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명예회장 19일 별세…대한민국 유통산업 한단계 도약 시켜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 사진=롯데그룹 제공
[데일리한국 정은미 기자] 롯데그룹 창업주인 신격호 명예회장이 19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9세.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은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으로 뚝심 있게 사업을 추진하며 회사를 키운 인물이다. 고인은 대한민국의 유통산업을 한단계 도약시킨 인물로 평가받는다. 신 명예회장이 생전에 남긴 어록을 통해 그가 강조했던 경영철학을 돌아봤다.

2008년 12월 31일 신년사에서 "새로운 돌파구는 현장에서 마련한다는 각오로 직접 현장으로 달려가라. 인재 양성에 대한 투자는 외부 환경과 무관하게 끊임없이 추진돼야 한다"고 한 것은 현장을 중시하는 그의 철학을 보여준다.

2010년 7월 14일 롯데백화점 잠실점이 문을 열기 전 경영진이 '상권이 전혀 없다'며 걱정하자 신 전 회장은 "상권은 만들 수도 있는 것"이라며 강한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백화점을 한 나라의 경제를 보여주는 거울이라고 생각한 그는 롯데백화점을 선진국 수준의 품격있는 백화점으로 만들기 위해 매진했다.

2004년 일본 다이아몬드지와의 인터뷰에서는 경영원칙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나의 경영원칙은 세 가지다. 이해가 되지 않는 사업에는 절대로 손대지 않고, 이해가 되는 사업을 시작하더라도 철저히 조사하고 준비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업에 실패해도 아무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에서 자금을 차입한다는 것이다”고 했다.

두 아들과 함께 경영비리 혐의로 2017년 12월 징역 4년 및 벌금 35억원을 선고받았던 고인은 생전에 책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고인은 2016년 7월 7일 검찰의 롯데 비자금 수사와 관련 보고받은 뒤 "롯데그룹에서 단 한 사람이라도 불법행위를 한 사람이 있으면 철저히 수사해 다 처벌하도록 해야 한다. 내가 혹시 잘못한 게 있으면 나도 처벌하라"고 했다.

신 명예회장은 서울 아산병원에 입원 중 전날 병세가 급격히 악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후 4시 29분께 신동빈 롯데 회장 등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세상을 떠났다.

신 명예회장의 별세로 이병철 삼성 회장, 정주영 현대 회장, 구인회 LG 회장, 최종현 SK 회장 등 '창업 1세대 경영인' 시대는 막을 내리게 됐다.

한국과 일본 양국에 걸쳐 식품·유통·관광·석유화학 분야 대기업을 일궈낸 고인을 두고서는 여러 평가가 엇갈린다. 롯데를 굴지의 기업으로 키워냈지만 말년 역시 순탄치 않았다.

또 2015년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차남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간의 경영권 분쟁이 터지면서 롯데는 큰 위기를 맞았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됐다. 장례는 롯데그룹장으로 치러진다.

발인은 22일 오전 6시다. 발인 후 22일 오전 7시 서울 롯데월드몰 8층 롯데콘서트홀에서 영결식이 열린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