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보조금 등을 포함하면 8000만원대에 구매 가능

400마력 이상의 고출력 전기모터 장착해 눈길 모아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가솔린, 디젤 등을 연료로 하는 내연기관차가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몰리면서 노르웨이와 네덜란드 등 유럽을 시작으로 이들 차의 판매 중단을 선언하는 국가들도 증가하고 있다. 이에 2000년대 이후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들은 친환경에 주목, 대세로 떠오른 전기차(EV, Electric Vehicle) 등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1886년 내연기관차를 처음으로 발명한 벤츠도 예외는 아니다. 벤츠는 지난해 전기차 브랜드 ‘EQ’를 발표하고, 이후 100% 전기로만 구동되는 순수전기차 ‘더 뉴 EQC’를 내놨다.

BMW가 i3를, 재규어가 I-페이스를 출시한 시점과 비교하면 다소 늦은 출발이다. 국내서도 지난달 22일 더 뉴 EQC 400 4MATIC(사륜구동)이 출시됐다. 가격은 1억500만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지난달 출시한 '더 뉴 EQC 400 4MATIC'. 사진=박준영 기자
지난달 30일 벤츠가 미래 모빌리티를 상징하는 모델이라 꼽는 더 뉴 EQC를 시승했다. 주행 코스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 ‘EQ퓨처’ 전시관에서 경기 포천힐스컨트리클럽까지 총 60.4㎞.

프리미엄의 대명사로 꼽히는 벤츠가 만든 전기차는 어떤 성능을 낼지 또 1억원 이상의 값어치를 할지 궁금한 마음에 배터리 소모를 신경쓰지 않고 가능한 한 거칠게 몰았다.

전기차답게 미끄러지듯 앞으로 나가면서도 소음은 없었다. 고속도로에 올라 가속페달을 밟자 예상했던 것보다 강한 힘을 뿜어내며 세차게 반응했다. 내연엔진에서 들리는 묵직한 엔진음도 없어 정숙함을 유지한 채 부드럽게 내달렸다. 소음과 진동은 모두 확실하게 제거해 전기차로써 합격점을 줄만했다.

벤츠가 밝힌 공식 제원에 따르면, 앞·뒤 차축에 장착된 전기모터가 최고출력 408마력, 최대토크는 40.3㎏·m의 성능을 내고, ‘제로백’(자동차가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에 이르는 시간)은 5.1초를 발휘한다.

스티어링 휠 뒤에 있는 패들로 조절하는 회생제동 모드도 눈길을 끌었다. 특히 가장 강력한 수준인 ‘D--’로 설정하면 가속페달만으로 가·감속을 제어할 수 있는 ‘원 페달 드라이빙’이 가능했다.

이는 가속페달을 밟으면 속력이 높아지고, 발을 떼면 제동장치가 작동되는 원리다. 발이 브레이크와 가속페달 사이를 오갈 필요가 없어 편리했지만, 고속 주행 시 후방 추돌 사고가 발생할 위험도 있어 보였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의 '더 뉴 EQC 400 4MATIC'에 장착된 주행보조기능인 '차로유지보조'는 핸들을 잡지 않아도 차량이 차선 내에서 달릴 수 있도록 돕는다. 사진=박준영 기자
다양한 주행보조 시스템도 운전의 재미를 느끼게 해줬다. EQC에는 벤츠의 최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MBUX’가 장착돼 있어 자연어 음성 인식이 가능했다. “안녕, 벤츠!”와 함께 질문을 던지면 EQC는 목적지의 날씨를 안내해줬고, 차량의 충전 상태나 기온 등도 설정 가능하게 해줬다.

차로유지보조는 차량이 차선 내에 주행할 수 있도록 도왔고, 이탈 시 경고음을 내며 운전자의 주의를 환기했다. 스티어링휠을 10초 이상 잡지 않고 있으면 경고음도 울렸다. 이 이상 잡지 않으면 차량이 스스로 주행을 제어한다고 벤츠코리아 측은 설명했다.

앞차와 간격을 유지, 자동으로 속도를 조절하고 제동과 출발 등을 지원하는 '액티브 디스턴스 어시스트 디스트로닉(Active Distance Assist DISTRONIC)'도 주행을 용이하게 해준다. 이외에도 EQC에는 후미 충돌이 임박한 경우 차량이 이를 인식, 후방 차량에 경고음을 보내는 '프리-세이프 플러스' 등의 안전 기술이 장착됐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의 '더 뉴 EQC 400 4MATIC'에 장착된 내비게이션이 차량의 위치를 인식하지 못하고 산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박준영 기자
배터리는 1시간2분 주행한 결과 출발 전 74%에서 52%로 22% 소모됐다. 가정과 공공 충전소에서는 완속(AC) 충전이 가능하다. 급속 충전 시엔 최대 110kW 출력으로 약 40분 이내에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

마치 고성능 스포츠 SUV를 타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지만, 가격에 비해 한 번 충전으로 달릴 수 있는 거리가 309㎞에 불과하다는 게 다소 아쉬웠다. 이는 현대자동차의 ‘코나 일렉트릭’(406㎞), 기아자동차의 ‘쏘울 부스터 EV’(386㎞), 한국지엠의 ‘쉐보레 볼트 EV’(383㎞)보다 낮은 수준이다.

내비게이션 시스템도 EQC의 아쉬운 부분 가운데 하나였다. 벤츠코리아에 따르면 EQC에 장착된 내비게이션은 한국지형 시스템을 반영, 자체 연구·개발을 통해 제작됐지만 주행 중 차량의 위치를 인식하지 못하기도 했다.

신장 170㎝인 남성이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지난달 출시한 '더 뉴 EQC 400 4MATIC' 앞좌석에 앉아있다. 사진=박준영 기자
외관은 쭉 뻗은 루프라인과 윈도우, 낮게 자리 잡은 웨이스트 라인, 후면부의 쿠페형 루프 스포일러 때문인지 SUV와 쿠페 이미지가 중첩된 느낌이다. 벤츠의 미래 모빌리티를 상징하는 디자인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인상적인 부분은 검은색 배경에 푸른 조명이 빛을 발하는 멀티빔(MULTIBEAM) LED 헤드램프였다. 벤츠코리아는 검은색과 푸른색의 조합을 EQ만의 정체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내에서도 EQ만의 디자인을 찾을 수 있었다. 공기조절 컨트롤러를 제외, 대시보드에서부터 터치패드와 계기판 등의 디자인이 변경됐다. 붉은빛이 도는 로즈골드 색상의 평면형 송풍구도 독특해 GLC 모델과 다른 분위기를 냈다.

벤츠는 다소 늦었지만, 미래 모빌리티의 중심축에 서 있는 전기차 개발에 앞장서겠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오는 2022년까지 글로벌 시장에 10개 이상의 순수 전기차를 출시하겠다는 계획과 함께 EQC를 내놨다.

하지만 정부보조금을 감안해도 8000만원 수준인 가격과 EQC의 1회 충전 시 주행거리 등을 고려했을 때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정착하는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의 '더 뉴 EQC 400 4MATIC'가 충전되고 있다. 급속 충전 시엔 최대 110kW 출력으로 약 40분 이내에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 사진=박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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