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통' 권봉석 사장, 도쿄올림픽 연기 등 악재 속 대응 역할 관심

재무 및 경영 관리능력 뛰어나…미래사업 준비 및 체질개선 속도

권봉석 LG전자 사장. 사진=LG전자 제공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LG전자가 권봉석 사장의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꾸려질 전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도쿄올림픽 개최 연기와 같은 악재에 대응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오는 26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권봉석 사장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이어 진행되는 이사회에서 권 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할 계획이다.

각자 대표를 맡았던 조성진 부회장과 정도현 사장(CFO)이 지난해말 동반 퇴진함에 따라 단독 대표 체제가 출범할 가능성이 유력하다. 단독 대표이사 체제는 신속한 의사결정 및 강한 추진력 발휘가 가능하다.

과거 LG전자의 복수 대표 체제는 각 분야 전문성을 바탕으로 성장 속도를 높이는 데 방점을 뒀다. LG전자가 2인 이상의 복수 대표 체제에서 단독 대표 체제로 전환하는 것은 2014년 구본준 대표 체제 이후 6년 만이다. 권 사장이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사업 체질개선을 이끄는데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권 사장은 'LG 가전 신화'의 주역인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의 뒤를 이어 지난해말 새 사령탑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기획통', '전략통'이 권 사장에게 붙는 수식어다.

권 사장은 MC(모바일커뮤니케이션)사업본부와 HE(홈엔터테인먼트)사업본부장을 겸임하는 등 여러 방면의 경험을 두루 갖췄다. 특히 기술 이해도가 높으면서 재무 및 경영 전반을 관리하는 능력을 동시에 지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권 사장은 LG전자의 미래 먹거리와 관련해 굵직한 의사결정을 이끌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생활가전·TV·모바일 등 소비자 중심의 전자산업이 공통으로 갖는 리스크를 낮추기 위해 B2B(기업과기업간 거래) 분야에 대한 비중을 강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LG전자가 장기적으로 B2C(소비자간 거래) 비중을 줄이고 B2B 사업 비중을 키울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자동차 전장, 태양광 모듈 등 B2B 영역에서 가전시장 변동성에 대한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과제다.

여의도 LG트윈타워. 사진=LG전자 제공
권 사장은 올해 코로나19 악재로 경영 능력이 본격 시험대에 올랐다. 코로나19가 유럽과 미국을 강타하면서 증권가도 LG전자의 올해 실적을 하향조정하고 있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증권가는 LG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약 6%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도쿄올림픽의 1년 연기가 확정되면서 OLED TV 판매에도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 최근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은 코로나19 여파로 올 1분기 글로벌 TV 출하량이 전년 대비 9%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더해 올해 7월 열릴 예정이던 도쿄올림픽의 연기가 25일 공식화됨에 따라 올해 전세계 TV 판매량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감소할 전망이다.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는 스마트폰 사업도 권 사장의 어깨를 무겁게 누르는 요인이다. 권 사장은 지난 1월 9일 'CES 2020'가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기자들에게 "모바일 턴어라운드(흑자전환)는 지난해 이 자리에서 2021년에 가능할 것이라고 얘기했는데 지금도 그 목표에 변화가 없다"고 했었다.

지난해 4분기 MC사업본부는 332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증권가 전망치를 종합하면 올해 MC사업본부 영업적자는 6000억~1조원대 사이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상황을 당장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내년 역시 6000억원 이상의 적자를 낼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전세계 전자산업이 코로나19로 공장 가동, 운송, 원재료 수급 등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LG전자는 불투명한 경기 전망 속 방어 전략과 미래 사업에 대한 공격적 전술을 동시에 구상하는 것이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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