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부영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장. 사진=현대차 노조 홈페이지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현대차 노동조합이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을 재개하기로 했다. 교섭 결렬로 파업에 돌입하는 대신 집중교섭을 벌이는 전략으로 선회한 셈이다. 업계는 최근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수출관리 우대조치 대상국) 제외를 두고 벌어진 한일 양국 간 ‘경제 전쟁’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14일 현대차 노조에 따르면, 노조는 중앙쟁의대책위원회(쟁대위) 1차 회의를 전날 개최, 사측과 교섭을 재개하고 20일까지 성실교섭 하기로 했다. 단 19일부터 공휴일과 주말을 포함한 모든 특근을 거부하기로 했다. 이후 일정은 20일 열릴 쟁대위 2차 회의에서 결정할 계획이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기본급 12만3526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과 당기 순이익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또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적용하는 것과 정년을 최장 만 64세로 연장하는 내용 등을 요구안에 담았지만, 사측이 경영난 등을 이유로 이를 수용하지 않자 지난달 19일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파업 절차에 돌입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현대차 노조가 여름 휴가(이달 3~11일) 이후 파업 등 쟁의행위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일기도 했다. 예상과 달리 집중교섭으로 전략을 수정한 데 대해 업계에선 한·일 양국 간 경제 갈등이 격화된 상황 속에 파업 시 비난 여론이 거세질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했다.

실제 현대차 노조는 전날 소식지를 통해 일본의 경제도발을 규탄하기도 했다. 또 사측이 노조의 핵심요구를 전향적으로 수용, 일괄 제시하면 시기와 상관없이 임단협을 타결할 수도 있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현대차 노조와 함께 기아차 노조도 집중교섭을 벌이기로 했다. 기아차 노조는 지난 12일 쟁대위 1차 회의를 열고, 파업 대신 2주 동안 사측과 집중교섭에 나서기로 했다.

기아차 노조는 전날 오후 사측과 11차 본교섭을 진행했다. 단 기아차 노조는 집중교섭에도 불구,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오는 26일 쟁대위 2차 회의를 열어 파업 여부를 다시 논의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달 25일 교섭 결렬을 선언, 여름 휴가(7월29일~8월2일, 트레일블레이저’ 출시를 위한 시설 확장 공사로 인해 9일까지 연장)를 마치고 난 뒤 파업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한국지엠 노조도 전날 교섭을 재개했으나 합의에 이르는 데는 실패했다.

한국지엠 노조 관계자는 “월요일(12일) 사측의 교섭 요청으로 13일 8차 교섭을 벌였지만, 이견만 확인했다”면서 “전향적인 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다음 주 중 쟁대위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은 팀장급 이상 임직원을 대상으로 전날 긴급 경영현황 설명회를 소집한 자리에서 "지난해가 한국지엠 변화의 한 해였다면 올해는 GM 본사 및 주주, 한국 정부와 한 약속을 이행하는 한 해가 돼야 한다"며 "올해 회사가 투자, 고용, 신차 출시 등을 계획대로 진행하는 만큼 성과가 나올 때까지 임직원이 같은 목표를 갖고 업무에 매진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불확실성이 커지는 대외경제 여건 속에서 차질 없는 생산과 제품 인도로 고객 신뢰를 잃지 않아야 한다"며 노조의 협조를 호소했다.

르노삼성은 기업별인 르노삼성차 노동조합과 산별인 금속노조 르노삼성차지회 가운데 교섭에 나설 대표노조 선정을 마무리한 뒤, 이달 중 올해 임금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

국내 자동차 5개사 가운데 임단협을 마무리 지은 곳은 쌍용차가 유일하다. 쌍용차 노사는 상견례 이후 2개월여 만인 이달 2일 10년 연속 무분규로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을 타결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국가 경제가 불안정한 상황인 만큼, 파업을 벌이면 국민적 비난과 공분을 살 수 있으리라 판단한 것 같다”면서 “파업을 연례행사처럼 진행하기보다는 노사가 대화를 통해 화합을 도모, 위기를 극복할 방안을 마련하는 데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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