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 2위 아시아나항공, HDC현산 품으로…시너지 효과는

HDC현산, 에어부산 재매각할까…항공 산업 재편 ‘속도’

[데일리한국 이창훈·박창민 기자]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 아시아나항공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국내 항공업계의 ‘새판 짜기’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항공업계와 건설업계에서는 HDC현대산업개발과 아시아나항공의 시너지 효과에 대한 긍정과 부정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항공업계 위기 상황과 공정거래법 규정 등을 감안하면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후 에어부산을 재매각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금호산업은 12일 이사회를 열고 아시아나항공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금호산업 측은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과 연내 주식매매계약 체결을 완료할 계획이다.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은 아시아나항공 매입 가격으로 2조5000억원 정도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2조원 미만을 제안한 애경그룹-스톤브릿지캐피탈 컨소시엄을 따돌리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본사 대회의실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적 2위 아시아나항공, HDC현산 품으로…시너지 효과는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이 국적 2위의 대형항공사(FSC)인 아시아나항공을 최종 인수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HDC현대산업개발과 아시아나항공의 사업 시너지 효과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항공업계에서는 HDC현대산업개발의 호텔, 면세점 사업과 아시아나항공의 사업 시너지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과 시너지 효과가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이 교차하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국내 정유업체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했다면, 유류비 등 비용적인 측면에서 명확한 시너지 효과가 있었을 것”이라며 “호텔, 면세점과 항공업의 사업 시너지를 확신하는 것은 다소 무리한 전망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항공업계 관계자도 “HDC현대산업개발이 항공업 경험 자체가 없기 때문에 아시아나항공 인수 이후 경영 정상화를 꾀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건설업계 일각에서는 부동산 디벨로퍼(개발회사)를 표방하는 HDC현대산업개발의 기존 사업과 항공업간의 시너지 효과에 대해 의구심을 드러내는 목소리도 적지 않아 보인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디벨로퍼로서 입지를 다지려는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해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며 “사업 다각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이번 인수에 2조원 이상이 투입되고 아시아나항공 부채 규모도 9조원이 넘는 만큼, 자칫 HDC현대산업개발 사업 영역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HDC현대산업개발이 미래에셋대우와 손을 잡은 만큼, 자금력이 풍부하다는 점은 강점으로 평가된다”며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다면 중장거리 노선에서의 인바운드(한국 방문) 승객 유치에 주력할 것으로 보이는데, 기존에 레저, 호텔, 면세점 사업 등을 통해 관광과 항공을 연계하는 상품을 개발하는 데 유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허희영 교수는 “HDC현대산업개발이 항공운송사업에 대한 경험이 없고, 현재 항공업계의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자칫 ‘승자의 저주’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아시아나항공 A350-900. 사진=아시아나항공 제공
◇HDC현산, 에어부산 재매각할까…항공 산업 재편 ‘속도’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이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해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의 자회사를 통으로 인수하는 만큼, 향후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아시아나항공의 일부 자회사를 재매각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공정거래법에 따라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이후 에어부산 등 자회사의 지분율을 100%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공정거래법은 ‘지주사의 손자회사는 증손회사의 지분을 100% 보유하거나, 이를 준수하지 못하면 2년 내에 처분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 HDC그룹의 지배구조는 지주회사 HDC→HDC현대산업개발→아시아나항공→아시아나항공 자회사 체제로 재편된다. 이 경우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에어부산, 아시아나IDT, 에어서울, 아시아나개발, 아시아나세이버, 아시아나에어포트 등 6개사는 HDC의 증손회사가 된다.

항공업계에서는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 이후 에어부산을 재매각할 가능성이 있다는 견해도 제기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하고 있는 에어부산 지분율이 44.17%에 불과한데다, 소액주주 비율도 높아 100%의 지분을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현재 항공업계 시장 상황과 공정거래법 문제 등을 감안하면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후에 에어부산을 재매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애경그룹 컨소시엄과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이 각각 제안한 아시아나항공 매입 가격의 차이가 상당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애경그룹 측이 에어부산 분리 매각을 염두에 두고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뛰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이 에어부산을 아시아나항공과 동일한 지위인 자회사로 취득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이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에어부산 지분을 취득해, 에어부산을 증손회사가 아닌 손자회사 지위로 만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후에 에어부산을 재매각할 경우, 에어부산을 누가 인수하느냐에 따라 항공 시장 판도가 뒤바뀔 것으로 보인다.

허희영 교수는 “항공 시장의 위기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가정하면,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을 통으로 안고 가기에 부담을 느낄 수도 있다”며 “아시아나항공의 에어부산 지분율이 44.17% 라는 점을 감안하면, 아시아나항공을 통으로 인수한 후에 에어부산 재매각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허 교수는 “다만 일본 노선 상황이나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에어부산을 재매각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하긴 어렵다”고 언급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