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고강도 부동산 정책에 유동자금 회원권 시장으로

신뢰 깨진 무기명 회원권…유기명 회원권으로 발길 돌리며 거래 증가

"2008년 고점, 작년 바닥…총선 호재 등 추가 상승 여력 충분"

강원도 춘천 소재 '제이드팰리스' 골프장 전경. 사진=제이드팰리스 홈페이지 캡처
[데일리한국 박창민 기자] 지난해부터 상승랠리를 이어가던 골프회원권 가격의 오름세가 점점 가팔라지고 있다.

회원권 공급은 줄었는데 최근 들어 수요가 늘고 있어서다.

실제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골프장 구조조정과 회원제 골프장의 대중제 골프장 전환 등으로 회원권 공급이 줄어든 상황이다.

최근 무기명회원권에 회의를 느낀 수요층이 다시 유기명회원권으로 발길을 돌린 것도 회원권 수요가 증가한 이유 중 하나다.

여기에 저금리 기조와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로 갈 곳을 잃은 유동자금이 회원권 시장에 유입되며 가격 상승에 불씨를 당겼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특히 올해는 통상 회원권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는 총선이 예정돼 있는 만큼, 적어도 상반기까지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 "새 투자처 찾는 시중 뭉칫돈, 골프회원권 시장으로"

24일 골프장 회원권 거래소인 에이스회원권에 따르면, 이 회사 회원권 종합지수인 '에이스피(ACEPI)'는 이날 기준 865포인트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월(762포인트)보다 13.5% 오른 수치다. 석달 전인 지난해 10월 1일(799포인트)와 비교해선 8.2% 상승했다. 에이스피가 800선을 넘은 건 2013년 이후 7년 만이다.

이같은 상승세에는 정부의 저금리 기조와 잇단 고강도 부동산대책 발표가 한 몫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현균 에이스회원권 애널리스트는 "저금리 여파와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로 새 투자처를 찾는 유동자금이 규제로부터 자유롭고 거래금액 단위도 높으며 환금성도 어느정도 갖춘 골프장 회원권을 대체투자처로 적합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 정부가 대출규제와 종합부동산세 강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부동산 종합대책인 '12·16 대책'을 발표한 이후 회원권 가격의 상승세는 더욱 가팔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에이스회원권에 따르면, 12·16 대책이 발표된 지난달 16일 825포인트였던 에이스피는 이날 865포인트를 기록했다. 한달여만에 4.8%가 상승한 것이다. 이는 지난해 11월1일(808포인트)에서 대책 발표날인 12월 16일(823포인트)까지 1.9% 오른 것보다 2배 이상 큰 폭이다.

매년 1월은 연말결산을 마친 법인들의 회원권 구매 수요로 가격이 상승하는 '신년효과'가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최근 상승세는 두드러진다. 신년효과를 누린 지난해 1월 회원권시장을 보면, 당시 에이스피는 764포인트로 한달 전인 2018년 12월 761포인트보다 0.004% 오르는 데 그쳤다.

무기명회원권에서 유기명회원권으로 발길을 돌린 수요자들도 가격 상승을 이끌었다는 업계의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유승영 회원권114 대표는 "금융위기 이후 골프장들이 생존을 위한 고육지책으로 무기명회원권을 내놓았지만, 여러명이 사용할 수 있는 무기명 회원권은 매출하락이 불가피했다"면서 "이에 일부 골프장들이 무기명 회원권 혜택을 대폭 줄이면서 시장에선 무기명 회원권에 대한 신뢰가 깨졌고, 무기명 회원권에 피로도를 느낀 회원들이 최근 유기명 회원권으로 몰리는 수요쏠림 현상이 일어나며 거래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총선 호재…올해도 회원권 시장 '맑음'

업계에서는 회원권 가격의 상승세가 올해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유승영 대표는 "2008년 금융위기 이전이 회원권 가격의 최고점 시기"라면서 "바닥은 작년이었으며, 현재는 최고점 대비 50% 수준까지 회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 대표는 "큰 흐름으로 보면 회원권 가격은 아직도 높은 시점이 아니다"라면서 "그간 회원제 골프장의 대중제 골프제 전환, 골프장 구조조정 등으로 기존 회원제 골프장 50~60곳이 문을 닫으며 시장에 회원권 매물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설명했다. 그는 "전체 회원권 수가 줄어든 상황에서 최근 수요가 늘면서 어느정도 조정은 있겠지만 상승세는 적어도 상반기까지는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올해 상반기 총선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통상 총선 시기에는 정치권의 회원권 구매 수요가 늘고 지역개발 공약에 따른 골프장 수혜에 대한 기대감 상승으로 회원권 가격이 오른다.

이현균 애널리스트는 "상반기에는 신년효과, 봄 시즌 효과와 더불어 총선까지 예정돼 있어 올해 고점은 상반기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그 이후 조정장을 거치다가 하반기 추가 상승하면서 '전강 후강'의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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