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이창훈 기자]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 일본 수출 규제 등 대내외 산적한 악재로 시름하는 항공업계가 ‘공정 경쟁’을 호소하고 나섰다.

불법 보조금 등을 통해 세계 항공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중동 항공사를 비롯해 외국 항공사들과 공정하게 경쟁하기 위해 ‘글로벌 표준’ 수준의 지원 정책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일본 수출 규제로 인해 올해 말까지 약 7800억원의 피해가 예상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지원책도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이사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항공운송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항공업계의 위기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창훈 기자
◇“전 세계 유례없는 규제…아시아나항공 사태 이유 있어” 국적 항공사 고위 관계자들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항공운송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항공업계에 대한 규제가 전 세계에서 유례없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국적 항공사 관계자들은 “글로벌 항공사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표준 수준의 규제 시행과 지원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이사는 이날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규제와 절차로 지금의 아시아나항공 결과가 생기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항공기 재산세, 항공기 부품에 대한 관세, 징벌적 과징금 제도 등 다른 나라에는 없는 규제들이 항공사 경영을 힘들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 대표는 또한 “마일리지 제도나 운임에 대한 제도 등 항공 정책이 너무 소비자 위주”라며 “일방적 관점이 아니라 항공사와 소비자간 균형에 맞는 정책을 마련해 달라”고 건의했다.

우 대표는 현재 항공업계를 둘러싼 위기 상황 극복을 위해 항공사의 자구 노력이 필요하다는 데 전적으로 공감한다면서 “대한항공도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으며, 직원 월급, 인력 운용도 보수적으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국적 항공사들이 과도한 규제와 절차로 외국 항공사들과 공정한 경쟁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글로벌 표준 수준의 규제와 지원 이뤄져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이광 진에어 경영전략본부장은 1년 3개월 넘게 유지되고 있는 국토교통부의 제재와 관련해 입을 열기도 했다. 이 본부장은 “다른 항공사들은 일본 노선 충격 완화를 위해 대체 노선을 확대해 수익 개선 노력을 하고 있는데, 사업 규제로 대체 노선을 확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3분기 경영 실적도 상당히 어려운 실정”이라고 호소했다.

이 본부장은 “9월9일에 경영 문화 개선을 제출했는데, 사업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배려해 달라”고 했다. 이에 김기대 국토부 항공정책과장은 “정부 입장에서는 경영 문화 개선 약속 이행을 봐야하기 때문에, 다양한 평가를 거쳐 결정이 될 것”이라며 “이 자리에서 얘기할 부분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보잉 787-9. 사진=대한항공 제공
◇“일본 수출 규제로 7800억원 손실…세제 지원 등 지원책 필요” 이날 토론회에서 주제 발표자로 나선 김광옥 한국항공협회 총괄본부장은 일본 수출 규제로 인한 여객 감소로 올해 말까지 최소 7892억원의 매출 피해가 예상된다며 항공운송산업을 위한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항공협회에 따르면 올해 7월 촉발된 일본 수출 규제로 올해 10월 국제선 여객은 전년 동기 대비 4.8%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 본부장은 “국제선 여객이 평균 10%씩 성장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략 15% 하락세가 예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일본 수출 규제로 직격탄을 맞은 일본 노선 여객은 올해 10월에 전년 동기 대비 43.3%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 국적 저비용항공사(LCC)들의 일본 노선 여객은 53%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항공사별로 따지면 제주항공 △40.8% 감소 △진에어 62.9% 감소 △에어부산 75.2% 감소 △티웨이항공 33.1% 감소 △이스타항공 52.3% 감소 △에어서울 60.5% 감소 등이다.

김 본부장은 일본 노선 여객 감소로 인한 긴급 대책으로 △국내선 항공유 할당관세 적용 △국내선 항공유 석유수입부과금 한시적 면제 △공항시설사용료 한시적 감면 등을 제안했다.

국내 항공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중장기적 대책으로는 △인바운드(한국 방문) 승객 유치 지원 △입국 불분명자에 대한 체류비 국가 부담 △항공기 투자 세액 공제 신설 △항공기 도입 시 정부 보증 지원 등이 제시됐다.

글로벌 표준 수준의 항공 산업 지원 정책과 관련해서는 항공기 취득세 및 재산세 면제가 거론됐다. 한국은 2021년까지 항공기 취득세 60% 감면, 재산세 50% 감면 등 한시적 감면 정책을 펴고 있다. 자산 5조원 이상의 항공사의 경우 올해부터 재산세 감면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와 비교해 미국, 중국 등은 항공기 취득세 및 재산세를 면제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민간 항공기 협정(TCA) 가입 등을 통한 항공기 부품 교역 무관세 추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우리나라의 항공기 부품 교역 관세는 2021년까지 한시적으로 100% 감면되지만, 이후 단계별 축소를 거쳐 2026년부터 100% 과세가 예정돼 있다. 100% 과세 시 발생하는 비용은 연간 약 1600억원으로 추산된다.

김기대 국토부 과장은 “관세 부품과 관련해 국토부 입장에서는 무관세로 가는 쪽이 맞다”면서도 “산업통상자원부 등 다른 부처와 공통 방향은 아니라, 좀 더 협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이어 “지방자치단체, 지역 경제계 등과 연계해 인바운드 승객 확대를 고민할 것”이라며 “슬롯(시간당 항공기 이착륙 횟수) 확대도 법무부 등 관련 부처와 협력해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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