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A350-900. 사진=아시아나항공 제공
[데일리한국 이창훈 기자] 한진그룹의 지주회사 한진칼의 2대 주주인 사모펀드 케이씨지아이(KCGI)가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참여 검토를 공식화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항공업계와 재계는 델타항공의 한진칼 지분 취득으로 수세에 몰린 KCGI가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참여 검토를 밝힌 것을 두고 여론의 관심을 끌고 신규 투자를 유치하려는 전략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항공 전문가들은 “KCGI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실현 가능성이 전혀 없다”며 “자본 논리로 움직이는 사모펀드인 KCGI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것 자체도 국내 항공 산업에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1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언론 노출을 꺼렸던 강성부 KCGI 대표가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참여 검토를 공식화하고 최근 대외활동에 시동을 걸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항공업계와 재계에서는 강 대표가 델타항공의 한진칼 지분 매입으로 수세에 몰린 상황에서 여론의 관심을 끌고 신규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 아시아나항공 인수 검토를 공식화한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강성부 대표는 한진칼 지분 매입으로 관심이 집중됐던 시기에도 언론 노출을 꺼린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강 대표의 그간의 행보를 보면, 최근 돌연 언론을 통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참여 검토를 밝힌 것은 그만큼 한진칼 경영 참여와 관련해 수세에 몰렸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델타항공이 지난 6월20일(현지시간) 한진칼 지분 4.3%를 매입했다고 발표한 이후 한진그룹을 둘러싼 KCGI의 경영권 압박 등의 문제는 사실상 마무리됐다는 평가가 많다. 델타항공이 한진칼의 ‘백기사’(우호세력)로 나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KCGI가 한진그룹을 압박할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게 중론이다.

더욱이 6월 초 4만원대까지 올랐던 한진칼 주가도 델타항공이 한진칼 지분 매입을 발표한 이후에 급락해 현재 2만원 후반대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수익 보장을 약속해 투자자를 모집하고 한진칼 지분을 매입한 KCGI가 사실상 막다른 골목에 놓였다는 얘기다.

업계에서는 KCGI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아시아나항공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해 사모펀드의 단독 입찰을 제한하고 있는데다, 국내 대기업 가운데 사모펀드 KCGI와 손을 잡고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뛰어들 후보군도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KCGI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려면 다른 대기업과 컨소시엄을 꾸려야 하는데, 사모펀드와 손을 잡고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뛰어들 기업이 있을까 싶다”며 “특히 최근 국내 항공업계가 심각한 위기 상황에 직면한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KCGI와 함께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참여할 기업이 있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KCGI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가능성은 없다”고 일축하면서 “KCGI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국내 항공 산업에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KCGI가 아시아나항공 인수 검토 발표를 통해 여론의 관심을 끌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KCGI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KCGI가 실제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며 “더욱이 장기적 관점에 따른 투자가 필요한 항공 산업의 특성과 항공 산업의 공공성 등을 감안하면, 자본 논리로 움직이는 사모펀드가 국적 항공사를 인수하는 것은 국내 항공 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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