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사·수처리·모듈러 등 전방위적 사업 다각화 힘써

'신사업+젊은 오너일가' 조합…후계구도 '양날의 검'될수도

임병용 조력자 역할할 듯…신사업-기존사업 '시너지' 과제

[편집자주] 국내 10대 건설사(2019 시공능력평가 기준)의 오너 2~4세가 경영 일선에 전면 등장하며 성장이 정체된 건설업계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해외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한 신사업 진출 등 사업 다각화를 위한 건설사들의 움직임이 더욱 탄력을 받고 있는 게 그 예다. 이에 데일리한국은 지난해 부사장급 이상으로 승진하며 경영 시험대에 오른 건설 오너가(家) 3명의 지난 1년을 되짚어보고, 앞으로의 과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허윤홍 GS건설 신사업부문 사장.
[데일리한국 박창민 기자] GS그룹 오너가 4세인 허윤홍 GS건설 사장이 부사장 취임 1년만에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신성장 동력을 선점하려는 GS건설의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의 1남 1녀 중 아들인 허 사장이 신사업추진실장으로 활동한 지난해와 신사업부문 사장을 맡은 올해 초까지 GS건설은 6000억원 이상을 신사업에 투자하며 사업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재계 전문가들은 미래 먹거리를 찾는 GS건설의 광폭 행보를 GS그룹 후계 경쟁과도 연결 짓고 있다.

신사업 성공을 통해 허 사장의 경영능력을 부각시켜 그룹 후계자 경쟁에서 앞서 나가게 하려는 허 명예회장의 구상이라는 게 다수 재계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2020년도 임원이사에서 허 명예회장의 그룹 총수 용퇴와 임병용 GS건설 대표이사의 부회장 승진, 허 사장의 승진이 맞물린 것도 이를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함께 향후 신사업 성패와 후계 판도 변화에 따라 허 사장의 이사회 구성원 참여, 임병용 부회장의 대표이사 연임 중단 등의 시점도 조율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 입사 16년만에 사장 오른 허윤홍…GS건설 신사업 '속도'

허윤홍 GS건설 사장은 지난해 부사장으로 승진해 신사업추진실장을 맡은 데 이어 올해 신사업부문 사장에 올랐다. 2005년 GS건설에 입사한 이후 16년만이다.

허 사장은 2005년 GS건설 대리로 입사해 외주기획팀, 플랜트영업기획팀, 재무팀 등을 거쳤으며 2013년 임원(상무) 승진 이후 부사장이 되기 전까지 경영혁신담당이자 사업지원실장직을 수행했다.

경영 전반에 대한 경험을 쌓아오던 그가 부사장에 오르며 경영 전면에 나선 시기는 2019년 1월. 당시는 2018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하며 환호의 박수를 치던 때였다. 2013년 영업손실 7000억원을 기록하며 오너 경영체제가 무너졌던 아픔을 말끔히 씻어낸 시점이기도 했다.

허 사장의 잇단 승진으로 GS건설의 신사업 추진 동력도 더해졌다. GS건설은 지난해 건설업 이외 분야의 사업에 투자하거나 기업을 인수하는 데 6000억원 이상을 사용했다.

이 가운데 브라질 수처리업체인 BRK 암비엔탈의 산업용수 사업부(2285억원)와 유럽·미국의 모듈러기업 3사(2000억원)를 인수하는 데 4000억원 넘게 투입됐다. 허 사장이 수처리사업과 모듈러사업에 거는 기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GS건설은 지난해 4월 성사된 BRK 암비엔탈의 산업용수 사업부문 인수로 수처리 자회사인 GS이니마를 통해 글로벌 공공 상하수도 부문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한 데 이어 해외 산업 용수 시장까지 사업영역을 넓히게 됐다.

또한 올해 1월 유럽이나 미국에 기반을 둔 단우드(폴란드), 엘리먼츠(영국), S(미국, 인수예정)를 인수하거나 인수를 앞두게 됨에 따라 선진 모듈러 기술을 빠르게 확보하고 글로벌 시장 확대를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는 데도 성공했다.

이 밖에 허 사장이 부사장으로 승진했던 지난해 1월부터 현재까지 이뤄진 GS건설의 신사업 투자로는 경북 포항 배터리 재활용 산업(2022년까지 1000억원), GS이니마 완전 자회사 편입을 위한 지분 매입(887억원), 인도와 우크라이나 태양광 발전사업에 각각 280억원, 84억원 투자 등이 있다.

자산운용사 '지베스코' 신설, 자이에스앤디의 건물 공기청정 시스템 '시스클라인' 론칭, 스마트팜 사업을 위한 정관 변경 등도 허 사장과 신사업추진실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 신사업 성과 없다면 독이 든 성배될수도

신사업 진출에 사활을 건 GS건설의 행적을 두고 정부의 고강도 규제와 성장이 정체된 건설업황 속에서 당연한 흐름이란 게 업계의 중론이다.

다만 재계에서 보는 시각은 다소 다르다. 허 사장에게 신사업을 맡겨 그의 경영능력을 입증하고 회사의 미래 먹거리를 확보해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허 명예회장의 복안이라는 것이다.

