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가든', '크로넨버그 1664 블랑' 맛과 유사…가격은 '저렴'

하이트진로가 지난달 25일 출시한 발포주 신제품 '필라이트 바이젠'(Filite WEIZEN)'. 사진=권오철 기자
[데일리한국 권오철 기자] 하이트진로가 또 일을 냈다. 맥주사업 부진에 허덕이다 사활을 걸고 '청정라거 테라'를 출시, 100일 만에 기록적으로 테라 1억 병을 판매한 데 이어 최근엔 발포주 '필라이트 바이젠'(Filite WEIZEN)'까지 출시한 것.

필라이트 바이젠은 2017년 처음 출시된 필라이트 시리즈의 세 번째 신제품이다. 필라이트는 뛰어난 가성비로 출시 2년여 만에 누적 판매 6억 캔 판매를 돌파했다. 필라이트의 매서운 성장세는 경쟁사인 오비맥주의 발포주 시장 진출까지 이끌어 냈다는 평가다.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국내 최초로 밀(바이젠, WEIZEN) 발포주까지 내놨다. 필라이트 오리지널, 필라이트 후레쉬가 시원하고 톡 쏘는 맛이 일품인 라거 맥주를 겨냥했다면, 필라이트 바이젠은 에일 맥주, 특히 과일향의 첨가된 벨기에식 밀맥주인 '윗비어'(Witbier)를 겨냥했다.

윗비어의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벨기에 맥주 '호가든', 프랑스 맥주 '크로넨버그 1664 블랑'이 있다. 업계에 따르면 두 맥주는 지난 2년간 국내에 수입된 맥주의 점유율 4~5위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필라이트 바이젠이 이들 제품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지, 궁금증을 품고 직접 맛을 봤다.

'필라이트 바이젠'이 불투명한 밀맥주 색깔을 띄고 있다. 사진=권오철 기자
일단 필라이트 바이젠을 투명한 잔에 부었을 때 호가든, 블랑처럼 불투명한 색을 띄었다. 엄밀히 봤을 때 탁도는 필라이트 바이젠이 가장 진했고, 블랑이 가장 연했다. 향은 세 제품 모두 공통적으로 오렌지껍질 향이 났으나 호가든이 특유의 고수 향을 강하게 냈다.

마지막으로 맛은 놀랍게도 세 제품 모두 유사했다. 각 제품을 번갈아 마시다 보니 처음에 느껴졌던 향의 차이마저 희미해져 갔다. 다만 필라이트 바이젠이 나머지 두 제품에 비해 탄산이 비교적 강하게 느껴졌다.

가격은 어떨까. 필라이트 바이젠은 기존 필라이트와 동일한 가격으로 출시됐다. 필라이트 500㎖는 편의점에서 1600원에서 판매중이다. 호가든, 블랑의 개별 가격은 필라이트의 두 배를 넘어선다. 이들 수입 맥주가 편의점에서 '4캔 1만 원'에 판매되고 있는 것을 감안해도 각기 2500원으로 1만 원에 6캔을 구입할 수 있는 필라이트와 경쟁이 안 된다.

과연 시장은 어떻게 반응할까? 소비자가 더 많은 돈을 주고 호가든과 블랑을 구입할지 의문이다. 필라이트 코끼리는 또 어떤 색으로 옷을 갈아입을까? 하이트진로가 테라에 이어 잇따른 대박을 칠 것 같다는 진한 예감과 함께 향후 '필라이트 스타우트(흑맥주)'의 출시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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