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임금협상 교섭을 두고 사측과 갈등을 겪는 한국지엠 노동조합이 지난달 20일 부분파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한국지엠 노조 제공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올해 임금협상에 사측과 이견을 좀처럼 좁히지 못하면서 지난 9~11일 전면파업을 벌인 한국지엠 노조가 강경투쟁 대신 대화의 창구를 열어놓는 방향으로 전략을 선회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본사 노조가 전면파업에 돌입하는 상황 등을 고려, 노조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쇄신하려는 계획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 노조는 애초 이날 쟁의대책위원회를 개최, 향후 투쟁 방향 등을 논의하려 했으나 연기했다.

한국지엠 노조 관계자는 “일부 조합원들의 대체 휴무 일정(16~17일)을 고려, 이번주 중 쟁대위를 열 수도 있다"면서도 "당장 투쟁 지침을 정하는 것보다는 대화의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판단해 사측의 반응을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지엠 노사는 올해 임금협상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지난달 13일 8차 교섭 이후 협상 테이블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해 구조조정 등으로 조합원들이 고통을 분담한 만큼, 올해 임금 인상이 추진돼야 한다며 요구안에 △기본급 12만3526원(5.65%) 정액 인상 △통상임금의 250% 규모 성과급 지급 △사기진작 격려금 650만원 지급 등을 담았다. 인천 부평2공장, 부평 엔진공장, 창원공장 등에 대한 장기적인 운영 계획도 포함했다. .

하지만 사측은 지난 5년 동안 누적된 적자(순손실 기준)가 4조원에 이르는 데다 지난해에도 8594억원의 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에 임금동결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노조는 지난달 20일부터 네 차례에 걸쳐 부분파업을 벌였다. 또 이달 9일부터 11일까지는 전면파업을 벌였다. 추석 연휴 기간에도 특근을 거부, 사측과 대립각을 세웠다.

강경노선을 고수하던 노조가 대화의 창구를 마련하는 쪽으로 전략을 선회한 데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회사의 경영상황 악화와 최근 GM 본사 노조의 전면파업 등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한국지엠이 정상 궤도에 올라가지 않았기 때문에 이 같은 상황은 노조에게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 “강경노선을 고수, 한국시장 철수에 대한 빌미를 제공하는 것보다는 언제든 대화가 가능하다는 합리적인 이미지를 각인시키려 하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본사 노조도 파업에 돌입, 기업의 전체적인 경쟁력이 떨어지면 수익성이 가장 낮은 시장부터 철수하는 점 등을 고려한 것 같다”면서 “강성으로 나가는 것보다 대화의 장을 마련, 합리적인 수준에서 사측과 교섭을 마무리하려는 전략인 것 같다”고 밝혔다.

한편 GM 본사 노조는 4년 전 체결한 협약이 만료, 새로운 협약에 합의하지 못해 15일(현지시간) 자정(밤 12시)을 기점으로 파업에 돌입했다. 파업에 참여한 노조원은 약 4만8000명이다. GM 본사 노조가 파업한 것은 2007년 이후 12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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