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국적 항공사들이 초비상에 걸렸다. 최근 2~3년간 항공 시장 급성장으로 이른바 ‘초호황’을 누렸던 국내 항공업계가 대내외 산적한 악재들로 끝이 보이지 않는 암흑 터널에 갇혔다. 올해 항공여객 성장세가 주춤하는 와중에 미중 무역 분쟁, 환율·유가 상승, 일본 제품 불매 운동 등 각종 악재마저 겹치면서 국적 항공사들이 사실상 사면초가에 빠진 형국이다. 이에 데일리한국은 국적 항공사들을 둘러싼 위기 상황을 진단하고, 국내 항공산업 보호를 위한 대안 등을 4회에 걸쳐 연재한다.

대한항공 보잉 787-9. 사진=대한항공 제공
[데일리한국 이창훈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국적 대형항공사(FSC)들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으로 항공 화물 시장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일부 국내선 화물 서비스를 중단하기로 했다. 대한항공은 동남아·남미 등 대체 화물 노선을 확대하는 등 경쟁력 확보에 나선다. 국적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일본 제품 불매 운동으로 일본 항공여객이 급감하자 중국·동남아 등의 대체 노선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항공업계와 항공 전문가들은 “대체 노선 확대 정책은 궁여지책에 불과하다”며 “현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오는 10월1일부터 국내선 청주·대구·광주공항의 화물 판매와 운송, 터미널 운영을 중단한다. 아시아나항공도 10월1일부터 청주·대구·광주공항의 국내 화물 운송 중단을 예고한 상태다.

대한항공은 지난 5월부터 필리핀 마닐라에, 8월13일부터 태국 방콕에 화물기(보잉777F)를 각각 주 2회 운항하는 등 동남아 화물 노선에 다시 취항했다. 또한 지난 8월23일부터 남미행 화물기(보잉777F)를 주 2회에서 3회로 증편하는 등 남미 화물 노선을 확대했다.

이 외에도 대한항공은 인천~베트남(하노이)~인도(델리)~유럽(비엔·밀라노) 화물기 노선을 지난 5월 주 3회에서 4회로, 인천~중국(시안)~베트남(하노이) 화물기 노선을 지난 7월 주 1회에서 2회로 각각 1회씩 증편해 제3국간의 화물 수송도 늘렸다.

다만 현재 매각이 추진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대체 화물 노선 확대 등은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국적 LCC들은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의 여파로 일본 노선 항공여객이 급감하자 일본 노선을 대폭 축소하고 중국·동남아 등 대체 노선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외 항공사를 포함한 한일 노선 항공여객은 전년 동기 대비 21%나 급감했다.

일본 노선 의존도가 높은 에어서울은 오는 12월8일에 베트남 하노이·나트랑 노선에 신규 취항하고, 다낭·괌 노선을 하루 1편 증편했다. 에어서울은 또한 오는 10월27일 김포~제주 노선에 신규 취항해 국내선에 첫 진입하고, 중국 정부의 허가가 나오는 대로 장자제, 린이 등 중국 노선에 대한 신규 취항을 추진한다.

제주항공은 지난달 21일 무안~옌지 노선에 신규 취항하는 등 국토부로부터 배분받은 중국 운수권을 활용해 중국 노선 확대를 꾀한다. 지난 7월12일 인천~상하이 노선 운항을 시작한 이스타항공 역시 배분받은 중국 운수권을 통해 중국 노선 신규 취항을 준비 중이다.

그러나 중국 민항총국이 지난달 국적 항공사들의 신규 취항, 증편, 부정기편 신청 접수를 잠정 중단한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적 LCC들의 중국 노선 신규 취항이 차질을 빚고 있는 상태다.

항공업계에서는 “대체 노선 확대 정책은 궁여지책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많다. 국적 항공사 관계자들은 “과거에도 항공업계 위기 상황은 있었지만, 지금처럼 동시다발적으로 악재가 겹친 경우는 없었다”며 “정부가 국내 항공 산업 보호를 위한 중·장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국적 항공사 관계자는 “항공여객 성장세가 사실상 정체기에 진입한 가운데, 미중 무역 분쟁, 일본 노선 수익 악화 등 국적 항공사들이 심각한 위기에 빠진 상황”이라며 “대체 노선 확대로 급한 불은 끌 수 있겠지만, 현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국적 항공사 관계자는 “지방공항을 중심으로 항공여객이 노선 확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며 “국적 항공사들 영업부서는 한 명의 승객이라도 더 태우기 위해 출혈 경쟁을 감수할 정도로 절박한 분위기라고 한다”고 전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재 국적 항공사들이 초유의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민·관이 머리를 맞대고 현재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컨틴전시 플랜’(비상 계획)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국적 저비용항공사(LCC) 항공기들. 사진=각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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