갑작스런 채용방식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이같은 변화는 기존 공채 제도가 한계에 이르렀다는 판단에서지만,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선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취업문이 좁아진데다 채용방식까지 각양각색이라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주요 기업들은 전통적으로 이어왔던 공개 채용에서 수시채용으로 전환하는 추세다. 지난 4월 취업포털 사람인이 국내 428개 기업의 채용계획을 조사한 결과 78.7%가 수시채용만 진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기업 60% 가량이 수시채용을 계획하고 있다고 답해 공채제도가 더욱 축소되는 모양새다.

실제 LG그룹은 지난 9일 올해 하반기부터 신입사원 정기 공채를 폐지하고 연중 수시채용으로 전환했다. LG그룹은 현업부서가 원하는 시점에 채용공고를 내고 선발도 부서에서 직접하는 채용방식을 택했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해부터 수시채용을 도입했으며 KT도 수시 인턴채용제를 도입했다. SK는 공채는 그대로 유지하지만 수시채용의 비중을 확대할 방침이다.

자료=사람인 제공
상황이 이렇다보니 취업준비생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현재 각종 스펙 쌓기와 인·적성시험을 준비하며 하반기 공채를 바라보고 있는 취업준비생들은 취업전략에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수시채용은 현업부서마다 채용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준비과정부터 혼란스럽다는 것이다. 채용시기도 정확한 시기가 있었던 공채와 달리 기업이 필요할 때 공고하기 때문에 불안감은 더 심해졌다고 취업준비생들은 입을 모았다.

한 취업준비생은 “정기적으로 공채시기에 신입사원을 뽑다가 불규칙적으로 수시채용을 하게 되니 취업문이 더 좁게 느껴진다”면서 “현재 확신없이 막연하게 준비를 하고 있지만, 현업부서에서 채용을 하는 만큼 경력부터 볼 것 같다는 생각에 자신감이 떨어진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사진=연합뉴스
막연한 대기업 취업 목표보다 원하는 직무 파악이 우선…다양한 수시 채용기회 이용해야

반면 업계에선 최근 산업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만큼 전문성 높은 인재를 선호하고 있으며 이는 공채 제도로는 해결이 불가능한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기업들은 전반적으로 실무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인재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으며, 채용도 최소화 하고 있다.

이에 경력직을 선호하는 현상도 지속적으로 두드러지고 있다. 이에 수시채용으로 전환해 신입사원들의 전문성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경력있는 직원을 선호하는 것은 수시채용으로 바뀌어서라기보다 전반적인 트렌드”라면서도 “신입 역시 분명히 뽑기 때문에 경력이 없다는 두려움 대신 직무적합성과 열정을 보여주면 된다”고 조언했다.

취업 관련 전문가들은 대기업 공채가 없어지면 채용이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을 느낄 수 있지만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고 조언했다.

실제 기존 상반기 및 하반기 시즌에 몰려 있던 공채와 달리 수시채용은 많은 기회를 제공한다. 기존에는 기업마다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은데 공채가 중복, 원하는 기업을 다 지원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러나 수시채용을 하게 되면 기회가 좀더 많아져 여러 기업에 지원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임민욱 사람인 팀장은 “상반기 공채에 떨어진 취업준비생은 하반기를 기다려 준비를 하거나 이듬해 상반기를 대비하게 되는데 수시채용으로 되면 그런 부담감은 없어졌다”면서 “기업들의 채용공고가 나올 때마다 하면 된다. 오히려 구직자들에게는 기회의 폭이 넓어졌다는 면에서는 좋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임 팀장은 “수시채용으로 전환되면 취업준비생들은 원하는 직무 자체만 명확하게 설정하고 그 부분에 관련된 스펙들만 쌓으면 된다”면서 “기존 공채를 준비하는 취업준비생들이 규격화된 공채 방식에 따라 다양한 스펙들을 기본적으로 갖춰야한다는 압박을 받았다면 수시채용의 경우 해당 직무에 ‘필요한 역량을 가지고 있느냐’, ‘관련 경험이 있느냐’로만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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