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 100명 이상 감축…이공계 출신 임원 전진 배치

빨라진 세대교체에 평판조회 강화 및 십자(+)형 인재

자료=유니코써치 제공
[데일리한국 정은미 기자] 올 연말 내년 초 단행될 임원 인사 키워드는 폭풍을 의미하는 ‘STORM’으로 압축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글로벌 헤드헌팅 전문기업 유니코써치는 19일 ‘키워드로 살펴본 2020년 임원 인사 특징 분석 보고서’를 공개하고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STORM은 △Short(임원 감축) △Technology(4차 산업혁명 이끌 이공계 출신 인재 두각) △Owner(젊은 오너 등장으로 빠른 세대교체) △Reference(성과 이외 평판조회 강화) △Multi player(두세 분야 섭렵할 수 있는 융합 인재 부각)를 의미한다.

올 연말 내년 초 임원 인사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특징은 ‘임원 감축(Short)’이다. 기업들의 경영 악화와 불황을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한 차원에서 임원 자리를 기존보다 더 줄이려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도별 100대 기업 임원 수는 2011년 6610명→2012년 6818명→2013년 6831명이었다가 2014년에는 7212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었다. 하지만 2014년 이후로 5년이 지난 2019년까지 임원 숫자는 7000명 이상을 넘겨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100명(1.5%↓) 이상 줄어든 6650명 수준을 맴돌 것으로 관측된다. 이럴 경우 10년 전인 지난 2011년 6610명 수준까지 임원 숫자가 쪼그라들 것으로 보인다.

임원 감축 상황 속에서도 이공계(Technology) 출신 임원들은 승진과 발탁 인사에서 크게 약진할 것으로 예측됐다.

상당수 기업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게 사업으로 재편하고 있다. AI와 로봇, 바이오, 빅데이터 등 다양한 업종에서 앞선 기술을 가진 이공계 출신 CEO와 임원을 다수 확보하려는 인재 전쟁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해진 상황이다.

이러한 이공계 출신 중용 바람은 신임 임원은 물론 CEO까지도 이어갈 공산이 크다. 실제 유니코써치가 최근 조사한 바에 의하면 국내 1000대 기업 CEO 중 이공계 출신은 올해 처음 5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임원 인사의 또 다른 큰 특징 중 하는 젊은 오너(Owner)들의 등장으로 세대교체가 한 템포 빠르게 전개될 수 있다는 점이다.

오너 2~4세들이 전면에 등장하다 보니 빠른 조직 장악력을 위해 자신의 경영 색깔을 좀 더 선명하게 보여줄 수 있는 젊은 임원들을 대거 전면에 내세우려는 경향이 높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다 보니 60년대 말과 70년대 초반에 태어난 ‘6말7초’ 젊은 임원들이 2020년 임원 인사에서 크게 발탁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2018년과 2019년 100대 기업 임원 연령대 변동 추이를 살펴보면 50년대 말과 60년대 초반 사이는 전체적으로 8% 가량 줄어든 반면, 60년대 말과 70년대 초는 8% 정도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는 성과 이외에 갑질, 횡령, 폭행, 성희롱, 각종 위·변조 행위 등 대내외적인 평판조회(Reference Check)를 강화해 임원 승진과 발탁 등에 적극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예전에는 다소 불미스러운 점이 발견되더라도 경영 성과가 좋으면 이를 덮고 가려는 경향이 강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빠른 여론 확산으로 인해 기업 이미지 보호 차원에서 평판이 좋지 않으면 승진에서 누락시키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이와 함께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차원에서 두세 산업 분야를 섭렵할 수 있는 십자(+)형 융합 인재도 2020년 임원 인사에서 주목받는다. 여기서 말하는 십자형 인재는 단순히 직무 중심이 아니라 이종(移種)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재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유통 업체이면서 컨설팅 분야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여준다든지 물류업과 빅데이터, 금융업과 IT, 제조업체와 AI 등 서로 다른 산업에 대한 전문 지식 등을 갖춘 멀티형 인재가 여기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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