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이창훈 기자] 아시아나항공 매각 본입찰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애경그룹과 HDC현대산업개발 가운데 누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항공업계와 재계에서는 제주항공을 주력 계열사로 둔 애경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품을 것이라는 관측과 탄탄한 자본력을 앞세운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의 새 주인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교차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애경그룹이 아시아나항공 분리 매각을 염두에 두고 인수전에 뛰어들었다는 의견도 나온다.

아시아나항공 A350-900. 사진=아시아나항공 제공
◇'항공업 경험' 애경그룹 vs '자금력 탄탄' HDC현대산업개발

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매각 본입찰이 오는 7일로 예정된 가운데 아시아나항공 유력 인수 후보는 ‘애경그룹-스톤브릿지캐피탈 컨소시엄’과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 등 2곳이다. 애경그룹은 국적 저비용항공사(LCC)인 제주항공을 키워낸 경험을 앞세워 아시아나항공 인수 적격 후보라고 강조하고 있고, HDC현대산업개발은 탄탄한 자금력을 강점으로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초반에는 애경그룹이 재무적 투자자(FI)를 확보하지 못해 HDC현대산업개발이 사실상 아시아나항공 인수 유력 후보로 거론돼왔다. 그러나 애경그룹이 지난 21일 사모펀드인 스톤브릿지캐피탈과의 컨소시엄을 공식화하면서 자금 조달 문제를 해소해 2파전 양상으로 정리됐다.

항공업계와 재계에서는 애경그룹이 스톤브릿지캐피탈과 컨소시엄을 구성한 만큼,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필요한 자금 조달 능력을 충분히 확보했다는 의견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애경그룹이 과거 협업 경험이 있는 스톤브릿지캐피탈과 컨소시엄을 구성한 상황이라, 자금 조달 부분에 있어서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고 귀띔했다. 스톤브릿지캐피탈은 2017년에 애경산업에 투자해 지분 10%를 확보한 바 있다.

제주항공 항공기. 사진=제주항공 제공

◇애경그룹, 분리 매각 노리나

애경그룹과 HDC현대산업개발 모두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지를 피력하고 있으나, 항공업계 일각에서는 애경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의 분리 매각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인수전에 뛰어들었을 것이라는 의구심도 여전하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주체인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을 통으로 매각하는 방식으로 매각을 추진 중이다. 그런데 항공 시장 성장 정체와 일본 제품 불매운동 장기화에 따른 일본 노선 수익 악화 등 항공업계가 유례없는 위기 상황에 직면하면서,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분리 매각으로 선회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국적 LCC인 제주항공을 보유한 애경그룹이 아시아나항공 분리 매각을 염두에 두고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참여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항공업계 고위 관계자는 “국적 LCC인 제주항공을 보유한 애경그룹이 국적 2위의 대형항공사(FSC)인 아시아나항공을 통으로 인수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본다”며 “애경그룹이 애초부터 분리 매각을 염두에 두고 에어부산을 인수하기 위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뛰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만약 애경그룹이 에어부산을 인수하면 초대형 국적 LCC가 탄생하는 것”이라며 “나머지 국적 LCC들은 상당히 고전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시아나항공 내부에서도 애경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지에 대해 물음표를 던지는 목소리가 나온다.

아시아나항공 내부에 정통한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직원들 사이에서는 애경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의지는 없고 실사를 핑계 삼아 내부 정보만 들여다보고 있다는 의구심이 있다”고 전했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사진=금호아시아나그룹 제공

◇연내 매각 불발 전망도 ‘여전’

반면 재계 일각에서는 애경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통으로 인수해 아시아나항공과 제주항공, 에어부산 등을 거느린 항공그룹으로 변신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애경그룹이 과거 유통 등 주력 사업에서 고전을 겪다가 제주항공을 통해 돌파구를 찾았다는 전례를 감안하면, 이번에 아시아나항공을 통으로 인수해 항공 사업으로 업종 변환을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만큼 애경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지가 확고하다는 해석이다.

아시아나항공 매각과 관련해 여러 전망이 뒤섞이는 가운데, 아시아나항공 연내 매각 불발 가능성도 여전히 제기된다.

특히 최근 아시아나항공은 미국 샌프란시스코 착륙 사고에 대한 정부의 운항 정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최종 패소해, 6개월 이내에 인천~샌프란시스코 노선 운항을 45일 중단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여기에 공정거래위원회가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등을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사업 관련 계열사 부당 지원 혐의로 검찰에 고발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아시아나항공 연내 매각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연내 매각이 불발되면 산업은행 주도로 구주에 대한 차등 감자가 추진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연내 매각이 실패로 끝나면, 아시아나항공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나서 대주주 감자를 요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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