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현대자동차 선적장.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일본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수출관리 우대조치 대상국) 명단에서 제외했지만, 국내 자동차업계에선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전망됐다. ICT(정보통신기술) 업계와 달리 자동차의 경우 전기차와 일부 부품을 제외하면 수입 규모와 일본 의존도가 낮은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일본의 전략물자 통제 품목’은 모두 1120개다. 이 가운데 군수·국방용 또는 원자력 화학무기용 등에 직접적으로 사용되는 민감품목은 263개, 이 밖에 비민감품목은 857개다.

민감품목은 지금도 개별 허가를 받게 돼 있지만,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되면서 비민감품목의 허가도 포괄에서 개별로 바뀌게 됐다. 비민감품목에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용 장비를 비롯해 배터리관련 기술과 탄소섬유 등 자동차에 장착되는 핵심소재도 포함된다.

당장 공급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부품은 전기차 등에 쓰이는 2차전지다.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으로 꼽히는 내열성을 키우는 기술을 일본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에 배터리를 납품하는 LG화학도 전기를 만드는 양극재와 음극재를 분리하는 분리막을 일본에서 일부 수입하고 있다.

한국지엠, 르노삼성, 쌍용차도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로 일부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부품연구원에 따르면 이들 업체는 일본 부품업체 ‘덴소’에서 차량용 제너레이터·전자제어장치(ECU)·기어박스 등을 수입하고 있다. 다만 이 또한 필요에 따라 대체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김세엽 자동차부품연구원 정책기획팀장은 “미국이나 유럽 업체를 두고 일본에서 일부 핵심부품을 수입해 온 것은 기술력이 아닌 상대적으로 저렴한 물류비용 때문”이라면서 “미국의 델파이, 독일의 보쉬·콘티넨탈, 프랑스의 발레오 등에서 생산하는 부품으로 대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수소전기차의 핵심소재인 ‘탄소섬유’는 우려와 달리 공급에 큰 차질이 없을 것으로 전망됐다. 불이 붙지 않아 수소연료탱크의 안정성을 높이는 탄소섬유는 일본 화학업체 도레이가 세계 시장의 40% 이상을 점유하고 있지만, 생산 공장은 경북 구미에 있다. 국내 완성차업체 중 수소전기차를 생산하는 곳은 현대차뿐이다.

현대차 측은 수소전기차인 ‘넥쏘’의 생산량이 적어 일본의 수출 규제 영향이 극히 적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 넥쏘는 올 상반기(1~6월) 내수와 수출을 포함해 1948대가 판매됐다. 이는 전체 판매량의 1%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다른 업체에서 탄소섬유를 공급받는 방법도 있다고 현대차 측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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