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왼쪽)과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사진=각사별 제공
[데일리한국 정은미 기자] 국내 화장품 산업의 양대산맥 중 하나인 LG생활건강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에도 60분기 연속 영업이익이 성장세를 이어간 반면 아모레퍼시픽은 코로나19에 발목이 잡혔다.

화장품, 생활용품, 음료 등 사업 구조 다각화로 LG생활건강은 실적 선방을 할 수 있었지만 화장품 사업 비중이 높은 아모레퍼시픽은 코로나19 직격탄을 그대로 맞았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지난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679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66.8%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1조2793억원, 당기순이익은 948억원으로 전년비 각각 22.1%, 41.9% 줄었다.

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아모레퍼시픽의 영업이익은 60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67.3% 감소했다. 매출은 22.1% 감소한 1조1309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에 비대면 소비가 늘면서 국내 온라인 채널 매출이 80%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면세점, 백화점, 로드숍 등 오프라인 채널 매출과 중국 등 아시아 사업 비중이 큰 해외사업이 코로나19 충격을 그대로 받았다.

로드숍을 운영하는 계열사 브랜드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이니스프리의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1% 감소한 1074억원, 영업이익은 76% 줄어든 51억원을 기록했다. 에스트라의 영업이익도 42% 감소했다. 그나마 에뛰드가 적자폭은 줄였다.

아모레퍼시픽그룹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에도 온라인 채널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해외 판매 채널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맞춤형 화장품 기술 개발, 국내외 디지털 체질 개선 등을 통해 실적 개선 교두보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LG생활건강은 코로나19로 국내외 사업 환경이 급속도로 위축된 상황에서도 역대 최고의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LG생활건강의 올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1조8964억원, 3337억원으로 전년비 각각 1.2%, 3.6%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005년 1분기 이후 60분기 연속 증가세를 이어간 것은 물론, 역대 1분기 실적 중 최고치다.

LG생활건강의 화장품 부문도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타격을 피하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연속 성장세를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은 생활용품 사업이 큰 폭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LG생활건강의 1분기 생활용품 부문 매출은 전년비 19.4% 증가한 4793억원, 영업이익은 50.7% 성장한 653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21%에서 25%로 늘었다. 토탈 보디케어 브랜드 온더바디의 경우 항균 손세정제 등의 인기로 전년비 약 22%의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화장품 부문 매출은 전년비 6.4% 감소한 1조665억원을 올렸다. 영업이익은 2215억원으로 10% 줄었다. 코로나19 여파로 국내외 매출이 급감하고, 중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이 감소하면서 매출의 40%를 차지하는 면세점에서 매출 감소폭이 컸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코로나19 속에서도 화장품사업은 럭셔리 브랜드들에 대한 견고한 수요에 힘입어 매출과 영업이익 감소의 충격을 최소화했으며, 생활용품 사업과 음료 사업도 큰 폭으로 성장하며 전사 실적을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코로나19가 전세계적으로 장기화되면서 양사 모두 2분기에는 코로나19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손효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과 국내 채널은 2분기에 회복될 가능성이 있으나, 면세 사업과 최근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있는 미국, 일본 사업은 2분기에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미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로 국내의 외부 활동이 아직 제한적이며, 아세안과 미국, 유럽 등은 3월부터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돼 2분기에도 국내외 실적 불확실성은 지속될 전망"이라며 "다만 중국 현지 소비 및 영업 환경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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