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본사. 사진=이혜영 기자
3자연합이 추천한 김신배 후보, 배경태 후보, 김치훈 후보, 함철호 후보, 서윤석 후보, 여은정 후보, 이형석 후보, 구본주 후보.(왼쪽부터) 사진=주주연합
[데일리한국 주현태 기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KCGI, 반도건설 등 3자 연합이 전문경영인 등 8명의 이사진을 추천한 가운데, 이를 두고 업계에선 이사 후보들의 전문성에 대한 논란이 분분하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3자 연합은 지난 13일 주주제안을 통해 한진칼의 새로운 전문경영인 후보로 김신배 전 SK그룹 부회장을 제안했다. 이어 배경태 삼성전자 전 부사장과 김치훈 대한항공 전 상무, 함철호 티웨이항공 전 대표이사 등 3명을 사내이사 및 기타 비 상무이사로 추천했다.

사외이사 후보로는 서윤석 이화여대 교수, 여은정 중앙대 교수, 이형석 수원대 교수, 구본주 법무법인 사람과 사람 변호사 등 4명을 제안했다.

한진그룹 측은 아직까지 3자 연합의 주주제안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이나 대응방안을 내놓진 않았지만, 이르면 이달 말 이사회를 통해 3자 연합이 제시한 8명의 이사에 대응할만한 인물들을 이사 후보로 내세울 것으로 알려졌다.

허희영 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KCGI가 포함된 3자 연합이 추천한 인물들이 경영진이 된다면 항공업 본연의 모습보다는 주가 등 수익성이 되는 분야에만 힘을 쏟게 될 것”이라며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산업자본은 금융자본에 크게 개입하지 못하는 데 반해 금융자본이 산업자본의 경영권까지 흔들 수 있게 만든 점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허 교수는 “KCGI같은 사모펀드는 전문경영인을 내세워 대기업들의 경영권에 간섭하려는 의도가 있을수 밖에 없어 기업 입장에선 경영혁신을 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며 “KCGI는 50년이라는 역사를 자랑하는 대한항공을 수익만 추구하는 곳으로 만들고 빠져나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도 이번에 3자 연합이 추천한 8명의 이사진 중 6명은 항공업계 경험이 거의 전무한 인사라는 점을 들며 우려하고 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김신배 전문경영인 후보자는 SK텔레콤과 SK C&C 대표이사, SK그룹 부회장을 지낸 정보기술(IT) 전문가지만, 항공경력이 없다는 점이 약점으로 지적될 수 있다"며 "함께 사내이사로 추천된 배경태 전 삼성전자 부사장도 삼성전자 중국사업을 총괄한 경력이 있을 뿐 항공업계 경력은 전무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3자연합에서 추천한 김치훈 전 상무와 함철호 전 대표이사만이 항공업계와 관련이 있는 인물이지만, 이전 대한항공 간부 생활을 하던 이 두 이사 후보는 이미 업계를 떠난 지 오래된만큼 현재 변혁과 혁신을 꾀하는 대한항공과 어울리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그룹을 이끌기 위해선 전략과 다양한 경험이 있어야 하지만 3자 연합이 추천한 김 전 상무와 함 전 대표이사는 경력상으론 항공업계의 전문경영인 같지만 오퍼레이션인 운영 쪽만 경험이 있어 전문경영인으로 제안된 게 다소 의외”라고 덧붙였다.

특히 2017년 좋은기업지배연구소는 김신배 후보가 포스코 사외이사 후보로 등록됐을 당시, 김 후보가 전 SK텔레콤 사장으로 재직했을 때 SK그룹 계열사들과의 내부거래가 있었고 최대주주들의 이익만을 챙겼다며 선임 반대의견을 내기도 했다.

대한항공 노조도 지난 14일 성명서까지 발표하며 3자 연합이 제시한 후보들이 "허울 좋은 전문경영인으로 항공산업의 기본도 모르는 문외한이거나 그들 3자의 꼭두각시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조 전 부사장의 수족들"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한 노조 간부는 "KCGI는 지난해 대한항공 경영권을 위협하며 구조조정 계획까지 밝히면서 당시 대한항공 부산사업본부를 수익성이 없어 정리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며 "KCGI는 주식가치를 높여서 빠질 속내를 가지고 있고, 대한항공과 직원들의 장래를 생각하기보다는 단기적인 수익에만 신경을 써, 돈 안되는 사업들은 모두 정리한다는 입장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