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국적 항공사들에 '초비상'이 걸렸다. 최근 2~3년간 항공 시장 급성장으로 이른바 초호황을 누리던 국내 항공업계가 대내외 산적한 악재들로 끝이 보이지 않는 암흑 터널에 갇혔다. 올해 항공여객 성장세가 주춤하는 와중에 미중 무역 분쟁, 환율·유가 상승, 일본 제품 불매 운동 등 각종 악재마저 겹치면서 국적 항공사들이 사실상 사면초가에 빠진 형국이다. 이에 데일리한국은 국적 항공사들을 둘러싼 위기 상황을 진단하고, 국내 항공산업 보호를 위한 대안 등을 4회에 걸쳐 연재한다.

[데일리한국 이창훈 기자] 국적 항공사들이 사상 초유의 위기 사태에 직면했지만, 정부 차원의 뚜렷한 지원 정책은 전무한 상황이다. 항공업계에서는 “당장 지원 정책을 펼쳐도 모자랄 판인데, 정부가 항공 산업 보호와 관련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어 답답할 뿐이다”라며 원성을 쏟아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항공산업 보호를 위한 지원 정책과 더불어 항공·관광 산업을 연계한 종합적인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대한항공 보잉 787-9. 사진=대한항공 제공

◇“국토부 뭐하나”…항공 산업 보호 대책 ‘실종’

1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적 항공사들이 위기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지만, 현재까지 정부가 내놓은 지원 정책은 사실상 전무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항공업계에서는 “할 수 있는 모든 지원 정책을 펼쳐도 위기 극복이 쉽지 않은 실정”이라며 “정부가 국적 항공사의 위기에 대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 현실에 좌절감을 느낀다”는 울분섞인 토로가 이어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국적 항공사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항공 산업 보호를 위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어, 국적 항공사들의 시름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며 “정부가 지원 정책의 실효성을 떠나, 항공 산업을 보호하겠다는 의지라도 내비쳤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실제 국토교통부는 일본 노선 수익 악화와 관련해 인천국제공항 운항 시각 조정을 통한 대체 노선 다변화 정도의 대책외에는 별다른 대책을 거의 내놓지 않고 있다. 열악한 환경에 하루하루 애가 타는 항공업계 종사자 입장에서는 정부가 수수방관하고 있는 것으로 비쳐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토부가 2017년 3월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중국 관광객이 급감하자 △대체 노선 신설·증편 △중국 노선 운수권 의무 사용 기간 제한 완화 △지방공항 전세편 유치 지원금 확대 등의 긴급 대책을 내놓고 이후 △이용률 저조 지방공항 시설 이용료 감면 △중국 운수권 의무 사용 기간 면제 △해외 유치 마케팅 활성화 등의 추가 대책까지 마련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적 항공사가 일본 노선의 대체 노선을 확대하는 것에 대해 신속한 행정 절차가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면서도 “일본 노선 수익 악화와 관련해 현재까지 확정된 지원 정책은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국항공협회 관계자는 “국적 항공사가 위기 상황과 관련해 항공사의 의견을 청취하고 있는 단계”라며 “항공사 의견을 수렴해 추석 이후 국토부에 항공사 의견을 전달하고, 위기 상황에 대한 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적 저비용항공사(LCC) 항공기들. 사진=각 사

◇“항공·관광 산업 보호 종합 대책 마련돼야”

전문가들은 정치·사회적인 문제 등 외부 변수로 국내 항공산업 전반이 심각한 피해를 입을 경우, 정부가 관련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지원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번 사태가 항공업계뿐 아니라 관광업계에도 심대한 피해를 주고 있는 만큼, 항공·관광 산업을 연계한 종합적인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영덕 대한민국항공회 회장은 “정부가 항공사에 수십억원의 과징금 처분을 내리는 등 엄격한 규제를 하고 있지만, 실제 항공 산업 보호와 관련한 지원 정책에는 인색한 상황”이라며 “특정 항공사가 아니라 항공 산업 전반이 정치·사회적 문제 등 외부 요인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을 경우, 이를 보호하는 지원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정부가 자동차 산업 보호를 위해 유류세 인하 정책을 펼친 것처럼, 항공사 위기 극복을 위한 감세 등의 지원 정책을 펴야 한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재 일본 노선 수익 악화 등으로 항공뿐 아니라 관광산업 전반에 걸쳐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는게 사실”이라며 “국토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항공·관광업계와 머리를 맞대 항공·관광 산업을 보호할 수 있는 종합적인 대책을 시급히 강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실제 여행업계 관계자는 “한국과 일본의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일본 담당 영업 직원들이 중국 담당으로 자리를 옮기는 경우가 많은데, 업무에 적응하지 못하고 퇴사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일본 제품 불매 운동으로 인한 피해가 다방면으로 누적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한국과 일본 관광객 감소에 따른 피해와 관련해 항공관광협력협의체를 통해 실무협의를 하고 있다”며 “향후 항공과 관광산업을 연계한 종합 대책 등에 대한 논의도 진행될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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