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관리 등급 최하위로 강등…고용부 "중대재해로 규정"

연이은 사고에 LG화학 '곤혹'…새 비전 도약 '제동'

[데일리한국 신지하 기자] 폭발사고로 화재가 발생해 1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을 당한 LG화학 대산공장 사업장에 당국이 이르면 이달 중 안전진단 명령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20일 고용노동부와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고용부는 전날 화재가 발생한 충남 서산 대산공단 내 LG화학 사업장의 공정안전관리(PSM) 등급을 최상위 'P' 등급에서 최하위인 'M-' 등급으로 낮출 계획이다.

또 작업중지 명령을 내린 데 이어 이번 사고에 대해 '중대산업사고를 동반한 중대재해'로 규정하고 안전진단 명령도 내릴 것을 검토하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PSM 등급은 중대산업사고일 경우엔 한 단계, 중대재해를 동반할 경우엔 가장 낮은 등급으로 하향 조정하고 있다"며 "최종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관련 검토는 끝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당 사업장에 안전진단 명령도 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고용부는 화재·폭발 및 독성물질 누출 위험이 있는 화학공장에 안전관리체계를 구축해 화학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PSM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공정안전·위험성 평가, 안전운전·비상조치 계획 등을 점검해 P(우수)등급, S(양호)등급, M+(보통)등급, M-(불량)등급 등으로 차등 분류해 사업장 안전을 관리한다. M- 등급을 받은 LG화학은 1년이 지나야 고용부에 PSM 재평가를 요청할 수 있다.

안전진단 명령은 고용부가 인명피해가 많거나 중대재해라고 판단할 때 내린다.

이에 따라 LG화학은 고용부가 지정한 외부 전문기관에 사고 관련 시설물뿐 아니라 사업장 전반에 걸쳐 잠재적 위험성을 진단 받아야 한다. 발견된 문제점에 대한 개선계획도 수립해 고용부에 제출해야 한다.

19일 오후 충남 서산시 대산읍 대산공단 내 LG화학 촉매센터에서 불이나 소방 관계자들이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LG화학이 이달 들어 국내외 화학공장에서 사망사고가 잇따라 발생해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14년 만에 새 비전을 수립한 직후 터진 연이은 사고로 글로벌 경영 혁신에 제동이 걸린 모습이다.

이날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과 함께 대산공장 화재 사고 사업장을 찾아 사고 현장과 수습 상황을 살펴봤다.

구 회장은 "인도와 국내 사업장에 잇따라 일어난 사고와 관련 재차 피해자 및 가족들에 깊은 애도와 위로의 뜻을 표한다"며 "매우 송구하다"고 말했다.

경영진에 근본적인 대책 마련도 주문했다. 구 회장은 "모든 경영진이 무거운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며 "원점에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했다.

앞서 이달 7일에는 인도 남부 안드라프라데시주 비사카파트남 소재 LG폴리머스인디아 공장에서 화학물질인 스티렌 가스가 누출하는 사고가 발생해 주민 12명이 사망하고, 1000여명이 건강 이상 증상으로 치료받았다.

LG폴리머스 경영진은 독성물질 관리 소홀과 과실치사 등 혐의로 입건됐으며 인도환경재판소로부터 5억루피(약 81억원) 공탁 명령도 받았다. 향후 사고 관련 민·형사 소송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 가스누출 사고가 발생한 같은 날인 7일 LG화학은 2006년 이후 14년 만에 새로운 비전을 발표했다. 새 비전은 석유 기반의 화학회사를 넘어 과학을 사업 부문에 도입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하지만 인도 가스누출 사고가 발생한 지 2주 사이에 충남 대산공장에서 또다시 인명피해를 낸 사고가 터지면서 LG화학으로선 당혹스러운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대기업 총수가 사고가 발생하자 직접 현장을 방문해 사과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LG화학은 새 비전을 이행하기 앞서서 먼저 당면한 국내외 사고 수습에 그룹 차원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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