이는 승계원칙이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은 GS그룹의 상황과도 맥이 닿아 있다. 사촌 간 경영권 승계(LS), 장자 승계(LG) 등 승계원칙이 정해진 뿌리가 같은 다른 그룹과 달리, GS그룹은 승계공식이 만들어져 있지 않다.

이필상 서울대 교수(경제학부)는 "오너 3세 중 막내인 허태수 신임 회장이 총수 자리에 오르면서 오너 4세에게 경영을 맡기기 전 안정성을 도모한 측면은 있지만, 오너 4세들에 대한 승계원칙은 확립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이 교수는 "허 명예회장이 허 사장이 능력을 발휘해 방계로부터 허 사장의 경영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신사업을 맡긴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하지만 신사업과 젊은 오너 일가의 조합이 '독이 든 성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막대한 재원이 투자된 신사업에서 성과를 보이지 못할 경우 후보 구도에서 밀려날 가능성은 물론 향후 허 사장의 경영 행보에 물음표가 계속해서 따라다닐 수 있어서다.

윤덕균 한양대 교수(산업공학과)는 "신사업과 젊은 오너 일가의 등장은 대내외적으로 긍정적인 요소로 결부될 수 있는 요소들"이라면서도 "하지만 신사업이 성공하는 예가 드물기 때문에 성공 여부에 따라 한번에 후계 구도 선두로 나갈수도 한방에 밀려날 수도 있으며, 향후 허 사장의 행보에도 신사업 관련한 긍정·부정의 꼬리표가 따라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윤 교수는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의 e-삼성 실패를 그 사례로 꼽았다. 2000년대 초 당시 이재용 전무는 인터넷 지주회사인 e-삼성을 중심으로 16개 계열사를 거느렸지만, 8000억원 가량의 손실을 내며 사업을 철수한 바 있다. 이후 삼성이 5대 신수종 사업 등 이재용 부회장을 부각시키기 위한 간판 사업을 새롭게 추진할 때마다 e-삼성 실패는 이 부회장에게 꼬리표처럼 따라왔다.

◇ 허창수 명예회장 '허윤홍 시대' 준비?

2020년도 임원인사에서도 허창수 명예회장의 구상을 엿볼 수 있다. 이번 인사에서 허 명예회장은 그룹 총수 자리에서는 내려왔지만 GS건설 회장직은 유지했다. 동시에 허 사장과 임 부회장을 승진시켰다. 임 부회장은 '허창수의 남자'로 불리는 허 명예회장의 최측근이다.

업계에서는 GS그룹 초대 회장 무게감을 가진 허 명예회장과 GS건설의 성장을 견인한 베테랑 전문경영인 임 부회장이 허 사장의 조력자로 나서 안팎에서 신사업 성공을 도울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2010년 당시 삼성이 이재용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며 김순택 삼성SDI 사장을 부회장 승진과 함께 미래전략실장에 앉혀 이재용 시대를 준비하도록 한 것과 비슷한 구도"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신사업 성패와 후계 판도 변화에 따라 허 사장의 이사회 구성원 참여나 임 부회장의 GS건설 대표 연임 중단 등의 시점도 조율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그룹 총수가 된 허태수 회장이 올해 주주총회를 통해 GS건설 이사회에서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가운데, 허 사장의 이사진 참여에 대해 '아직은 이르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당장의 이사회 입성보다 신사업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거나 나올 시점을 전후해 이사회에 참여하는 이점이 더 크다는 게 그 이유다.

또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신사업 투자가 성과로 이어지기까지 일정기간 소요되기 때문에, 당장은 등기임원보다 실적 부진 등의 책임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비등기임원으로 남아 있으면서 신사업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어 이 관계자는 "그 기간 임 부회장이 부정 이슈와 관련 방패막이 역할을 해줄 것으로 보이며, 신사업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낸 이후에 (허 사장이) 이사회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한 재계와 업계에서는 허 사장이 이사회에 참여할 경우 임 부회장이 대표직에서 물러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허 사장의 이사회 참여는 당분간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긁어 부스럼'을 만들 이유가 없다는 것.

다만 후계구도 판도 변화나 신사업 성장 속도에 따라 시점은 조율되겠지만, 중장기적으로 임 부회장이 대표직에서 물러나고 허 사장이 대표에 오르는 수순을 밟을 것이란 게 재계와 업계의 전망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신사업 분야에서 허 사장의 과제로 '시너지'를 꼽고 있다. GS건설 및 GS그룹의 사업과 신사업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이를 통해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한다는 것이다.

계열사 및 그룹간 시너지가 예상되는 신사업으로는 △자이에스앤디· GS건설과 협업이 가능한 자산운용 '지베스코' △GS건설이 추진 중인 영농형 태양광발전사업과는 물론 그룹사인 GS리테일·GS홈쇼핑과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스마트팜 등이 대표적이다.

사업 다각화에 힘쓰는 허 사장이기에 앞으로의 행보에 더욱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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