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연한 한국기업인 롯데주류가 일본기업으로 분류돼 불매금지
리스트에 계속 오르자 드디어 칼을 뽑아 법적 대응 강수로 나와

사진=롯데주류 제공
[데일리한국 정은미 기자] 롯데주류가 ‘롯데주류는 일본기업’이라는 등의 일본 관련 허위사실에 대해 처음으로 법적 대응에 나서면서, 롯데그룹은 물론 여타 계열사들이 촉각을 곤두세운채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11일 롯데그룹과 계열사 등에 따르면 롯데주류는 최근 악성 게시물 및 영업방해 행위 20여건에 대해 고소장을 접수했다. 경찰은 현재 고소장 내용을 바탕으로 관련자들 소환해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다.

롯데그룹과 계열사들은 지난 7월 일본의 무역보복이 본격화된 이후 대표적인 불매운동 대상으로 꼽히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국내 재계 5위 롯데그룹은 지난해 법인세만 1조5800억원을 냈으며, 국내 매출은 96조 5000억원(2017년 기준)에 이른다. 직접 고용인원만 13만명에 달한다. 반면 일본 내 매출은 4조원 가량에 직원도 5,000명에 불과해 사업 규모로만 보면 국내 기업이라고 보는 게 맞다.

하지만 롯데그룹의 지분구조를 보면 일본롯데홀딩스와 광윤사 등의 일본 기업이 있고, 일부 배당 수익이 일본에 넘어간다는 이유로 일부 시민단체 등이 일본 불매운동 대상으로 롯데를 지목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롯데그룸은 물론 계열사들 모두 속앓이만 할뿐 제대로 된 대처도 못하고 있던 참이었다.

롯데주류의 경우에는 상황이 더 심각했다는 것이 롯데 계열사들의 공통된 귀띔이다.

처음처럼 등 소주와 클라우드, 피츠 등 맥주의 국내 대표로 통하던 롯데주류는 롯데칠성음료의 주류 부문으로, 롯데칠성음료는 1975년 국내 증시에 상장한 한국기업이다. 국내 7개 공장에서 주요 제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여기서 일하는 정직원만 2500여명에 달한다.

지분구조는 롯데지주 26.54%, 국민연금 8.98%, 롯데알미늄 8.87%, 롯데장학재단 6.28%, 해외투자자 및 일반투자자 등으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일본 제품 불매운동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상에 ‘일본 아사히가 롯데주류 지분을 갖고 있다’, ‘처음처럼을 먹으면 아사히가 수혜 본다’ 등의 루머가 확산돼갔다.

아사히와 롯데주류의 관계는 롯데칠성음료가 롯데아사히주류의 지분 50%를 갖고 있는 정도다. 이 역시도 일본 맥주를 수입해 한국에서 유통·판매하는 판매법인일 뿐이다.

하지만 소문이 마치 사실처럼 퍼지면서 일부 도매상과 소매상이 롯데주류의 주요 제품에 대해 판매를 거부하는 일까지 불거졌다. 이같은 어이없는 돌발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롯데주류는 일일이 중간 유통상을 찾아다니며 실상을 설명하면서 하소연하는 전략을 구사해왔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허위사실에 대해 적극적으로 사실이 아님을 알리고 있다"면서 "최근들어 크게 확산되는 상황은 아니지만, 여전히 허위사실에 기반한 비방이 지속되고 있어 불가피하게 법적 대응에 나섰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현재 경찰이 조사 중에 있으며 이후 검찰로 넘어가는 것을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롯데 계열사들의 마음은 결코 편치 않다. 롯데그룹의 주요 계열사로는 롯데쇼핑,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등으로 이들 기업 모두 소비재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자칫 역풍을 맞을까 속으로는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그룹 계열사의 한 관계자는 “치열한 B2C시장에서 롯데주류의 상황이 안타깝지만 롯데가 포괄적으로는 지분관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만큼 다른 형태로 역풍을 맞지 않을까 우려하며 소송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롯데주류의 소송을 지켜보면서 계열사 모두가 가 얼마나 힘들면 소송까지 했을까 하는 점에 대해 모두가 공감하는 분위기”라며 “소송을 떠나 한국과 일본의 빠른 관계회복만을 바랄 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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