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창원공장서 직원들에게 협조와 지원 요청했지만 실패

줄리안 블리셋 GM 해외사업부문(GMI) 사장. 사진=한국지엠 제공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한국지엠이 신차 출시를 앞두고 노동조합 달래기에 나섰지만 실패했다.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에 이어 제너럴모터스(GM) 본사 임원까지 방한해 직원들에게 협조와 지원을 구하고 있지만, 파업으로 기울어진 전세를 단숨에 뒤집긴 어려운 모양새다.

22일 한국지엠에 따르면 줄리안 블리셋 GM 해외사업무문(GMI) 사장은 이날 부평과 창원공장을 방문, 경영 현황을 점검하고 올해 목표 달성을 위해 모든 직원이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

블리셋 사장은 "한국지엠이 경쟁력과 수익성을 갖춘 회사로 거듭나기 위해 모든 직원이 한마음으로 노력, 견고하면서도 수익성 높은 미래 계획을 차질 없이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블리셋 사장의 방한은 최근 사측과 임금협상 등으로 갈등을 겪으며 파업에 나선 노조의 협조를 끌어내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실제 이날 블리셋 사장은 SUV와 CUV(크로스유틸리티차량) 등 2개의 글로벌 차량 프로그램을 배정하는 등 GM이 한국 사업장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는 것을 강조, 모든 직원이 힘을 합쳐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고 밝혔다.

22일 한국지엠 노동조합이 연 중앙쟁의대책위원회 결과에 따른 투쟁지침. 사진=한국지엠 노조 제공
블리셋 사장이 부평과 창원공장을 잇달아 찾은 이날 노조는 2차 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지난 20~21일 부분파업에 이어 추가 부분파업에 나서기로 했다. 오는 23일에는 전·후반조가 각 4시간동안 일손을 놓는다. 또 26~28일에는 모든 간부가 4시간동안 파업에 나서기로 했다. 잔업과 특근은 이날 후반조부터 시작, 3차 쟁대위가 열리는 28일까지 진행하기로 했다.

카젬 한국지엠 사장에 이어 GM 본사 임원까지 협조와 지원을 당부하고 나섰지만,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에 나선 노조는 한 치도 물러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올해 임단협 교섭에서 기본급 12만3526원(5.65%) 정액 인상, 통상임금의 250% 규모 성과급 지급, 사기진작 격려금 650만원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인천 부평2공장, 부평 엔진공장, 창원공장 등에 대한 장기적인 운영 계획도 요구안에 담았다.

노조 관계자는 “그동안 각 공장의 장기 운영 계획을 제시해 달라고 있지만, 사측은 노조의 요구를 매번 뭉개고 있다”면서 “임단협 교섭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위원은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이 아주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업체로서는 장기적인 운영 계획을 마련하기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면서 “GM이 수익성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업장을 철수하고 있는 만큼, 지금으로써는 파업을 비롯해 수익성 악화와 연결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해줘선 안 된다”고 우려했다.

한편 한국지엠은 지난해 614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14년부터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올해도 상황은 여의치 않다. 올 1~7월까지 한국지엠은 내수와 수출을 포함해 전년 동기 대비 7.2% 감소한 26만3023대를 팔았다. 이 기간 내수 판매량은 4만2352대로 전년 동기 대비 17.8% 감소했고, 수출 역시 22만671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 줄었다.

한국지엠은 오는 26일 픽업트럭 ‘콜로라도’와 다음달 3일 대형 SUV ‘트래버스’를 출시, 재무적 목표를 달성하고 성실한 교섭을 통해 노사화합을 도모하겠다는 방침이다.

한국지엠이 오는 26일 출시할 픽업트럭 콜로라도(왼쪽)와 다음달 선보일 대형 SUV '트래버스'. 사진=한국지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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