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삼성엔지니어링·삼성물산 수주액 78억달러로 실적 견인

코로나19 여파로 "해외 발주 대폭 감소 가능성" 우려의 목소리도

현대건설이 수주한 카타르 루사일 오피스 조감도. 맨 왼쪽이 플롯3, 왼쪽에서 세번째가 플롯4. 사진=현대건설 제공
[데일리한국 박창민 기자] 지난해 2006년 이후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던 해외 건설수주가 올해 초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그 중심에는 전체 해외수주액의 80% 이상을 견인한 현대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 삼성물산 등 세 건설사가 있다.

'전통적 수주 텃밭'인 중동 지역에선 현대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이, '새 수주텃밭'으로 자리잡고 있는 아시아 지역에서는 삼성물산이 각각 대규모 공사계약을 따내며 실적을 이끌고 있다.

1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 1월 1일부터 2월 28일까지 국내건설사들의 해외수주액은 약 94억달러(11조4300억원)이다. 같은 기간 실적으로는 104억달러를 기록했던 2015년 이후 최대치다.

이 기간 10억달러 이상을 수주한 건설사는 삼성엔지니어링, 현대건설, 삼성물산 3곳이다.

특히 삼성엔지니어링은 35억달러를 수주하며 해외수주 선두를 달리고 있다. 전년 동기 국내 건설사들의 전체 수주액(36억달러)과 맞먹는 규모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도 각각 25억달러, 18억달러의 수주고를 올리며 반등세를 견인하고 있다. 전체 수주액에서 이들 세 건설사의 비중은 84%에 달한다.

삼성엔지니어링과 현대건설은 중동에서 성과가 두드러졌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와 알제리에서 굵직한 계약을 따냈다. 사우디에서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로부터 18억5000만달러(2조1000억원) 규모의 '하위야 우나이자 가스 저장 프로젝트' 계약을 체결했다. 알제리에서는 국영 석유회사 소나트랙과 16억6000만달러(1조9000억원) 규모의 '하시 메사우드 정유 프로젝트' 계약을 맺었다.

현대건설도 지난달 카타르 루사일 플라자 타워 플롯3과 플롯4 공사를 잇달아 수주하며 10억6000만달러(1조2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아시아에선 삼성물산이 가장 많은 수주고를 올렸다. 삼성물산은 지난달 방글라데시 항공청이 발주한 16억6000만달러(1조9000억원) '다카 하즈라트 샤흐잘랄 국제공항 확장 공사' 계약을 체결하며 수주 낭보를 전했다.

건설업계는 실적 반등 조짐을 반기면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등의 변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중동 국가들은 코로노19 여파가 현재 중국이나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수준정도로 심각하진 않은 상황"이라면서 "중동 국가들이 자국 상황이 심각해지면 경제 부양차원에서 사회간접자본(SOC) 확대 투자 등 공사가 늘어날 수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중국과 한국 상황을 지켜보며 대응하는 관망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책임연구원은 "해외수주가 연초 회복세를 보였지만, 코로나19 변수 등으로 해외에서의 발주 자체가 대폭 감소할 수 있는 등 변수가 남아있어 긍정적인 전망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국제 유가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제유가가 하락하면 중동과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산유국의 발주 물량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에 의한 건설업 지수의 조정강도는 2015년 5월 발생한 메르스 사태 당시와 비슷한 수준"이라면서 "코로나19가 장기화된다면 원유 소비 하락이 공급 축소를 앞지르며 유가 하락을 계속해서 주도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실제로 지난달 6일 기준 배럴당 68.28달러까지 치솟았던 두바이유는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27일 기준 54.25달러로 내려앉으며 연초 대비 25% 급감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