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부사장 승계작업 사실상 완료…대내 입지 공고

IPO 성공은 호반건설 '숙원사업' 달성 윤활제 역할

'편법의혹' IPO 걸림돌…공정위 판단이 향방 가를듯

[편집자주] 국내 10대 건설사(2019 시공능력평가 기준)의 오너 2~4세가 경영 일선에 전면 등장하며 성장이 정체된 건설업계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해외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한 신사업 진출 등 사업 다각화를 위한 건설사들의 움직임이 더욱 탄력을 받고 있는 게 그 예다. 이에 데일리한국은 지난해 부사장급 이상으로 승진하며 경영 시험대에 오른 건설 오너가(家) 3명의 지난 1년을 되짚어보고, 앞으로의 과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김대헌 호반건설 부사장(경영부문 대표).
[데일리한국 박창민 기자] 호반그룹 오너일가 2세인 김대헌 호반건설 부사장이 취임한 지 1년이 지났다. 김상열 호반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 부사장은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한 이후 경영부문 대표와 미래전략실장을 겸하며 차기 그룹 수장이 되기 위한 경영수업을 이어갔다.

그룹 승계작업이 사실상 끝나면서 김 부사장의 대내적 입지가 공고한 가운데, 앞으로 김 부사장의 경영능력을 대외적으로 입증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김 회장의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게 재계의 전망이다. 그 교두보에 기업공개(IPO)가 있다.

기업 상장으로 전국구 건설사 이미지 강화와 자금력 추가 확보를 무기로 강남권 정비사업 입성 등 호반그룹의 숙원사업을 달성하고, 이 과정에서 김 부사장이 자연스럽게 사장으로 승진해 치적을 쌓는 '김 부사장 띄우기' 시나리오가 예상된다.

◇금융·레저 분야를 '신사업'으로 키우려는 김대헌 부사장

김 부사장은 2018년 12월 호반건설의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전무(미래전략실)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2011년 6월 호반(옛 호반건설주택)에 입사한 이후 7년, 2013년 10월 사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린 지 5년만에 부사장으로 올라선 것.

김 부사장은 경영부문 대표를 맡으면서 미래전략실장을 겸했다. 경영부문 대표로서 인사, 총무, 기획, 회계 등 내부 살림살이를 챙기는 동시에 2015년 상무 시절부터 함께해 온 미래전략실의 수장을 맡아 신사업 진출과 인수합병(M&A) 등에 관여했다.

김 부사장은 사업 다각화 측면에서 호반건설의 신사업 진출 및 기존 사업영역 확대에 적극적인 면모를 보였다.

지난해 2월 출범한 엑셀러레이터 법인 '플랜에이치벤처스' 설립을 주도한 게 대표적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스타트업 투자·지원 사업인 엑셀러레이터 사업에 뛰어든 것이다. 플랜에이치벤처스는 호반건설이 지분 100%를 보유한 계열사다.

플랜에이치벤처스는 설립 1년만에 성과를 보였다. 지난해 9월 신생 엑셀러레이터로는 최초로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가 진행하는 2019년 하반기 팁스(TIPS)의 신규 운영사로 선정됐다. 팁스는 민간 투자회사가 스타트업을 발굴해 투자하면 중기부가 연구개발 자금 등을 지원하는 '민간 투자 주도형' 창업 지원 프로그램이다. 플랜에이치벤처스가 투자한 스마트팜 기업인 '쎄슬프라이머스'이 운영하는 지능형 수확자동화 플랫폼은 팁스 지원사업에 선정됐다.

또한 학부에서 골프를 전공한 김 부사장은 골프와 리조트 등 레저사업을 호반그룹의 차기 주요 신사업 중 하나로 키우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호반건설은 지난해 1월 기존에 인수했던 퍼시픽랜드와 호반호텔앤리조트(옛 리솜리조트)를 합병해 레저사업 계열사를 통합했다. 이어 지난해 1월과 3월에 각각 경기 이천 덕평CC(550억원), 경기 파주 서서울CC(1200억원) 인수를 통해 현재 국내 7곳, 해외 1곳의 리조트 및 골프장을 보유하며 레저전문기업인 대명소노그룹을 추격하고 있다.

이 외에도 김 부사장은 미래전략실 전무 때부터 적극 참여해 온 '근무환경 개선 TFT'(태스크포스팀)과 개발사업부의 투자심의 활동도 계속해서 이어가고 있다. 호반건설에 따르면 김 부사장이 주도하는 근무환경 개선 TFT팀은 최근 셀(Cell)조직으로 확대해 운영 중이다. 근무환경 개선과 업무효율 제고를 위한 아이디어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17일 "김 부사장이 설립을 적극 추진한 플렌에이치벤처스는 팁스 신규 운영사 선정 등 실질적인 성과를 냈다"면서 "이외 다수 인수합병(M&A) 등 여러 사업에 관여하며 경영수업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상장→사장 승진→업적 쌓기'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

김대헌 부사장은 2018년 호반(옛 호반건설주택)과 호반건설 합병으로 그룹 지주사격인 호반건설의 최대주주(54.73%)로 올라선 후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그룹 내 입지를 다졌다.

재계에서는 호반건설이 연내 목표로 추진 중인 IPO 성공 여부가 김 부사장의 대외 입지 강화에 주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 상장에 성공할 경우 김 회장이 적절한 시기에 김 부사장을 호반건설 사장으로 승진시킨 후 다양한 사업영역 확장을 통해 김 부사장을 부각시키려 나설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호반건설은 연내 상장을 내부 방침으로 세우고, 상반기 중 예비심사 청구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경실련 정책위원장)는 "호반건설의 상장과 맞물려 김 부사장의 승진이 이뤄질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면서 "IPO를 통해 전국구 건설사로서 입지를 강화하고 비상장사 시절 이상의 자금 동원력을 통해 강남 재정비사업 입성, 해외건설시장 진출, 신사업 대규모 투자, 종합디벨로퍼 도약 등의 성과를 내면서 그 과실을 김 부사장에게 돌려줘 편법 승계 등 부정적 이미지를 희석하고 경영능력을 부각시키는 방안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다른 일각에선 김 부사장을 대표할 만한 사업이나 경영일화가 많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는 김 부사장이 아직 편법승계 의혹을 완전히 떨쳐내지 못한 상황과 맞물려 향후 경영 행보에 부정적인 꼬리표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편법승계 의혹이 IPO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박상인 교수는 "IPO 성패는 주식 가치 설정수준, 기업 전망, 기업지배구조 등 3가지를 종합적으로 살펴야 하기 때문에, 편법승계 의혹 하나로 IPO 결과를 예단하긴 어렵다"면서도 "다만 편법승계 등 호반건설과 김 부사장을 향한 여러가지 의혹과 부정적인 평판이 기업지배구조 디스카운트 요소로 작용할 것이고, 건설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인 만큼 기업 전망부분에서도 부정적 평가가 이뤄질 것이기 때문에 상장에 난관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호반그룹은 오너일가의 회사가 계열사 일감을 받아 안정적 성장을 도운 후 계열사를 합쳐 몸집을 불린 뒤 그룹 핵심회사와 합쳐 오너일가가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방식으로 2세 승계를 사실상 마무리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일감 몰아주기로 편법승계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11월부터 조사에 들어간 만큼 향후 어떤 판단을 내릴 지 주목된다.

앞서 2018년 1월 공정위는 호반그룹과 유사한 방식으로 그룹 승계작업을 진행한 하이트진로그룹에 과태료 처분을 내린 바 있어 호반그룹 입장에서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이트진로그룹은 공정위 제재에 맞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 12일 법원은 공정위의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결을 내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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