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국적 항공사들이 초비상에 걸렸다. 최근 2~3년간 항공 시장 급성장으로 이른바 ‘초호황’을 누렸던 국내 항공업계가 대내외 산적한 악재들로 끝이 보이지 않는 암흑 터널에 갇혔다. 올해 항공여객 성장세가 주춤하는 와중에 미중 무역 분쟁, 환율·유가 상승, 일본 제품 불매 운동 등 각종 악재마저 겹치면서 국적 항공사들이 사실상 사면초가에 빠진 형국이다. 이에 데일리한국은 국적 항공사들을 둘러싼 위기 상황을 진단하고, 국내 항공산업 보호를 위한 대안 등을 4회에 걸쳐 연재한다.

플라이강원 항공기. 사진=플라이강원 제공

[데일리한국 이창훈 기자] 국적 항공사들이 초유의 위기 상황에 직면하면서, 신규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이륙 전에 ‘날개’가 꺾일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항공업계에서는 “기존 항공사들마저 존폐 위기에 내몰린 상황에서, 신규 LCC들이 시장에 안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회의론이 갈수록 확산되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국토교통부가 항공시장의 특수성에 대한 충분한 이해없이 항공운송면허 발급을 남발했다”는 비판마저 제기된다.

◇“기존 LCC도 위기인데”…신규 LCC, 이륙 가능성 ‘희박’

1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내 항공업계가 심각한 위기 상황에 내몰리면서, 플라이강원, 에어로케이, 에어프레미아 등 신규 LCC들도 항공 시장에 연착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점점 번지고 있다.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이 국적 항공사 역사상 최대 위기 상황이라는 데 이견이 없을 것”이라며 “기존 LCC들도 버티는 것 말고는 뾰족한 해법이 없는데, 신규 LCC들이 시장에 진입해 수익을 창출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항공업계 관계자는 “기존 LCC들도 시장 진입 이후 2~3년간 적자에 허덕이다가 최근 1~2년 사이에 가까스로 수익을 낸 것”이라며 “신규 LCC들이 요즘같은 항공업계의 위기 상황 속에서 적자까지 내면서 버텨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여기에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의 여파로 일본 노선 수익 악화가 장기화되면서, 신규 LCC들의 일본 노선 취항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관측된다.

플라이강원은 내년 상반기에 일본 나리타, 오사카, 나고야 등에 취항할 계획이었으나, 중국과 동남아 중심의 노선 운영으로 선회하는 등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플라이강원은 국토부에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사업계획 변경 신청을 낸 상태다. 플라이강원 관계자는 “국토부와 취항 계획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재로서는 확정된 노선은 없다”고 귀띔했다.

에어로케이의 경우, 올해 하반기에 나리타, 나고야, 기타큐슈 등에 취항한다는 사업 계획으로 면허를 받았으나, 예정대로 일본 노선에 취항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에 대해 에어로케이 관계자는 “일본 노선 취항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 내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 하반기에 오사카, 나리타에 취항할 계획인 에어프레미아 역시 일본 노선 취항을 두고 고심하는 분위기다.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라는 일본발 악재가 신규 LCC의 하늘 길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에어프레미아 항공기. 사진=에어프레미아 제공

◇AOC 신청도 못한 에어로케이·에어프레미아…“국토부, 면허 발급 ‘남발’”

항공업계에서는 “신규 LCC 3곳 모두 살아남을 가능성이 희박해보인다”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에어로케이와 에어프레미아는 아직 국토부에 항공운항증명(AOC) 신청도 하지 못했고, 경영권 갈등 등 내홍도 현재진행형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국토부가 항공 시장에 대한 이해없이 무리하게 3개 항공사에 면허를 발급했다”는 질책성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플라이강원은 지난 4월26일 국토부에 AOC를 신청했으나, 에어로케이, 에어프레미아는 AOC 신청 조차 하지 못한 상태다. 다만 에어로케이 측은 늦어도 9월 말까지, 에어프레미아 측은 내년 1월 말쯤 AOC를 신청할 계획이라는 입장이다.

국토부는 지난 3월 신규 LCC 3곳에 면허를 발급하고 △1년 내 AOC 신청 △2년 내 취항 노선 허가 △3년 이상 거점 공항 유지 등의 조건을 걸었다. 내년 3월까지 AOC를 신청하지 않으면 면허가 취소될 수 있다는 의미다.

설상가상으로 에어프레미아는 국토부로부터 대표자 교체에 따른 항공운송사업 변경 면허 심사를 받고 있다. 에어프레미아는 지난 5월 김종철 대표이사가 사임하면서, 변경 면허를 신청했다.

일각에서는 국토부가 조만간 에어프레미아의 변경 면허를 허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지만, 국토부 관계자는 “에어프레미아 변경 면허에 대해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에어로케이는 최대주주인 에이티넘파트너스 측이 강병호 대표 교체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내홍을 겪는 분위기다. 실제 에어로케이 이사회는 지난 5월28일부로 강 대표의 임기가 종료됐음에도, 강 대표의 연임이나 신규 대표 선임 등을 결정하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항공업계에서는 “국토부가 에어프레미아의 변경 면허 신청을 받아들이면, 에이티넘파트너스가 강 대표 교체를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에어로케이와 에어프레미아가 국토부에 AOC 신청도 하지 못한데다, 대표 교체 등의 내부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국토부가 지나칠 정도로 관대하게 항공운송면허를 발급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토부가 항공 시장 포화, 출혈 경쟁 등 신규 LCC의 시장 진출에 대한 우려를 외면한 채 면허 발급을 남발한 탓에 모두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하는 등 국토부에 화살을 돌렸다.

에어로케이 항공기. 사진=에어로케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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