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장, 검찰 자진출석하고 영장실질심사 포기

CJ제일제당 후임은 그룹내 규정 따라 정해질 듯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 사진=CJ그룹 제공
[데일리한국 정은미 기자]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이 마약 밀수로 적발되면서 그룹 승계 작업에도 적잖은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부장은 CJ그룹은 ‘범삼성가’로 장자승계 원칙에 따라 그간 부장직을 갖고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오는 12월에는 처음으로 그룹 지주사인 CJ주식회사 지분 약 2.8%를 취득하게 돼, 본격적인 4세 승계가 예상됐다.

6일 CJ그룹에 따르면 이선호 C제일제당 부장은 지난 4일 검찰에 자진출두한데 이어 본인의 잘못에 대한 책임지기 위해 영장실질심사를 포기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 부장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그릇된 일로 인해 CJ임직원들에게 큰 누를 끼치고, 많은 분들께 실망감을 안겨드린 점에 대해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입장을 전했다.

인천지법에서는 이날 이 부장에 대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린다. 이씨가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힘에 따라 법원은 서류 심사만으로 구속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CJ그룹은 재판 결과를 보고 이 부장의 처분 수위를 확정할 방침이다.

그러나 이 부장이 그간 맡고 있던 식품전략기획1팀 팀장 자리는 현재 공석으로 업무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장이 구속이 확정되면 CJ제일제당은 그룹의 내부 인사 규정에 따라 후속 조치를 조만간 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장은 미국 컬럼비아대 금융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CJ제일제당에 2013년 입사한 후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오는 12월에는 처음으로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리게 돼 본격적인 경영 승계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승계 일정이 늦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CJ그룹은 지난 4월 CJ올리브네트웍스의 올리브영 부문과 IT부문 법인을 인적분할하고, IT 부문을 CJ주식회사의 100% 자회사로 편입했다. 이 과정에서 이 부장은 CJ주식회사의 지분 2.8%를 보유하게 된다. 지분율은 높지 않지만 이재현 회장(42.07%), 국민연금(7.48%)에 이어 3대 주주에 오른다.

특히 이재현 회장은 유전질환을 앓고 있어 건강 상태와 그룹 안정화를 위해 경영권 승계가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는 시그널이 시장을 통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하지만 이 부장의 이번 마약 밀반입 사건이라는 돌발사태로 인해 경영 승계 작업에서 속도조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점쳐진다. 다만 경영승계 구도 자체에 변화가 생기는 것은 아니고 승계 시점이 연기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해 보인다.

일각에서는 SPC그룹 허영인 회장의 둘째 아들 허모 전 SPC 부사장이 대마 흡연 혐의로 징역 3년, 집행 유예 4년을 선고받으며 경영일선에서 배제된 케이스를 거론하면서 이선호 부장의 경영 승계 배제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CJ그룹은 장자승계를 원칙으로 하는 범(汎)삼성가로 이 부장은 이 회장의 유일한 아들이다. 현재 이 부장이 임원 신분도 아니라는 점에서 일단 그룹 내규에 따른 징계 정도가 예상된다.

한편 주주들의 경영권 승계 반대에 직면할 가능성은 배제하기 어렵다. 다만 현행법상 금융회사가 아닌 기업은 금고 이상의 유죄판결을 받아도 등기임원 선임은 가능해 회사 경영 참여는 가능하다.

재계 관계자는 “이선호 부장은 이재현 회장의 유일한 아들로 경영에서 영구히 배제될 가능성은 낮다”며 “본인의 잘못에 대한 법적 책임을 마친다면 경영 승계에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CJ그룹 관계자는 “이 부장이 이번 사건으로 자신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고통 받은 것을 너무 괴로워해 가족도 몰래 경찰에 홀로 찾아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그룹 역시 혼란스러운 상황이어서 이 부장이 현재 맡고 있는 부서의 후임에 대한 논의 등은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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